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과 ‘소형모듈원자로(SMNR)’ 동맹… 상선·잠수함 동시 공략 ‘게임체인저’ 부상
KSS-III(도산안창호급) 개조 유력… 미 필라델피아·마레 아일랜드 거점 생산기지화
KSS-III(도산안창호급) 개조 유력… 미 필라델피아·마레 아일랜드 거점 생산기지화
이미지 확대보기미 해양안보 전문매체 심섹(CIMSEC)은 28일(현지시간) ‘한국 및 일본과의 핵잠수함 건조 최적 경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호주식 오커스(AUKUS) 모델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산업 협력 모델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의 ‘핵잠수함’ 구상, SMNR 탑재한 한국형 모델 유력
이 매체는 한국 조선업계의 대미 투자가 차세대 선박용 동력원인 ‘소형모듈원자로(SMNR)’ 개발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현재 디젤-전기 추진 방식인 한국의 3600톤급 잠수함 ‘KSS-III(도산안창호급)’ 배치-2 모델에 SMNR을 탑재하는 개조 방식이다.
심섹은 “북한은 서울을 겨냥한 포병 전력 외에도 2015년부터 북극성 계열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지난해 9월 공개된 ‘김건옥영웅함’ 등 북한의 핵무장 잠수함을 추적·감시하려면 장기간 수면 부상 없이 고속 기동이 가능한 핵추진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해군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PLAN)을 견제해야 하는 전략적 과제를 안고 있다. 기존 재래식 잠수함의 배터리 충전 한계를 극복하고 작전 반경을 비약적으로 넓힐 수 있는 SMNR 기술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한화·HD현대, 미국 조선소 거점으로 ‘핵추진 인프라’ 주도
주목할 점은 한국 조선사들의 선제적인 미국 진출 전략이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심섹은 “한화가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향후 SMNR 설치와 운용을 위한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며 “한화는 이미 미 해사청(MARAD)의 다목적 안보 지원선(NSMV) 건조를 수행 중이며, 조선소 설비 고도화에 5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 또한 미 해군 함정 건조사인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II)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 방산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심섹은 한국 정부가 대미 조선업 투자를 지원하고자 약 1500억 달러(약 220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약속한 점을 들어 양국의 조선업 결합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일 SMNR 컨소시엄’ 제안… 마레 아일랜드 부활하나
심섹은 SMNR의 성공적 개발과 배치를 위해 미 에너지부(DOE)가 주도하고 한·미·일 기업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다.
이 컨소시엄은 상업용 선박과 군용 잠수함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자로 기술을 표준화해 2030년대 초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한 생산 허브로는 캘리포니아주 ‘마레 아일랜드(Mare Island)’ 구 해군 조선소가 거론된다. 과거 핵잠수함 건조 경험이 있는 이곳을 개보수해 원자로 설치 및 유지보수 기지로 활용하면, 포화 상태인 기존 미 해군 조선소의 부하를 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핵비확산과 보안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SMNR은 농축도 5%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해 무기 전용 우려가 낮다. 다만 심섹은 “브라질 사례와 같은 핵무장 논란을 피하려면 ‘한미 원자력협정(123 협정)’ 등 제도적 장치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조선 기자재 공급망을 재편하고, 3국 간 기밀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전문인력 양성 시급… 미 해사청 교육 프로그램 부활해야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운용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심섹은 미 교통부가 해사청(MARAD) 산하 킹스포인트 상선사관학교의 원자력 교육 프로그램을 2년 내 부활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1960년대 원자력 상선 ‘사바나호’ 운용 당시의 교육 과정을 되살려 한국과 일본의 기술진에게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섹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미국의 해양 산업 경쟁력을 복원하고 동맹국의 잠수함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기회”라며 “제대로 추진된다면 중국 등 경쟁국을 압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없는 기술 공유는 불가능... 공급망 '탈중국' 선결돼야"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넘어야 할 산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 해군 잠수함 전문가들과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협력이 성사되기 위해 한국이 해결해야 할 3대 선결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한·미 원자력협정(123 협정)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다. 현행 협정은 미국의 동의 없이 우라늄을 20% 이상 농축하거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다. 한 방산 전문가는 "SMNR이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고 해도, 군사 함정에 탑재하는 것은 협정 해석에 따라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오커스(AUKUS) 사례처럼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력 기술 이용에 대한 명시적인 면제 조항이나 별도의 양해각서(MOU) 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째, 조선 공급망의 완벽한 '탈(脫)중국(De-coupling)'이다. 미국은 자국 함정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해 엄격한 원산지 규정을 적용한다. 국내 조선업계는 후판 등 철강재와 일부 의장품에서 중국산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을 넘어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참여하려면, 나사 하나까지도 중국산을 배제한 공급망 인증 시스템(CMMC)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 차원의 공급망 자립화 지원이 필수적이다.
셋째, '보안 등급'의 상향 평준화다. 핵잠수함 기술은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다루는 최고 등급 기밀(NNPI)이다. 한국 조선소의 물리적 보안 시설과 사이버 보안 체계가 미 해군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기술 유출을 극도로 경계한다"며 "단순한 조선소 내 보안을 넘어, 설계 데이터가 오가는 통신망 전체에 대한 양자 암호화 등 최고 수준의 보안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트럼프의 구상은 한국에 엄청난 기회인 동시에 고강도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시험대다. 정부는 대미 외교력을 총동원해 원자력 협정의 족쇄를 풀고, 기업은 공급망과 보안 시스템을 미국 표준(US Standard)에 맞춰 재편하는 '투트랙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