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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선박 통제 강화…국적 변경·통행료·호위 통과 체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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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선박 통제 강화…국적 변경·통행료·호위 통과 체계화

지난달 7일(현지시각) 이란 호르무즈 해협의 입구 바로 밖에 위치한 오만 무스카트 해역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7일(현지시각) 이란 호르무즈 해협의 입구 바로 밖에 위치한 오만 무스카트 해역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사실상 통행료를 부과하며 해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선박에는 국적 변경까지 요구하는 등 전쟁 상황 속에서 해협을 ‘통제 구역’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이란 혁명수비대)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요금을 부과하고 우호국 선박에만 통행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한 유조선 운영사는 최근 이란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선박 등록을 변경하고 파키스탄 국기를 달아야 하는 조건이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파키스탄 국적 선박 20척의 통과를 허용했으나 실제 해당 해역에 있는 선박이 부족하자, 파키스탄 정부가 글로벌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들에 임시로 국적을 변경해 운항할 선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 배럴당 1달러 통행료…위안화·가상자산 결제


이란 측과 협상을 위해서는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중개업체를 통해 선박 정보와 화물, 목적지, 승무원 명단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혁명수비대 해군이 해당 선박의 미국이나 이스라엘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뒤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통과가 승인되면 통행료 협상이 시작되며, 원유 운반선의 경우 배럴당 약 1달러(약 1500원) 수준에서 협상이 시작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금액은 위안화나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초대형 유조선(VLCC)은 통상 200만배럴을 적재할 수 있어, 단순 계산으로 한 척당 약 200만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통행료를 지불하면 혁명수비대가 통과 코드와 항로를 제공하며, 선박은 지정된 국가의 국기를 달고 해협에 접근해야 한다. 이후 무선으로 통과 코드를 송신하면 이란 순찰정이 접근해 호위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 “이란 톨게이트” 등장…통행량은 전쟁 전 대비 급감


이 같은 통제 방식은 업계에서 ‘이란 톨게이트’로 불릴 정도로 체계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주일간 해협 통과 선박 수는 소폭 증가했지만 전쟁 이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이란은 자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 선박의 통행을 제한하는 한편, 우호국 선박에는 통과를 허용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란 국가안보위원회는 해협 통과 선박에 요금을 부과하는 법안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 국제법 논란·보험료 급등…해상 리스크 확대


이란의 통행료 부과가 국제법상 정당한지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법상 연안국은 약 22km 범위의 영해에서 선박을 검사할 권한은 있지만 통행료 부과는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이슨 추아 런던시티대 교수는 “이란은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하지만 국제법적으로는 인정되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선박 운영사들은 통행료 지급이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의 제재를 위반할 가능성도 있어 법적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동시에 보험료도 급등해 해협 통과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실제 최근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선박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두바이 인근 해역에서 쿠웨이트 유조선이 공격을 받아 화재와 선체 손상이 발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