평가 배점 50% '유지보수'가 승부처…한화오션 "현지 완결형 MRO" 승부수
TKMS·콩스버그, "우리는 북극의 이웃" 지리적 이점·문화 공유 앞세워 공세
졸리 캐나다 장관, 거제서 'KSS-III' 실물 승선…"압도적 조기 인도 능력 확인"
TKMS·콩스버그, "우리는 북극의 이웃" 지리적 이점·문화 공유 앞세워 공세
졸리 캐나다 장관, 거제서 'KSS-III' 실물 승선…"압도적 조기 인도 능력 확인"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손잡은 노르웨이 콩스버그(Kongsberg)가 '북극 동맹'과 '문화적 유대'를 앞세워 감성 전략을 펼치는 반면, 한화오션은 '압도적인 초격차 기술'과 '즉시 전력화 능력'을 내세워 캐나다 정부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고 스테버트 가제트가 지난 24일(현지시각) 전했다.
노르웨이의 참전… "우리는 아이스하키에서 캐나다에 지는 걸 좋아한다"
독일 TKMS와 팀을 이룬 노르웨이 방산기업 콩스버그는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지정학적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나섰다. 셰틸 뮈라(Kjetil Myhra) 콩스버그 방어시스템 부사장은 "우리는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캐나다에 지는 것을 좋아한다"라는 농담을 던지며 양국 간의 정서적, 문화적 유대감을 자극했다. 그는 "북극 중심 국가이자 나토(NATO)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캐나다와 노르웨이는 완벽한 '정렬(alignment)'을 이룬다"라고 덧붙였다.
콩스버그는 이번 수주전에서 TKMS의 '212CD' 잠수함에 탑재할 레이더, 소나, 미사일, 통신 장비를 한 화면에서 조종할 수 있게 하는 전투체계 통합시스템인 '오르카(ORCCA)'를 공급한다. 뮈라 부사장은 북극 환경에서 운용 가능한 해저 감시 기술을 이미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캐나다 기업들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운용하는 잠수함 클럽에 캐나다를 초대하여, 북극해에서 러시아의 해양 활동을 견제하는 '안보 방벽'을 구축하자는 제안으로 풀이된다.
캐나다 장관, 거제서 'KSS-III' 실물 확인…한화 "가장 빠른 인도 약속"
독일·노르웨이 연합의 공세에 한화오션은 '압도적인 건조 역량'과 '실체 있는 성능'으로 맞섰다. 멜라니 졸리(Mélanie Joly)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지난 24일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방문해 건조 중인 'KSS-III 배치(Batch)-II' 잠수함에 직접 승선했다.
졸리 장관의 이번 방문은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가 지난달 한화오션 사업장을 찾은 데 이은 것으로, 캐나다 정부가 한국의 잠수함 건조 능력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화오션은 경쟁사인 TKMS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현재 캐나다가 보유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 중 1척만이 가동 가능한 상태여서 전력 공백 메우기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밥콕 캐나다(Babcock Canada), PCL 건설 등 현지 기업과 잇달아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현지화 전략도 강화했다. 이는 단순한 완제품 수출이 아니라 캐나다 방위 산업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콩스버그의 현지화 카드 "단기 일자리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 구축"
콩스버그 역시 캐나다 내 '일자리 창출'과 '기술 이전'을 약속하며 로비 수위를 높였다. 콩스버그는 현재 캐나다 해군의 리버(River)급 구축함에 핵심 부품과 해군 타격 미사일을 공급하고 있으며, F-35 전투기용 합동 타격 미사일 도입 협상도 진행 중이다.
특히 콩스버그는 노르웨이 현지 공장의 수요 초과를 해결하고자 캐나다 뉴펀들랜드(Newfoundland)에 있는 공장을 개조해 국제 판매용 훈련 시뮬레이터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뮈라 부사장은 "특정 프로그램이 끝나면 사라지는 일자리가 아니라, 캐나다를 위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장기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정부 또한 자국의 유지보수 야드 설계도를 캐나다에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승부처는 '유지보수(Sustainment)'…평가 배점 50%의 의미
캐나다 정부는 지난 14일 한화오션과 TKMS에 비공개 입찰 안내서를 발송했다. 니콜 앨런(Nicole Allen) 공공서비스조달부 대변인은 "국가 안보와 주권 문제로 인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입찰 내용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업의 평가 배점은 ▲유지보수(Sustainment) 50% ▲잠수함 성능 20% ▲경제적 이익 15% ▲가격 15%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잠수함의 성능이나 가격보다 도입 후 30년 이상 운용하며 발생하는 유지보수와 후속 군수지원 능력이 낙점의 결정적 변수임을 의미한다.
캐나다 정부는 2028년까지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캐나다 공공서비스조달부(PSPC)가 2024년 9월 발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2028년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2035년까지 첫 잠수함을 인도받는 것"을 목표로 명시했다. 즉, 2028년은 '늦어도 이때까지는 해야 한다'는 마지노선의 성격이다.
하지만 한화오션과 밥콕 등 입찰 참여 기업들은 2035년 인도 목표를 맞추기 위해 2026년 내 계약 체결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 잠수함은 건조에만 7~8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2028년에 계약하면 2035년 인도가 물리적으로 매우 빠듯하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 국방부(DND) 내부에서도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2026년 말~2027년 초가 유력한 계약 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통상적인 대형 무기 도입 사업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북극해를 공유하는 독일·노르웨이 연합의 지리적·정치적 이점과 이미 검증된 실물과 납기 준수 능력을 보유한 한화오션의 기술력이 '유지보수'라는 까다로운 시험대 위에서 치열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리적 거리’ 넘는 ‘현지 완결형 MRO’…한화, 캐나다 내 독자 정비 생태계 제안
캐나다 정부가 입찰 평가의 절반(50%)을 유지보수(Sustainment) 항목에 배정한 배경에는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의 잦은 고장과 부품 수급 난항으로 겪은 ‘전력 공백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독일·노르웨이 진영은 서로 상반된 유지보수 해법을 제시하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다.
북대서양을 사이에 둔 독일 TKMS와 노르웨이 콩스버그 연합은 ‘지리적 인접성’과 ‘공동 운용’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나토(NATO) 회원국 간의 긴밀한 군수지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부품을 공유하고 정비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콩스버그가 212CD 잠수함의 전투체계와 연동된 시뮬레이터 공장을 캐나다 현지에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도, 유럽의 군수 라인을 캐나다로 확장해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 한화오션은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캐나다 내 완결형 MRO(유지·보수·정비) 체계’ 구축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단순히 부품을 한국에서 공수하는 차원을 넘어, 캐나다 현지 파트너사인 밥콕 캐나다(Babcock Canada) 등에 핵심 정비 기술을 대거 이전해 캐나다 안에서 자체적인 유지보수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이 KSS-III를 운용하며 축적한 실데이터를 기반으로 ‘예방 정비’ 시스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잠수함이 고장 난 뒤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품 교체 시기를 사전에 예측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는 유럽의 잠수함 운용 클럽에 가입해 '안정성'을 택할지, 아니면 한국의 기술 이전을 통해 자국 내 독자적인 '정비 주권'을 확보할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북극권 안보 지형을 결정짓는 중대한 사건이다. 한국 방산 기업이 유럽의 전통 강호를 상대로 북미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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