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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RAM 가격 91% 폭등…AI 데이터센터 메모리 싹쓸이에 구리·주석 가격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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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RAM 가격 91% 폭등…AI 데이터센터 메모리 싹쓸이에 구리·주석 가격 급등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AI 서버용 HBM·DDR5에 생산 집중…소비자용 반도체 공급 급감
레노버·델·HP, PC 가격 15~20% 인상 예고…IDC "PC 시장 최대 9% 위축" 경고
AI 데이터센터의 폭발하는 메모리 수요가 소비자용 RAM과 SSD 공급을 고갈시키면서 올해 1분기 RAM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최대 91% 폭등했다. 여기에 구리와 주석 등 전자기기 핵심 원자재 가격까지 동반 급등하면서 PC와 IT 기기 전반의 가격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AI 데이터센터의 폭발하는 메모리 수요가 소비자용 RAM과 SSD 공급을 고갈시키면서 올해 1분기 RAM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최대 91% 폭등했다. 여기에 구리와 주석 등 전자기기 핵심 원자재 가격까지 동반 급등하면서 PC와 IT 기기 전반의 가격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AI 데이터센터의 폭발하는 메모리 수요가 소비자용 RAMSSD 공급을 고갈시키면서 올해 1분기 RAM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최대 91% 폭등했다. 여기에 구리와 주석 등 전자기기 핵심 원자재 가격까지 동반 급등하면서 PCIT 기기 전반의 가격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RAM 가격은 전 분기 대비 80~90% 치솟아 메모리 시장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노트북용 8GB DDR4 RAM은 지난해 말까지 약 35% 오르는 데 그쳤으나, 올해 들어 석 달 만에 91%나 뛰었다. SSD의 핵심 부품인 NAND 메모리 칩 가격도 약 100% 올라 저장장치 비용이 두 배로 늘었다. DDR5 RAM 모듈 역시 많은 제품군에서 두 배 넘게 가격이 뛰었다.

AI가 만든 '제로섬 게임'…메모리 생산의 70%를 데이터센터가 삼킨다


베트남 경제매체 카페에프(CafeF)9(현지시각) 이번 메모리 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수요 폭발을 꼽았다. 대형 언어모델(LLM)을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메모리 용량과 초고대역폭을 필요로 한다.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올해 전체 메모리 하드웨어 생산량의 최대 70%를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 아브릴 우(Avril Wu) 수석 부사장은 "메모리 분야를 거의 20년 동안 추적해왔는데,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가장 극단적인 시기"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세계 실리콘 웨이퍼 생산능력의 영구적이고 전략적인 재배치"로 규정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수익성이 높은 HBM(고대역폭메모리)DDR5 서버용 메모리에 클린룸과 설비투자를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기기에 쓰이는 메모리 공급이 크게 줄었다. IDC는 올해 D램과 낸드 플래시 공급 성장률이 각각 16%, 17%에 그쳐 과거 평균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론은 PC 이용자에게 친숙한 크루셜(Crucial) 브랜드의 소비자용 메모리 소매 사업에서 철수하고, 기업 및 데이터센터 고객에게 자원을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킹스턴(Kingston)의 데이터센터 SSD 사업 담당 매니저 캐머런 크랜달(Cameron Crandall)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지난해 1분기 대비 NAND 웨이퍼 가격이 246% 올랐다""29년간 킹스턴에서 근무했지만, NAND 웨이퍼 가격이 이렇게 빠르게 오른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PC 시장 최대 9% 위축…레노버·델 등 15~20% 가격 인상 경고


메모리 가격 폭등의 여파는 완제품 시장으로 곧바로 번지고 있다. IDC는 올해 PC 시장이 최악의 경우 전년 대비 8.9%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C 평균 판매가는 비관 시나리오에서 6~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레노버, , HP, 에이서, 에이수스 등 주요 PC 업체는 이미 고객에게 15~20%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계약 조건을 재조정하고 있다.

카페에프에 따르면, 일부 노트북 업체는 판매가를 맞추기 위해 기본 사양을 16GB에서 8GB RAM으로 낮추거나, RAM을 빼고 본체만 판매하는 이른바 'BYORAM(Bring Your Own RAM)'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소비자가 메모리를 따로 구매해 직접 장착하는 방식이다. IDC 리서치 매니저 지테시 우브라니(Jitesh Ubrani)"메모리 가격 안정은 빨라야 2027년 말에나 가능하다""가격이 더 오르지 않는다는 뜻이지, 내려간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PC 출하량이 9% 줄면 약 26000만 대로, PC 역사에서 가장 부진했던 2023년 수준으로 후퇴한다.

구리 50%·주석 80% 급등…PCB·쿨링·전원장치 도미노 인상


메모리에 이어 원자재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IT 하드웨어 시장의 비용 압박이 더 커지고 있다. 폴란드 IT 전문매체 텔레폴리스(Telepolis)는 지난 7일 구리와 주석 가격 급등이 PC 부품 시장에 또 다른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쿨링 전문기업 서멀그리즐리(Thermal Grizzly) 대표이자 유명 유튜버인 로만 하르퉁에 따르면, 구리 1톤 가격은 1년 새 약 50%(달러 기준) 올라 13000달러(1890만 원)를 웃돌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는 올해 초 톤당 13300달러(1940만 원) 넘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주석 가격은 같은 기간 달러 기준 약 80% 급등했다. 프랑스 신용보험사 코파스(Coface)에 따르면, 주석 가격은 전년 대비 70% 올라 톤당 5만 달러(7290만 원)에 이르렀다. 코파스는 올해 주석 시장이 2021년 이후 처음으로 공급 부족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구리는 인쇄회로기판(PCB) 배선, 히트싱크, 워터블록 등에, 주석은 전자기기 납땜(솔더링)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독일 수냉 쿨링 업체 알파쿨(Alphacool)은 이달 말까지 전 제품 가격을 5~10% 올린다고 발표했다. 알파쿨은 유해물질제한지침(RoHS) 규격 무연 솔더링용 히트싱크 가격이 "거의 세 배" 올랐다고 밝혔다. 하르퉁은 미국 정부의 관세 위협 때문에 미국 기업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구리와 주석을 대량 사재기하면서 현지 부족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상반기 구리 가격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미국이 오는 중반 15% 관세를 발표할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스마트폰·태블릿까지 확산…"낸드 부족 10년 갈 수도"


메모리 가격 폭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올해 IT 기기 구매 비용 상승은 PC를 넘어 스마트폰, 태블릿, TV, 게임 콘솔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IDC는 스마트폰 시장도 비관 시나리오에서 최대 5%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가 6.9%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지속하는 한 메모리와 원자재 공급 부족이 구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낸드 컨트롤러 최대 기업 파이슨일렉트로닉스(Phison Electronics) 최고경영자(CEO)"낸드 공급 부족이 앞으로 10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나, 그 혜택은 대부분 기업용 시장에 돌아갈 것으로 보여 소비자 시장의 공급 부족 완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