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A, 기준금리 0.25%p 전격 인상… 미-이란 전쟁 여파에 ‘울며 겨자먹기’ 긴축
유가 100달러 돌파에 기대인플레이션 6.7% ‘비상’… 경기침체 무릅쓴 선제 타격
5월 추가 인상설 확산 속 2025년 금리 인하분 모두 반납… 가계 부채 ‘임계점’
유가 100달러 돌파에 기대인플레이션 6.7% ‘비상’… 경기침체 무릅쓴 선제 타격
5월 추가 인상설 확산 속 2025년 금리 인하분 모두 반납… 가계 부채 ‘임계점’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7일(현지시각) 야후 파이낸스와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의 보도와 호주 현지 금융권의 반응을 확인한 결과, 호주 중앙은행(RBA)은 통화정책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4.1%로 25bp(1bp=0.01%p) 인상했다.
이는 지난달에 이은 연속 인상으로, 중동발 공급망 충격이 국내 물가를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차단하겠다는 미셸 불록 RBA 총재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제3차 걸프전 공포에 '오일 쇼크' 현실화… 기대심리 꺾기 주력
이번 RBA의 결정은 단순히 국내 경기 상황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제3차 걸프전'으로 불리는 미-이란 전쟁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2주 사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50% 이상 급등하자, 호주 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58센트가량 추가 상승하는 등 물가 압력이 극에 달한 상태다.
미셸 불록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료 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경제 전반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착시키지 못하게(unanchored) 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호주의 주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6.7%까지 치솟으며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RBA는 현재 3.8%인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3%대로 되돌리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늦어질 것으로 보고, 실업률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금리라는 '단일 도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처지를 분명히 했다.
'5대 4' 팽팽한 이사회… 경기 침체와 물가 안정 사이의 도박
이는 호주 경제 사령탑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이 가져올 경기 침체(Recession) 공포가 상당함을 시사한다.
4명의 위원은 중동 상황의 가변성을 고려해 5월까지 데이터를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펼쳤으나, 불록 총재를 포함한 다수파는 "인플레이션이 우리 경제의 섬유(fibres) 속에 박히면 훨씬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에너지 공급 쇼크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JP모건의 벤 자먼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상황은 순수한 공급 측면의 충격으로, 글로벌 성장이 뒷받침되던 과거와는 다르다"며 "강경한 긴축이 자칫 고물가 속 경기 침체인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짐 찰머스 호주 재무장관 역시 "이번 인상이 호주 가계에 줄 고통은 매우 실질적이며, 글로벌 경제 압력이 매우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한국 경제에 던지는 경고장… ‘에너지 취약성’ 대비해야
호주의 이번 '나홀로 인상'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는 자원 부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선제적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중동발 유가 상승이 단순한 일시적 요인이 아닌,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거나 오히려 인상을 고민하게 만드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호주의 사례는 유가 급등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중앙은행이 경기침체를 무릅쓰고라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며 "한국 역시 수입 물가상승에 따른 금리 하방 경직성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호주는 지난 2025년에 단행했던 세 차례의 금리 인하 효과를 단 석 달 만에 모두 되돌릴 위기에 처했다.
주요 4대 은행들은 RBA가 오는 5월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가 4.35%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동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한, 호주 가계의 이자 부담과 경기 위축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RBA의 결단은 물가라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침체라는 숲으로 걸어 들어가는 형국이다. 우리 금융당국 역시 이 '호주발 경고음'을 남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