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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전력 비상…대만 LNG 재고 11일치, AI 반도체 공급망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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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전력 비상…대만 LNG 재고 11일치, AI 반도체 공급망 흔들린다

중동 분쟁 3주째, 호르무즈 리스크 현실화…엔비디아·AMD 납품 대란 우려
첨단 AI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대만 TSMC가 '전력 절벽'이라는 낯선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나리오가 현실적 위협으로 부상했고, 대만의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이 불과 11일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첨단 AI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대만 TSMC가 '전력 절벽'이라는 낯선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나리오가 현실적 위협으로 부상했고, 대만의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이 불과 11일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첨단 AI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대만 TSMC'전력 절벽'이라는 낯선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중동 분쟁이 3주를 넘기면서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나리오가 현실적 위협으로 부상했고, 대만의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이 불과 11일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Barclays)는 지난 22(현지시각) 보고서에서 "에너지 안보가 곧 반도체 생산 능력의 상한선이 되는 구조"라고 경고했다.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이 실험실이 아닌 원유 수송로에서 열리고 있는 셈이다.

대만의 에너지 취약성.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대만의 에너지 취약성. 도표=글로벌이코노믹


LNG 11일치의 함의…TSMC 한 기업이 대만 전력 10% 소비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팀은 이날 공개한 분석 노트에서 중동발 에너지 차질이 '3주 시차'를 두고 아시아 반도체 거점에 본격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IT 전문 매체 Wccftech가 이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원유·LNG 해상 운송 주기가 통상 3주 안팎인 만큼, 분쟁 초기에 선적된 물량이 소진되는 지금이 실질적인 변곡점에 해당한다.

대만은 탄소 감축 정책의 일환으로 석탄 발전 비중을 꾸준히 축소하고 LNG 발전 비중을 높여왔다. 그 결과 에너지 안보의 무게중심이 고체 연료에서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LNG로 이동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TSMC처럼 전력 소비 밀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첨단 제조 시설은 2~3시간 전력 불안정만으로도 수백억 원 규모의 웨이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력보다 먼저 온다…헬륨·브롬 공급 차단의 '선행 충격'


바클레이스 보고서가 전력 못지않게 심각하게 다룬 변수는 반도체 특수 소재의 공급 차단이다.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생산 라인에는 노광 공정의 헬륨(He), 에칭 공정의 브롬(Br) 화합물 등 중동산 원자재가 필수적으로 투입된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제한될 경우, 전력난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원자재 병목이 먼저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울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헬륨은 극저온 냉각이 필요한 장비에 대체 불가 물질이고, 브롬 기반 식각 가스도 국내 재고 여유가 크지 않아 수입 경로가 막히면 즉각적인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엔비디아·AMD로 번지는 도미노…AI 인프라 투자 전체가 흔들


TSMC 공급망의 균열은 최종 고객사에게 더 치명적이다. 바클레이스는 "TSMC 생산량이 소폭이라도 감소할 경우 엔비디아(NVIDIA)AMDAI 가속기 출하 일정이 전면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엔비디아의 최신 GPU 블랙웰(Blackwell) 시리즈는 TSMC 최첨단 공정에 집중 배치된 상태다. 납품 차질이 발생하면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이 줄줄이 연기될 수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리스크를 "AI 투자 사이클이 처음 맞는 지정학적 시험대"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AI 반도체 시장의 리스크 논의는 수요 둔화 여부에 집중됐지만, 이제는 공급 사슬 뒤편에 잠복해 있던 에너지·원자재 변수가 전면에 등장한 국면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참고할 3가지 신호


첫 번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에너지 자립도'를 지금 당장 재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가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청주 라인은 국내 전력망에 의존하지만, 전력을 생산하는 LNG 발전소의 연료 상당 부분이 중동에서 들어온다. 한국의 LNG 재고 수준이 대만보다 양호하다 해도, 호르무즈 해협 차질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 국내 산업용 전력 비용 급등이라는 간접 충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자체 재생에너지 확보 속도를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헬륨·브롬 등 전략 소재의 '안전 재고' 개념에 대한 재정립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핵심 소재 재고 관리는 통상 수요 예측 기반의 '적시 공급(JIT)' 방식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지정학 리스크가 단기간에 증폭될 경우 JIT 모델은 무력화된다.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헬륨·브롬·네온 등 반도체 특수 가스를 국가 전략 비축 품목으로 편입하고, 비중동권 공급선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세 번째는 TSMC 리스크는 한국 파운드리의 기회이자 도약의 신호라는 점이다.

TSMC의 공급 차질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삼성 파운드리 역시 에너지와 원자재 취약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단기 반사이익에 안주하기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공급 다변화, 원자재 자급화, 공정 내 물질 대체 기술 개발 등 '공급망 면역력' 강화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반도체 패권 경쟁의 축이 기술 혁신에서 에너지·자원 안보로 확장되고 있음을 이번 사태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