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일본 등 7개국 연합 ‘기술 공급망’ 통제… 반도체·희토류 요새화
中, 저가형 모델 앞세워 ‘글로벌 사우스’ 공략… 러시아 시장 43% 장악
MS 경고 "서방이 하드웨어 막는 사이, 남반구는 중국 소프트웨어가 선점"
中, 저가형 모델 앞세워 ‘글로벌 사우스’ 공략… 러시아 시장 43% 장악
MS 경고 "서방이 하드웨어 막는 사이, 남반구는 중국 소프트웨어가 선점"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의 ‘팍스 실리카’… 반도체 동맹으로 중국 포위망 구축
미국 기술 전문 매체 기즈모도(Gizmodo)는 지난 11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AI 및 기술 공급망을 보호하려고 다국적 연합체를 출범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연합체에는 미국을 주축으로 한국, 일본, 이스라엘, 호주, 영국, 싱가포르 등 7개국이 이름을 올렸다.
제이콥 헬버그 미 경제부 차관은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 문서는 새로운 경제안보 합의를 위한 실질 문서”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부터 반도체, AI 인프라, 데이터 물류에 이르기까지 기술 공급망 전 과정을 동맹국끼리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팍스 실리카’는 로마 제국의 평화 시기를 뜻하는 ‘팍스 로마나’에 빗댄 용어다. 압도적인 기술 우위와 공급망 장악으로 세계 질서 안정을 꾀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드러낸다. 특히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90%를 쥔 상황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이 핵심 목표다.
헬버그 차관은 “경제안보 접근법을 조율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帯一路) 구상을 사실상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합에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자본국가들도 합류할 예정이다. 이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분쟁을 경제 해법으로 풀고, 중국의 자원 외교를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MS의 경고 "서방 밖은 이미 중국판… 딥시크의 영토 확장"
미국이 공급망 통제에 힘을 쏟는 사이, 중국은 AI 서비스 시장에서 실질 영토를 넓히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3일 마이크로소프트(MS) 자체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서방 밖 시장에서 미국 기업을 따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FT와 한 인터뷰에서 “1년 전과 달리 중국은 경쟁력 있는 오픈소스 모델을 보유했다”며 “중국 정부가 주는 보조금 덕분에 미국 기업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짚었다.
MS가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딥시크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AI 시장의 18%, 짐바브웨 시장의 17%를 차지했다. 미국의 제재로 서방 기술 접근이 막힌 국가에서는 시장 지배력이 더욱 높다. 딥시크의 시장 점유율은 벨라루스 56%, 쿠바 49%, 러시아 43%에 이른다.
'프리미엄' 미국 vs '보급형' 중국… 벌어지는 AI 격차
이러한 현상은 미·중 양국의 엇갈린 AI 전략에서 비롯한다. 오픈AI(OpenAI), 구글(Google)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고성능·고비용의 폐쇄형 모델을 개발해 선진국 기업 고객(B2B)을 겨냥했다. 반면 딥시크 등 중국 기업은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무료’ 혹은 ‘초저가’ 오픈소스 모델을 신흥국에 뿌리는 전략을 택했다.
가나 싱크탱크 이마니(Imani)의 브라이트 시몬스 부회장은 “아프리카인들은 값비싼 서방 솔루션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오픈소스인 메타의 라마(Llama)를 쓰거나 중국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이 전 세계적인 ‘AI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MS 보고서를 보면 2025년 4분기 기준 ‘글로벌 노스(선진국)’의 AI 사용률은 25%인 데 비해, ‘글로벌 사우스’는 14%에 그쳤다.
스미스 사장은 “우리가 증가하는 AI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남북 간 경제 격차는 더욱 굳어지고 커질 것”이라며 “서방이 아프리카 등 젊은 인구가 급증하는 지역을 외면한다면 미래 세계 주도권을 잃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급망 요새화 대(對) 데이터 영토 확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공급망 요새화’와 ‘데이터 영토 확장’의 대결 양상으로 흐를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 등 반도체 강국과 결속해 중국의 ‘AI 굴기’에 필요한 하드웨어 접근을 원천 봉쇄하려 한다. 이에 맞서 중국은 하드웨어 열세를 소프트웨어 확산으로 만회하려 한다.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에 자국 AI를 탑재해 신흥국 사용자 데이터를 선점하고, 장기적으로 중국식 기술 표준을 심으려는 전략이다.
서방의 기술 통제가 강해질수록 신흥국들이 중국 기술에 더욱 기대게 되는 ‘역설’도 우려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팍스 실리카’가 단단해질수록, 그 성벽 밖에서는 중국 주도의 독자적인 디지털 생태계가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