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메타 등 설비투자 200조원 육박…HBM·DDR5 넘어 범용 메모리까지 ‘공급 비상’
‘빅3’ 사재기 차단 공조에 가격 급등세…DRAM 분기 상승폭 60% 달해
‘에지 AI’ 확산으로 온디바이스 수요 가속…반도체 수급 불균형 장기화 전망
‘빅3’ 사재기 차단 공조에 가격 급등세…DRAM 분기 상승폭 60% 달해
‘에지 AI’ 확산으로 온디바이스 수요 가속…반도체 수급 불균형 장기화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4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와 톰스하드웨어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폭발적인 인프라 확충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공급자가 가격과 물량을 결정하는 완벽한 ‘판매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됐다.
이미지 확대보기빅테크 AI 투자 ‘광풍’…메모리 수급 균형 붕괴
미국과 중국의 기술 거인들은 투자자들의 수익성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AI 설비투자(CAPEX) 규모를 파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4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 분석에 따르면, 메타(Meta)는 올해 설비투자액을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려 최대 1350억 달러(약 195조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테슬라 역시 전기차 제조사에서 로봇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며 투자액을 지난해 85억 달러에서 올해 200억 달러(약 12조~29조 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강자들도 지갑을 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분기에만 전년 대비 66% 급증한 375억 달러(약 54조 원)를 지출했다. 중국에서도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올해 AI 기반 시설 구축에 1600억 위안(약 33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알리바바는 향후 3년 투자계획을 최대 4800억 위안(약 100조 원)까지 상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막대한 자금은 결국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서버용 DRAM 수요로 수렴된다. 재키 수 에이수스(ASUS) 수석 부사장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여전해 거품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6년분 HBM 생산 능력이 이미 완판됐다고 밝혀 시장의 공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뒷받침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사재기' 막는 메모리 빅3…주도권 잡은 칩메이커
공급 부족이 심화하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는 고객사들의 물량 선점을 차단하기 위해 주문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톰스하드웨어는 지난 3일 이들 3사가 협력해 고객사의 '메모리 사재기(hoarding)'를 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주문 투명성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유통 물량을 제한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제조사가 정확한 수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설비투자를 진행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공급 안정화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사가 주문을 선별해서 받는 '갑'의 위치에 섰음을 의미한다"면서 "삼성전자는 현재 서버용 제품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고, PC와 모바일 고객은 후순위로 밀려난 상태"라고 말했다.
'에지 AI'와 '피지컬 AI'가 만드는 새로운 시장
메모리 수요의 축이 데이터센터를 넘어 스마트폰·PC 그리고 로봇으로 확산하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닛케이아시아는 2026년을 '에지 AI(기기 자체 AI)'의 변곡점으로 꼽았다. 클라우드에 연결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열리면서 스마트폰과 PC에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레노버와 퀄컴 등 주요 기기와 칩셋 제조사들은 올해 AI PC와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 공장 자동화,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영역이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했다. 반도체 설계 자산(IP) 기업 암(Arm)의 드루 헨리 부사장은 "물리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AI의 확산은 더 많은 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시장의 열기는 매우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공급난의 그림자…구형 메모리 부족과 가격 강세
시장의 눈은 이제 중국의 추격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증시와 업계 분석에 따르면 중국 창장저장(YMTC)의 생산능력 확대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대만 매체 CM미디어는 지난 3일 양쯔강저장(창장저장)이 우한 신공장을 조기 가동하더라도 글로벌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그 이유는 '생산 능력의 쏠림'에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선두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HBM과 선단 공정(DDR5 등)에 생산 라인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구형(Legacy)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줄어드는 구조적 결핍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글로벌 낸드 생산량 증가율은 과거 30% 수준에서 10~15%로 급락할 전망이다.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일반 D램 계약 가격이 전분기보다 최대 60%, 낸드플래시는 최대 3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헨리 황 마이크론 벤처스 이사는 "모든 에지 AI의 성장은 결국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으로 연결된다"며 메모리 시장의 동반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2026년 반도체 시장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효율적으로 공급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이 불러온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공급망의 질서 있는 성장을 주도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 가도를 달릴 기회를 맞이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