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수(모헤르댄스컴퍼니 예술감독, 한양대 무용학과 교수) 예술감독·안무, 강요찬(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연출, 김보람(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 예술감독) 협력안무
이미지 확대보기3월 13일(금) 일곱 시 반, 14일(토)·15일(일) 다섯 시,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모헤르댄스컴퍼니 주최·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공연예술창작주체·한양대학교 후원, 서연수(모헤르댄스컴퍼니 예술감독, 한양대 무용학과 교수) 예술감독·안무, 강요찬(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연출, 김보람(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 예술감독) 협력안무의 '집 속의 집: 문 밖의 문'이 세 차례 공연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 선정작(다년선정)의 진가를 발휘했다.
‘문 밖의 문’은 ‘다르지만, 다르기에 함께’라는 구호를 내걸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감동을 이었다. 집의 안과 밖에서 이제는 문을 열고 나서 자신을 되돌아보면 집은 더 이상 안정된 틀이 아니라는 의문이 인다. 집의 경계를 통과하는 순간에 주목했다. 한국춤 기반의 모헤르댄스컴퍼니의 미학과 컨템포러리 춤의 최전선에서 독자적인 움직임을 구축해 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만나 서로의 윤곽을 비추고 흔들며 또 다른 집을 짓는다.
'집 속의 집' 연작에서 ‘집’은 고정된 공간을 넘어 의미적 구분을 넘나든다. 병오년의 '집 속의 집: 문 밖의 문'은 개념을 확장하여 물리적 이탈을 시도한다. ‘집 속의 집’은 안무가의 십 년의 시간을 담은 단색화 개념 존중의 한국 창작무용이다. 안무가의 호기심은 앰비규어스라는 타자를 만나 동시대 관객의 격렬한 호응으로 전개된다. BTS가 차용한 전통의 재조명과 궤를 같이한 ‘문 밖의 문’은 차이를 인정한 두 단(團)의 의기투합으로 지어진 집이다.
다른 세계가 만나 움직임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은 긴장과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앰비규어스와의 협업을 통해 이질의 언어와 리듬, 움직임의 감각이 무대 위에서 마주했다. 시각화된 무대, 분주한 조명, 감정을 대변한 음악은 호흡과 긴장의 결까지 다른 두 안무의 세계를 때로는 하나로 겹치고, 때로는 선명한 차이를 드러내며 긴장을 조성했다. 그 충돌과 공존의 과정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르기에 함께'라는 가능성을 발견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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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문 밖의 문’은 아주 상징적인 개념이다. ‘문 밖의 문’은 경계 너머의 또 다른 경계를 의미한다. 인간이 어떤 단계의 인식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밖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깨닫는다. 존재론적 의미에서 문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이다. 그러나 ‘문 밖의 문’은 다음을 암시한다. 세계는 단일한 경계로 끝나지 않는다. 하나의 진리를 통과하면 또 다른 진리의 입구가 열린다. 인간은 끝없는 초월적 과정에 존재한다. 이는 인간 존재의 무한성을 상징한다.
인식론적 의미에서 인간의 지식은 문의 통과와 같다. 첫 이해는 문을 통과하는 것이며, 이해 밖의 또 다른 질문은 또 다른 문이며, 지식은 완결되지 않는다. 이 관점은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들의 ‘존재의 열림’이나 ‘끝없는 물음’과 연결된다. 초월적·종교적 의미에서 문은 구원의 길, 문밖의 문은 궁극적 진리로 가는 더 깊은 단계를 뜻한다. 기독교에서 ‘문’은 종종 구원의 통로이며, 한 문을 지나면 더 깊은 영적 세계가 열린다는 상징이 된다.
신체는 안팎을 구분하는 경계이며 타자를 향해 자신을 개방하는 통로로 작동한다. '집 속의 집' 연작은 한국적 정체성의 경계를 탐색하는 하나의 미학적 실험으로 읽힌다. 여기서 집은 전통과 현대, 개인과 집단, 규범과 일탈이 교차하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곳이다. 이 프로젝트는 반복된 공연 속에서 구조적 밀도를 더하며 내부와 외부의 긴장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축적해 왔다. 타 단(團)과의 협업은 한층 더 과감한 전환을 끌어냈다.
‘문 밖의 문’에서의 조우는 화합이 아닌 서로를 뒤틀리게 반사하는 거울들의 맞부딪힘에 가깝다. 어긋남과 어울림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흐름은 되풀이되는 다른 결을 생성한다. 리듬 인식 방식부터 판이한 두 안무의 언어는 포개졌다가도 틈을 드러내며 미묘한 균열을 이어간다. 치밀하게 축적된 구성과 우연을 수용하는 감각은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리지만, 그 차이 자체가 새로운 형식의 동력이 된다. 이 상호 참조의 과정은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의 지평을 열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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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내면과 외면의 층위 사이를 유영하는 ‘집 속의 집’과, 그 경계를 넘어 타자에게 물음을 던지는 ‘문 밖의 문’은 서로를 비추며 존재의 기반을 흔든다. 두 개념은 고정된 정체성을 균열 내는 힘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공간을 나서서 타인의 공간에 닿는 순간, 안팎을 나누던 단선적 구분은 무효하다. 경계는 소멸과 생성,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다른 질서를 예비한다. 문을 열고 떠나는 행위는 상실이 아닌 타자를 거쳐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창조의 계기로 남는다.
안무가의 사유는 차이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조건으로 수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서로 다른 세계를 오가며 타인의 자리를 감지하는 순간, 그 이동의 궤적 자체가 곧 춤으로 드러난다. 드나듦과 개폐, 해체와 재구성이 반복되는 흐름 속에서 자아와 타자의 경계는 서서히 희미해진다. 나의 공간이 타인의 공간으로 전이되고, 타인의 문턱은 다시 나의 내면으로 이어진다. 이때 집과 문은 정주의 구조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형되는 관계의 장으로 남는다.
모헤르댄스컴퍼니의 작업 방식은 구조적이고 정교한 안무 방식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은 늘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 ‘집을 떠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윤곽이 다시 보인다. 자신과 가장 다른 단체를 찾아 협업을 시도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색을 지우지 않았고, 지울 수도 없었고, 지울 이유도 없었다. 서연수는 동시대 무용 예술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관객이 확장되는 계기가 마련하였다. 참으로 바람직한 태도이다.
'집 속의 집: 문 밖의 문'은 서로 다른 감각과 언어가 만나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직조했다. ’문 밖의 문’은 경계를 넘어설 때마다 또 다른 세계와 마주하게 되는 인간 존재와 인식의 확장을 드러낸다. 끊임없이 확장되는 질문의 장으로 전개되었다. 두 단의 협업은 각기 다른 리듬과 움직임이 충돌하고 교차하면서 긴장과 조화를 동시에 만들어내었다. 자아와 타자, 안과 밖의 구분을 허물며 새로운 관계와 정체성을 생성하는 과정을 춤으로 풀어내었다.
안무가 서연수는 계속해서 다른 방향의 출구와 입구를 만들며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뒤섞고, 나아가 춤이라는 형식 그 자체를 탐구하고 있다. 반복은 남다른 것을 창출하기 위한 전초, 부지런한 계절의 인자(因子)가 낳은 기교, 촘촘히 들어앉은 짜임새는 늘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그녀는 서울의 대극장 세 곳에서 공연을 이음하면서 연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가운데에서 빛나는 창의력을 발휘하여 공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BAK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