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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권력지도] AI 반도체 경쟁, 협력과 견제 공존…"경계 무너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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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권력지도] AI 반도체 경쟁, 협력과 견제 공존…"경계 무너진 시장”

빅테크·완성차, 협력과 ‘선별적 내재화’ 병행… ‘칩-플랫폼’ 결합 생태계 장악이 핵심
삼성 ‘설계~양산 통합 솔루션’ 반격… SK ‘메모리 초격차’·확장 전략 시험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 사진=삼성전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반도체 기업과 빅테크, 완성차 업계까지 확산되며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AI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칩 성능을 넘어 플랫폼과 제조 역량이 결합된 복합 경쟁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경쟁의 본질을 '칩'과 '플랫폼'의 유기적 결합에서 찾았다. 김 연구원은 “현재 AI 반도체 경쟁은 칩 자체의 성능을 넘어 이를 구동하는 플랫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결국 고성능 칩이라는 필수 기반 위에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생태계를 누가 장악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 간 경계도 흐릿해지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변화의 파고가 완성차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테슬라가 자체 칩 생태계를 구축하며 앞서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향후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기업 간 관계가 더 이상 공급자와 수요자로만 나뉘지 않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완성차 기업의 반도체 진출이 기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김 연구원은 “테슬라가 개발하는 AI칩은 메모리 반도체와는 다른 영역으로, 기존 메모리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반면 이 교수는 “테슬라의 반도체 내재화 시도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까지 자극해 유사한 움직임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이 경우 기존 반도체 기업 중심의 공급망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메모리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과 관련해 “과거 HBM3E까지의 시장 대응에서 밀렸던 것은 기술력 부족보다 주요 고객사 확보 타이밍의 문제였다”며 “차세대 판세인 HBM4에서는 AMD, 오픈AI 등과의 협력 관계를 발판 삼아 고객군을 확대하며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향후 AI 반도체 기술이 메모리와 비메모리 공정의 결합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며 삼성전자의 ‘종합 솔루션’ 역량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AI 반도체는 메모리와 로직이 함께 구현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통합 역량이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현재의 HBM 선점 효과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HBM 이후에도 다양한 AI용 메모리 기술이 이어지는 만큼 메모리 영역에서의 경쟁력 확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 역시 “장기적으로는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영역까지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메모리 중심 구조를 넘어 사업 확장 가능성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술 격차 확보는 갈수록 거세지는 외부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AI 반도체의 군사적 가치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집중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 교수는 “중국은 국가적 지원과 자본을 기반으로 빠르게 추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같은 흐름 속에서 기술 경쟁의 초점도 변화하고 있다. 설계와 성능 경쟁을 넘어 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내는양산 기술 함께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수는차세대 경쟁은 기술 개발과 양산 역량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수율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해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결국 승부를 가를 이라고 진단했다.


이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unda9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