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설치량 29만5000대 사상 최대·누적 보유 200만 대 돌파…IFR "전례 없는 속도"
실전 투입→데이터→재설계 '초고속 피드백 루프'…하드웨어 넘어 지능 경쟁 본격화
국내 협동로봇 4사 실적 부진 속 산업연구원 "한·중 경쟁, 기술 추격 단계 넘어 생태계 구조 전쟁으로“
실전 투입→데이터→재설계 '초고속 피드백 루프'…하드웨어 넘어 지능 경쟁 본격화
국내 협동로봇 4사 실적 부진 속 산업연구원 "한·중 경쟁, 기술 추격 단계 넘어 생태계 구조 전쟁으로“
이미지 확대보기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 부대 행사장에 중국 로봇 기업 4곳이 나란히 부스를 차렸다. 유니트리(Unitree), 푸리에(Fourier), 레주(Leju), 화웨이(Huawei). 불과 2년 전만 해도 국내 전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이름들이다.
중국산 로봇이 논문과 공장을 넘어 한국의 전시장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온 셈이다. 그 배경에는 냉엄한 수치가 자리한다.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2일(현지시각), 국제로봇연맹(IFR)의 '2025 세계 로봇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산업용 로봇 누적 보유량이 200만 대를 넘어서며 전 세계 총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로봇 굴기(崛起)'가 구호에서 수치로, 수치에서 현실로 탈바꿈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10년 만에 두 배... IFR이 확인한 중국의 양적 압도
IFR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량은 54만2000대였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그런데 이 54만2000대 가운데 중국 한 나라의 몫이 29만5000대였다. 전 세계 신규 설치의 54%를 혼자 가져갔다는 뜻이다. 2023년보다 7% 늘어난 역대 최대치이기도 하다.
누적 보유량 수치는 더 인상적이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 보유 대수는 2024년 200만 대를 넘어섰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총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 공장에서 돌아가고 있다는 계산이다.
IFR의 다카유키 이토(Takayuki Ito) 회장은 "중국은 제조 자동화에서 앞서 나가며 세계 로봇 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로봇 보유 확대와 공장 현대화 속도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WEF)도 보고서에서 "전 세계에 설치되는 산업용 로봇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중국에서 가동된다"며 "중국은 2013년부터 줄곧 세계 최대 로봇 시장"이라고 못 박았다.
산업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2024년 로봇 산업 매출은 2400억 위안(약 50조 원)에 달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8% 늘었고,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37만 대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 속도가 설치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로봇 산업이 외형 성장을 넘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억 달러 돌파한 휴머노이드... 하드웨어에서 지능으로
양적 팽창의 끝자락에서 중국이 다음 전선으로 정조준한 분야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2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 매출이 처음으로 5억 달러(약 7200억 원)를 넘어섰다.
전 세계 300개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가운데 중국의 아지봇(AGIBOT), 유니트리, 유비테크(UBTECH) 등 상위 3개사가 이 매출의 56%를 차지했다.
유비테크는 2025년 말 기준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Walker) S2'의 누적 출하량이 1000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2026년 연간 생산 목표는 1만 대다.
아지봇은 2025년 출하량이 5100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6년에는 수만 대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단일 기업 차원에서도 이미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한 사업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 흐름을 견인하는 것은 단순한 생산 능력이 아니다. 딥로보틱스(Deep Robotics)의 CTO 리차오(Li Chao)는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2025년을 기점으로 보행 로봇은 하드웨어 문턱을 넘었다"며 "이제 물음은 움직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규모를 키우고, 비용을 낮추고, 얼마나 안정적이냐"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는 면에서 오늘날의 로봇은 여전히 다소 부족하다"고도 했다. 하드웨어 경쟁이 일단락되고 지능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완성도'보다 '속도'... 실전이 곧 훈련장인 생태계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차이나 휴머노이드 컨퍼런스'에 참석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 기업들의 전략을 이렇게 정리했다.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보다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확산시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로봇에서 수집되는 실제 데이터와 인터넷 데이터, 합성 데이터를 결합해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실전 투입→데이터 수집→재설계로 이어지는 초고속 피드백 루프, 그것이 중국 로봇 산업의 실제 엔진이라는 설명이다.
실전 투입 현장은 다양하다. 4족 보행 로봇은 험준한 지형에서 전력 설비를 점검하고, 물류 로봇은 소포 분류와 운반을 맡는다.
가정용 서비스 로봇은 정리·청소 작업을 학습 중이다. 이 모든 환경에서 로봇들은 유용한 일을 하는 동시에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리차오 CTO도 "산업 고객은 로봇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 피드백 루프를 뒷받침하는 생태계 규모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에는 휴머노이드 완성기 업체가 약 160개, 핵심 부품 공급망 기업은 600개 이상이라며 로봇 관련 기업까지 포함하면 1만개 이상이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저우 실체 지능 파일럿 기지의 리싱텅(Li Xingteng) 부총경리는 신화통신에 "실체 지능 경쟁의 승부는 단일 기술 돌파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탄탄함에서 갈릴 것"이라며 "22개의 주요 오픈소스 데이터셋을 모아 개별 기업의 데이터 수집 부담을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딥로보틱스는 현재 50개국이 넘는 지역에서 1200개 이상의 산업 분야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비테크는 유럽 항공 대기업 에어버스(Airbus)와 휴머노이드 로봇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세계 1위 밀도의 역설...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압박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의 위상은 결코 낮지 않다. 제조 현장의 로봇 밀도-근로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대수-는 1012대로 전 세계 1위다. 전체 제조용 로봇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5.8%로 세계 4위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직접 지분을 투자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앞세워 서비스 로봇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로봇 산업이 처한 현실은 이 수치만큼 밝지 않다.
삼일PwC가 최근 내놓은 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등 국내 협동로봇 4개사는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와 규모의 경제 미실현으로 2024년 말 현재까지 재무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로봇 밀도 세계 1위 국가에서 정작 로봇을 만드는 기업들이 적자 수렁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역설적 구도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달 발표한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방향' 보고서는 이 구도의 구조적 뿌리를 짚었다. 제품 개발·설계 역량에서는 한국이 근소하게 앞서지만 조달·생산·해외시장 창출 부문에서는 모두 중국이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에서는 한·중 산업 경쟁은 이제 단순한 기술 추격 단계를 넘어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 시장을 포함한 구조적 경쟁 단계로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국내 현장에서도 같은 위기감이 감지된다. 라온테크의 김원경 대표는 지난해 12월 로봇신문 주최 CEO 간담회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 속에 우리 로봇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내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한데 아직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계 중국 전문가는 이날 서울 행사에서 지금 휴머노이드 산업에 뛰어든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길어봐야 10년 업력을 가진 신생 기업들이라며 중국의 대형 제조기업이나 자동차 기업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대기업들이 본격 진입하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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