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에 시카고 대두 톤당 441달러 돌파, 국제 투기 자금 '가치 보전' 행렬
국내 도입 원유 70% 중동산·호르무즈 통과분 95%…한국, 에너지 가격 연쇄 상승 직격권
국내 도입 원유 70% 중동산·호르무즈 통과분 95%…한국, 에너지 가격 연쇄 상승 직격권
이미지 확대보기아르헨티나 경제 전문매체 라나시온은 7일(현지시각)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 이후 국제 투기 자금이 원자재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대두 선물가격이 2024년 5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 이상이 지나는 이 해협이 사실상 닫히자, 에너지에서 곡물까지 원자재 전반이 동시에 치솟는 '무중력 장세'가 펼쳐졌다.
유가 급등이 불붙인 원자재 동반 상승
시카고 대두 5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1톤당 7달러 90센트 오른 441달러 20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7월물도 7달러 53센트 오른 445달러 70센트를 기록했다.
옥수수 5월물은 2025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1톤당 181달러 29센트(2달러 76센트 상승)로 올랐고, 캔자스 밀 5월물도 11달러 39센트 상승한 229달러 10센트로 장을 마감했다.
상승의 시발점은 원유 시장이었다. 브렌트유 기준 국제 유가는 지난 한주 동안 28% 급등해 배럴당 92달러를 돌파했다.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 역시 금요일 한때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한 주 동안 35% 폭등하면서 1983년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기록할 기세였다.
곡물 컨설팅 및 분석 회사인 AZ-Group의 니콜라스 우다퀴올라 대표는 라나시온에 "유가 상승과 국제 운임 급등에 따른 미래 물가 상승을 대비한 가치 보전 차원에서 원자재 시으로 자금이 역동적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공격이 본격화된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시장을 직격했고, 이것이 대체재인 식물성 기름 시장으로 파급돼 대두 수요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시장 분석가 게르만 이투리사는 해당 매체에 "이날 장은 마치 중력이 사라진 것 같았다. 모든 원자재가 동시에 위로 끌려 올라갔다"고 묘사했다.
그는 "이 수준의 불확실성 속에서 많은 운용사가 주말을 앞두고 손실 방어 포지션을 구축하는 방향을 택했다"고 전했다.
이투리사는 운용사들 사이에서 공유된 추정치를 인용하며 "이번 사태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이 하루 700만~1천100만 배럴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시장에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동맥 막히자 식량 가격도 '위험 프리미엄' 올라탔다
이번 곡물 가격 급등은 수요·공급 펀더멘털보다는 에너지 쇼크가 원자재 시장 전체를 옥죄는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국 해상무역기구(UKMTO)가 인용한 연합해양정보센터(JMIC) 집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 수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시작된 2월 28일 50척에서 3월 1일 3척, 2일 3척으로 급감했고, 3일에는 단 한 척도 통과하지 않았다.
유조선뿐 아니라 비료 원료 선박까지 발이 묶이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에너지 가격에 더해 식량 생산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농업시장 분석가 파울리나 레스카노는 라나시온에 "유가가 2월 27일 이후 25~30% 급등하는 동안 시카고 대두는 같은 기간 3% 오르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카고 가격에는 투기 펀드의 기대치가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고, 실물 시장은 수확 시기와 물류, 국내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시카고 가격 급등이 실제 농가 수취 가격으로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그는 "비료, 특히 요소비료 가격은 국제 원자재 흐름을 즉각 반영하며 큰 폭으로 올랐다"고 덧붙였다. 투기 자금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안 정작 생산 비용을 높이는 비료 가격도 함께 치솟고 있어 농가의 체감 부담은 이중으로 커지는 구조다.
생산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대두 수확은 강우로 일부 지연됐으나 민관 합산 예측치는 1억 7천600만~1억 8천400만 톤 범위로 평균 1억 8천만 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10일간 산타페·코르도바·부에노스아이레스 북부에 비가 내렸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남부는 여전히 심각한 물 부족 상태다. 수확량을 최종 결정할 핵심 한 달이 남아 있어 시장의 시선이 여기에 쏠린다.
'에너지 동맥' 한 곳에 쏠린 한국, 곡물 가격 연쇄 상승 무풍지대 아니다
한국은 원유의 70.7%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이 가운데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대신 우회 항로를 이용할 경우 해상 운임은 기존보다 최대 50~80%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운임 상승은 에너지를 넘어 식량 수입 비용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증권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봉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보다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원유와 가스는 물론 석유 제품, 비료 가격이 단기간 급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료 가격 상승은 국제 곡물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국제 곡물 가격을 높이는 구조로 이어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지정학적 충돌은 에너지와 공급망을 흔들며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봉쇄 이전까지 국제 곡물 시장은 브라질 대풍작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상대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지금 시카고 대두가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수급 변화가 아니라 에너지 위기가 원자재 시장 전체를 끌어올린 '지정학적 프리미엄'의 결과다.
사태 장기화 여부에 따라 곡물 가격의 추가 상승 폭이 결정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