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사회 부의장 "협상 진전 제로"…유럽 2위 철강사 TKSE 매각 불투명
연금부채 4조 3500억원·추가 감원 충돌…올해 순손실 최대 1조 3900억원 전망
연금부채 4조 3500억원·추가 감원 충돌…올해 순손실 최대 1조 3900억원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인도 진달 스틸 인터내셔널(Jindal Steel International)을 상대로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인수 협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의에 대한 답변이 반복적으로 미뤄지자, 마침내 독일 노동계 최고위직 인사가 공개 경고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0일(현지시각) 티센크루프 감독이사회 부의장 위르겐 케르너(Juergen Kerner)가 "협상이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이 불확실한 상태를 몇 달씩 견딜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석 달째 침묵하는 진달…노조, 공개 경고장 꺼내들다
케르너 부의장은 "직원 대표단이 협상을 이끌어가기 위해 진달 측에 매우 구체적인 질의 목록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케르너는 성명을 통해 "약속한 답변이 여러 차례 연기됐다. 티센크루프와 진달 간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진달은 지난해 9월 TKSE에 대한 비구속적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고 같은 해 10월부터 실사를 진행 중이다.
티센크루프 측은 진달과의 협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기업 가치 평가, 의무 사항, 미래 투자 등 모든 관련 사항을 논의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구체적인 진전 시기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개 경고가 단순한 노조의 불만 표출이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케르너는 독일 최대 금속노조 IG 메탈의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어, 그의 발언은 사실상 독일 산업 노동계 전체의 입장을 대변한다.
티센크루프 경영진과 노동계가 동시에 압박을 받는 구조 속에서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지난 12일(현지시각) 티센크루프 고위 관계자들이 진달과의 거래 성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짙어지고 있다고 전했으며, 유럽 철강 시장의 장기 침체 속에서 진달이 TKSE를 지원하기 위해 얼마나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보도했다.
4.3조 원 연금부채에 추가 감원 요구…협상 발목 잡는 '삼중 벽’
고용 문제가 가장 첨예하다. 티센크루프는 TKSE의 생산 능력을 25% 줄이고 최대 1만 1000개 일자리를 감축하거나 외주화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IG 메탈 노조와 이미 단체협약으로 확정한 상태다.
그런데 IG 메탈은 진달이 기존 합의를 뛰어넘는 추가 비용 절감을 요구하면서 최대 3000개의 일자리가 더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IG 메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부장 크누트 기슬러(Knut Giesler)는 "구조조정 단체협약의 합의 사항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금부채도 걸림돌이다. TKSE와 연계된 연금부채는 약 25억 유로(약 4조 3500억원)에 이르며, 과거 수차례 매각 시도가 무산될 때마다 반복해서 등장한 핵심 장애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달이 1단계로 TKSE 지분 60%를 취득한 뒤, 나머지 40%를 이후 단계적으로 인수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 압박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티센크루프는 올해 1분기 철강부문 인력 감축을 위해 4억 100만 유로(약 6980억원)를 비용으로 반영해 3억 5300만 유로(약 61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5~2026 회계연도 잉여현금흐름은 3억~6억 유로(약 5200억~1조 원) 적자가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3억 6300만 유로(약 6300억원) 흑자에서 급격히 돌아선 수치다.
유럽 철강 '이중 위기' 속…CBAM이 변수 될 수 있나
이번 매각 협상의 파행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유럽 철강 시장 전반의 구조적 침체다. 유럽 철강업계에서는 "수요와 무역 여건을 고려할 때 2026년 이전에는 터널 끝의 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며, 수입재 비중이 빠르게 오르는 현 구조가 지속되면 구조조정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나마 구원투수로 떠오른 변수가 있다.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CBAM은 수입 제품에 내재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인증서 구매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고탄소 수입 제품에 실질적인 가격 부담을 추가해 역내 저탄소 생산자의 경쟁력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미겔 로페스(Miguel Lopez) 티센크루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EU의 철강 보호 조치가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고 진달과의 협상에서 티센크루프의 입지를 강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CBAM 집행이 느슨하거나 예외 조항이 많을 경우 오히려 역내 생산 기지가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CBAM이 실질적 방어막이 되려면 집행의 엄격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티센크루프는 2019년부터 철강 부문 처분을 추진했지만 타타스틸과의 합작은 EU 규제에 막혔고, 2021년 리버티 스틸과의 협상도 가격 이견으로 좌초됐다. 로페스 CEO는 진달 협상 실패 시 대안이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26개 만에 찾아온 인수 후보, 진달. 그러나 답변 없는 질문지가 석 달째 쌓이는 동안, 2만 6000명의 TKSE 직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어디로 향할지 알지 못한 채 또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진달이 답을 내놓지 않는 한, 티센크루프의 '철강 탈출' 시계는 계속 멈춰 있을 수밖에 없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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