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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태양광, '출혈 경쟁' 멈추려다 '독점 혐의' 반전... 정부 당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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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태양광, '출혈 경쟁' 멈추려다 '독점 혐의' 반전... 정부 당국의 딜레마

정부 권고 따라 생산량 감축·가격 하한선 정했으나 '담합' 의혹으로 조사
가격 전쟁 억제와 공정 경쟁 보호 사이 '불안한 균형' 부각... 20일까지 시정안 제출
중국 저장성 창싱현의 한 발전소에서 전력망 연결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직원들이 태양광 패널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저장성 창싱현의 한 발전소에서 전력망 연결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직원들이 태양광 패널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이 '네이쥐안(內卷·제살깎기식 과도한 내부 경쟁)'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방침을 따르다가 오히려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규제 당국은 최근 주요 폴리실리콘 업체들을 소환해 가격 조작 및 시장 분할 혐의를 추궁하며 강력한 시정 명령을 내렸다.

◇ '자율 규제'인가 '가격 담합'인가... 규제 당국의 칼날


중국 국가시장규제총국(SAMR)은 최근 중국태양광산업협회(CPIA)와 통웨이(Tongwei), GCL 테크놀로지, 다코 뉴 에너지 등 6개 주요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를 소집했다.

당국은 이들이 가격 전쟁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구축한 산업 플랫폼이 실제로는 생산량과 판매량을 통제하고, 시장을 임의로 배분해 하류(Downstream) 업체들의 마진을 압박하는 '독점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불만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규제 당국은 "기업들이 생산 능력, 가동률, 판매량 또는 가격에 대해 사전에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오는 1월 20일까지 구체적인 서면 시정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과잉 생산을 막으라는 지도부의 지침과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법적 원칙 사이에서 당국이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77% 급락한 가격... 파괴적 경쟁에 상위 5개사 '3조 원 손실'


중국 태양광 업계가 위험한 담합의 유혹에 빠진 이유는 생존을 위협하는 가격 하락 때문이다. 태양광 전지 가격은 2021년 이후 무려 77%나 폭락했다.

이로 인해 중국 상위 5개 패널 제조업체는 2025년 1~3분기에만 총 28억 3,000만 달러(약 3조 7,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업계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임원은 "경쟁이 여전히 극심해 업계 전체의 공멸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소통을 한 것뿐"이라며, 규제 당국이 현장의 절박함을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외 수출 제한과 전력망 수용 한계 등 외부 요인이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 구조조정 펀드 설립과 수출 환급 취소... '정부 주도 통합' 예고


베이징은 민간 차원의 자율 규제가 독점 논란으로 번지자 직접 개입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주요 기업들은 30억 위안 규모의 합작 법인을 설립해 과잉 생산 설비를 매입하고 폐쇄하는 구조조정 절차에 착수했다.

또한, 정부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수출부가가치세 환급을 취소하며 무분별한 해외 덤핑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태양광 산업의 '대대적인 통합(Consolidation)'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광둥개혁학회의 펑펑 회장은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주도하는 합병과 용량 감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반독점법이 오히려 신규 설비 승인을 차단하고 우량 기업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