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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항공산업 '잭팟'…스페인에 국산 훈련기 '후르젯' 30대 첫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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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항공산업 '잭팟'…스페인에 국산 훈련기 '후르젯' 30대 첫 수출

26억 유로 규모 '빅딜'…2028년부터 30대 인도 및 MRO 패키지 제공
NATO 회원국 간 첫 제트기 수출 쾌거…2028년부터 노후 SF-5M 대체해 유로파이터·FCAS 조종사 양성
튀르키예 TAI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후르젯(HURJET)'이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스페인은 노후한 훈련기를 대체하기 위해 에어버스와의 기술 협력을 전제로 후르젯 30대를 전격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위키피디아이미지 확대보기
튀르키예 TAI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후르젯(HURJET)'이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스페인은 노후한 훈련기를 대체하기 위해 에어버스와의 기술 협력을 전제로 후르젯 30대를 전격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위키피디아
튀르키예가 자체 개발한 초음속 훈련기 '후르젯(HURJET)'을 앞세워 항공 산업의 본고장인 유럽, 그것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핵심 회원국인 스페인의 차세대 훈련 체계를 통째로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튀르키예 방위산업 역사상 최초의 대형 유인 제트기 유럽 수출이자, 그동안 서방 무기의 '수입국'에 머물렀던 튀르키예가 '공급국'이자 '경쟁자'로 체급을 올렸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라민 시디키(Rameen Siddiqui) 등 외신이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스페인 국방부는 약 24억~26억 유로(약 3조 4600억~3조 7500억 원) 규모의 후르젯 30대 도입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인도는 2028~2029년 1차 물량을 시작으로 2035~2036년까지 순차적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계약의 성격이다. 튀르키예 방산 당국은 이를 "고부가가치·다차원 방산 수출 패키지"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기체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통합 훈련체계(Integrated Training System), 지상 시뮬레이터, 정비 인프라 구축, 그리고 장기적인 군수·운영 지원(MRO)까지 포함된 '토털 솔루션' 계약이기 때문이다. 이는 스페인 공군의 조종사 양성 시스템 자체를 튀르키예 표준으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마하 1.4의 '팔방미인'…SF-5M 대체하고 적기 임무까지


스페인이 선택한 TAI의 후르젯은 단발 엔진을 장착한 2인승 초음속 고등훈련기 겸 경전투기다. 최대 속도 마하 1.4, 실용 상승한도 약 14km(45,000ft)의 고성능을 자랑하며, 3톤 안팎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스페인 공군은 도입된 후르젯을 노후화된 'SF-5M 프리덤 파이터'를 대체하는 주력 고등훈련기로 운용할 계획이다. 특히 후르젯은 단순한 비행 훈련을 넘어 경공격, 근접항공지원(CAS), 그리고 가상 적기(Aggressor) 임무까지 수행 가능한 다목적 플랫폼으로서, 향후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차세대 전투기(FCAS)에 탑승할 엘리트 조종사들을 길러내는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된다.

TAI-에어버스 '혈맹'이 만든 승리…스페인 기술 심는다


이번 '메가 딜'의 이면에는 튀르키예항공우주산업(TAI)과 유럽 방산 거인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Airbus D&S)' 간의 치밀한 전략적 파트너십이 있었다.

양사는 지난 2025년 이스탄불 IDEF 방산전시회에서 후르젯의 스페인 수출 및 공동생산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구체적인 작업 분담(Workshare)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사업은 2단계 구조로 진행된다.

우선 1단계에서는 초기 물량을 튀르키예 현지에서 생산해 신속히 인도함으로써 스페인 공군의 전력화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 이어지는 2단계가 이번 협력의 핵심이다. 점진적으로 스페인 업체의 참여 비중을 대폭 높여, 일명 '스페인형 후르젯'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스페인 방산 기업들이 독자 개발한 항전 장비와 임무 컴퓨터, 통신 및 전자전 시스템 등 주요 서브시스템이 통합되며, 기체의 최종 조립 및 통합 과정 또한 스페인 현지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는 스페인 공군에게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함과 동시에, 스페인 자국 방산 생태계에도 일감을 제공하는 '윈-윈(Win-Win)' 전략이 주효했음을 보여준다.

FA-50·T-7과 진검승부…NATO 내 '공급망 지각변동'


이번 계약은 글로벌 훈련기 시장, 특히 NATO 내 무기 거래의 역학 관계를 뒤흔들 '레퍼런스 케이스(Reference Case)'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T-7A), 이탈리아(M-346), 한국(T-50/FA-50)이 주도하던 시장에 튀르키예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5세대 전투기 '칸(KAAN)'과 독자 방공망 '스틸 돔'에 이어 후르젯 수출까지 성사시킨 것은 튀르키예 방위산업의 위상이 서방의 주류 공급망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향후 튀르키예-스페인-에어버스의 삼각 협력은 후르젯의 추가적인 성능 개량(블록 업그레이드)과 제3국 공동 수출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항공 MRO 물량 일부가 튀르키예로 분산되는 등 유럽 방산 공급망의 동진(東進) 현상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