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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유럽 제친 中 ‘로봇 굴기’ …휴머노이드 시장 80%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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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유럽 제친 中 ‘로봇 굴기’ …휴머노이드 시장 80% 독식

중국,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80% 장악…'기술' 넘어 '양산'으로 서구권 압도
상하이 스타트업 ‘애지봇(AgiBot)’ 출하량 31%로 세계 1위…테슬라 ‘옵티머스’는 5% 머물러
공급망 수직계열화로 서구권 대비 ‘3분의 1’ 가격…한국, 특화 시장 선점 전략 절실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80%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80%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이미지=제미나이3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해 기술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서구권과 달리 중국은 정부의 전폭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 공정을 표준화하고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해 시장을 선점했다.

폴란드 기술 전문 매체 칩(CHIP)은 지난 6일(현지시각)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압도적인 선두로 올라섰으며, 미국과 유럽, 일본과의 격차를 벌리며 새로운 패권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상하이 스타트업의 역습…애지봇·유니트리 등 중국 기업 '톱 5' 휩쓸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설치 대수는 약 1만 6000대로 이 가운데 80% 이상이 중국산이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애지봇(AgiBot)은 설립 2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31%를 기록하며 1위에 올라섰다. 애지봇의 뒤를 이어 항저우의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점유율 27%로 2위를 차지했다.

선전의 유비텍(UBTech), 러주 로보틱스(Leju Robotics)가 그 뒤를 이으며 상위권을 형성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Tesla)의 '옵티머스(Optimus)' 프로젝트는 점유율 약 5%로 5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쳐,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밀리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세계 10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중 6곳이 중국 기업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단순한 기술 추격을 넘어 제조 생태계 전반을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기업인 테슬라, 피규어 AI(Figure AI),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 등은 지난해 각각 150대 안팎을 공급하는 데 머물렀으며, 이들의 합계 점유율은 세계 시장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국가 전략'이 만든 격차…특허 수 미국보다 5배 많아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독주 비결로 '상업화에 최적화한 국가 전략'을 꼽는다. 중국 정부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분석한 통계를 보면, 2020년부터 중국 기업이 출원한 휴머노이드 관련 특허 수는 미국 기업보다 5배나 많다. 이러한 지식재산권 확보는 신모델 출시 속도를 높이고 제작 비용을 낮추는 핵심 동력이 됐다.

실제 산업 현장 투입도 빨라지고 있다. 애지봇과 유니트리는 최근 중국 국영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China Mobile)과 총 1800만 달러(약 260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애지봇은 정밀 부품 기업인 푸린 프레시전(Fulin Precision) 공장에 로봇 100여 대를 배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실질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성비’ 중국 vs ‘고지능’ 서구권…샌드위치 된 한국의 생존 전략


중국과 서구권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단순한 기술력의 차이가 아닌 ‘공급망 장악력’과 ‘상업화 속도’에서 기인한다.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휴머노이드 공급망에서 이탈할 경우 테슬라 ‘옵티머스’의 핵심 부품인 관절 액추에이터 생산 원가는 대당 2만 2000달러(약 3000만 원)에서 최대 5만 8000달러(약 8400만 원)로 약 3배 폭등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로봇 손과 센서 등 핵심 부품의 55%를 내재화하며 ‘가격 파괴’를 주도하는 동안, 미국과 유럽은 범용 인공지능(AGI)을 결합한 ‘고지능 로봇’ 개발에 주력하며 대당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 이상의 고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구도 속에서 한국 로봇 산업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지난달 열린 CES 2026에서 최고 로봇상을 수상하며 압도적인 기술력을 증명했으나,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AI 생태계 사이에서 실질적인 양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로봇 업계는 한국은 중국이 장악한 저가 시장 대신 고정밀 제조나 의료 등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특화 시장(Vertical Market)’을 먼저 선점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은 우수한 하드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고, 정부의 금융 지원과 민간의 양산 경험을 결합한 ‘K-로봇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해야만 글로벌 로봇 패권 경쟁에서 유의미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