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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8만t급 ‘슈퍼 핵 항모’ 건조 확정… 마크롱 “포식자 시대, 압도적 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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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8만t급 ‘슈퍼 핵 항모’ 건조 확정… 마크롱 “포식자 시대, 압도적 힘 필요”

‘샤를 드골’ 잇는 PANG 프로젝트 공식화… 美 제외 유일 ‘핵 항모 보유국’ 지위 사수
재정 위기 속 안보 결단… 2038년 실전 배치해 ‘대양 해군’ 패권 유지
프랑스 해군의 차세대 항공모함인 PANG(Porte-Avions de nouvelle génération)의 예상 이미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 해군의 차세대 항공모함인 PANG(Porte-Avions de nouvelle génération)의 예상 이미지. 사진=로이터
프랑스가 안보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국제 정세에 맞서 현존하는 유럽 유일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함을 대체할 8t급 차세대 핵항모(PANG·Porte-avions de nouvelle génération) 건조를 확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1(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에 주둔 중인 프랑스군을 방문한 자리에서 철저한 검토 끝에 새로운 항공모함을 건조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데일리사바(Daily Sabah)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현 국제 정세를 포식자의 시대(Era of Predators)’로 규정하며, 프랑스의 전략적 자율성을 수호하기 위해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8t거인의 등장… 체급과 성능의 비약적 도약


이번에 확정한 차세대 항모는 기존 전력을 압도하는 체급을 자랑한다. 현재 운용 중인 샤를 드골함은 배수량 42000t, 길이 261m 규모다. 반면 새로 건조할 항모는 배수량이 약 8t에 이르며, 길이는 310m에 달한다. 이는 미 해군이 운용하는 10t제럴드 R. 포드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영국이나 중국이 보유한 재래식 항모를 압도하는 덩치다.

탑재 전력도 대폭 강화한다. 승조원 2000명이 탑승하며, 차세대 전투기(FCAS)와 라팔M 등 함재기 30대를 수용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추진 방식이다. 디젤이나 가스터빈을 사용하는 영국(퀸 엘리자베스급)이나 중국의 항모와 달리, 프랑스는 원자력 추진 방식을 고수했다. 이를 통해 연료 재보급 없이 장기간 작전이 가능하며, 대용량 전력을 필요로 하는 전자기식 사출 장치(EMALS) 운용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방위산업 전문가들은 프랑스가 이번 결정으로 미국을 제외하고 핵 추진 항모를 운용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지위를 2038년 이후까지 연장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프랑스 해군 관계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새 항모는 단순한 덩치 싸움이 아니라, 차세대 전투기와 무인기를 통합 운용하는 시스템의 중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핵 추진 잠수함 성능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 핵 추진 잠수함 성능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


재정 적자 누른 안보 논리… 중동 전략 파트너십 강화


이번 결정은 프랑스 내부의 복잡한 정치·경제 상황 속에서 나왔다. 프랑스는 현재 심각한 재정 적자로 예산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파비앙 망동 전 프랑스 공군 대변인을 비롯한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는 유럽 본토 방어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며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항모 건조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를 선택했다. 그는 우리는 강해져야만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항모 보유가 단순한 전력 증강을 넘어선 외교·안보적 생존 전략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변하는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프랑스가 독자적인 작전 수행 능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이 UAE 방문 중에 이 사실을 발표한 점도 주목된다. UAE는 프랑스산 무기의 주요 구매국이자 중동 지역의 핵심 파트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중동 정세 안정과 마약 밀매 근절을 위한 공조를 약속했다. 특히 독일의 수출 통제로 불확실해진 유로파이터 타이푼 프로젝트의 대안으로 프랑스 라팔 전투기의 추가 수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대양 해군의 꿈과 현실적 과제


차세대 항모 건조 사업은 2025년 말 또는 2026년 초 본격적인 설계와 건조 준비에 착수해, 샤를 드골함이 퇴역하는 2038년 무렵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우선 막대한 건조 비용 조달이 관건이다. 초기 추산 비용만 수조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재정난을 겪는 프랑스 정부가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원자로 기술 고도화와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GA-EMS)사가 독점하고 있는 전자기식 사출기 기술 도입 등 기술적 난제도 해결해야 한다.

군사전문지 '나발 뉴스(Naval News)'의 편집장 자비에 바바셀은 최근 기고문에서 "프랑스의 PANG 프로젝트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상징하는 거대 이정표"라면서도 "정해진 예산과 기간 내에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항모 vs 중형항모논쟁에 던지는 화두


프랑스의 8t급 핵항모 건조 확정은 한국형 항공모함(CVX) 도입을 두고 고심 중인 한국 정부와 방산업계에 단순한 참고 사례를 넘어선 묵직한 전략적 화두를 던진다.

첫째, ‘체급이 곧 작전 능력이라는 현실론의 확인이다. 프랑스가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기존 4t급에서 8t급으로 체급을 두 배 키운 핵심 이유는 ‘6세대 전투기(FCAS)’ 운용 때문이다. 미래 공중전의 핵심인 차세대 전투기는 스텔스 성능과 내부 무장창 탑재로 기체가 대형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 한국이 논의 중인 3~4t급 경항모로는 향후 개발될 KF-21 함재기 버전(KF-21N)이나 6세대 전투기를 제대로 운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프랑스의 선택은 "미래 전장에 대비하려면 최소 6t급 이상의 중대형 항모가 필수적"이라는 중형 항모론에 힘을 실어준다.

둘째, ‘캐터펄트(사출기)’ 방식의 불가피성이다. 프랑스는 수직이착륙기(VTOL) 대신 고정익기를 사출기로 쏘아 올리는 방식(CATOBAR)을 유지·강화했다. 이는 전투기의 무장 탑재량과 작전 반경을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 선택이다. 한국이 경항모 도입 시 고려하는 수직이착륙 방식은 전투기 자체의 성능 제한이 크다. 프랑스가 미국 기술(EMALS)을 도입하면서까지 사출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항모가 단순한 ''가 아니라 '떠다니는 공군기지'로서 제공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본질을 꿰뚫은 결정으로 분석된다.

셋째, 원자력 추진과 SMR(소형모듈원자로) 산업의 연계성이다. 프랑스 항모에 탑재될 신형 원자로는 프랑스 원자력 산업의 결정체다. 이는 최근 한국이 주력하는 SMR 기술이 단순히 발전소용을 넘어, 향후 대형 선박이나 특수 목적 함정의 동력원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방산 전문가들은 한국이 항모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프랑스처럼 선체 설계 기술과 차세대 함재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추진체계 기술을 패키지로 묶어 해양 전력 생태계를 먼저 조성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한다.

프랑스의 결단은 한국에게 "어설픈 경항모보다 늦더라도 제대로 된 중형 항모를 준비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