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용 절감·장기 경영" 주장에 SEC 화답… 월가 투명성 훼손 논란 맞불
60일 공청 거쳐 위원 과반 표결… S&P 500 지수 산정 방식까지 흔들릴 판
60일 공청 거쳐 위원 과반 표결… S&P 500 지수 산정 방식까지 흔들릴 판
이미지 확대보기CNBC는 6일(현지시각), SEC가 5일(현지시각) 상장 기업들이 기존 분기 보고서(10-Q) 대신 새로운 양식인 반기 보고서(10-S)로 중간 공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칙 개정안을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개정안이 채택되면 반기 보고를 선택한 기업은 한 회계연도에 3건의 분기 보고서와 1건의 연간 보고서를 내는 대신, 반기 보고서 1건과 연간 보고서 1건만 제출하면 된다.
트럼프 첫 임기부터 주창… "경직된 규정이 장기 경영 발목"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8월 첫 임기 때 처음 이 구상을 꺼냈고, 지난해 9월 15일(현지시각)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미국 기업들이 더 이상 분기 보고를 강요받지 않고 반기 보고로 전환해야 한다. 비용을 절약하고 경영자들이 제대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재천명하며 이를 행정부의 핵심 과제로 다시 밀어붙였다.
이에 화답해 폴 앳킨스 SEC 의장은 같은 달 19일(현지시각) CNBC '스쿼크박스(Squawk Box)'에 출연해 규칙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개 확인했다.
앳킨스 의장은 이번 발표 성명에서 "SEC 규정의 경직성이 기업과 투자자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사업 필요에 맞는 중간보고 주기를 선택하지 못하게 막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SEC 공식 성명을 통해 "50여 년 전 제조업 기반 기업들이 주류였던 시대에 만들어진 공시 체계가 2026년 현재 모든 기업에 최적으로 작동한다고 전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은 "분기 보고 의무와 방대한 공시 요구 사항이 맞물리면서 일부 기업이 공개 시장 진입을 꺼리는 부담 요인이 됐다"며 개정안 지지 입장을 밝혔다.
다이먼·버핏 지지 vs "개인 투자자 역차별" 반박 팽팽
미국 재계 주요 인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은 앞서 분기 보고제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분기 실적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장기 전략보다 단기 성과를 우선시하는 경영 문화가 굳어지고, 소규모 기업에는 과도한 비용 부담이 된다는 주장이다.
모닝스타(Morningstar)의 쿠날 카푸어 CEO는 5일(현지시각) 포춘(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모닝스타는 2005년 기업공개(IPO) 이후 20년 넘게 분기 실적 발표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 개혁은 시행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나스닥 역시 별도 백서를 통해 분기 보고가 특히 중소기업에 과도한 시간과 자원을 요구하는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반론도 거세다. 하버드 로스쿨의 존 코츠 교수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상장 기업의 분기 실적은 경제 전체의 기준점이 된다"며 공시 규정이 공개 기업 감소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투자자 권익 단체인 베터마켓(Better Markets)의 벤저민 시프린 증권정책국장은 5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기관이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투자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어렵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나스닥 100 지수는 구성 종목에 분기 보고를 요구하지 않지만, S&P 500 지수는 분기 보고 규정을 두고 있어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요 지수의 산정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할 수도 있다.
60일 공청 후 최종 표결… '반기 자본주의' 현실화 기로
이번 개정안은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 게재일로부터 60일간의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SEC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최종 확정된다. 다만 과거 선례를 볼 때 제안 규칙이 최종 채택까지 통상 2~3년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도입 초기에는 대형 기술주와 우량주(블루칩)는 분기 보고를 유지하는 반면, 중소형 전통 제조업체들이 반기 보고로 먼저 전환하는 양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이미 반기 보고제를 채택했지만,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분기 정보를 계속 공시하고 있어 제도 전환만으로 기업 행동이 바뀌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리서치 업계에서는 분기 데이터가 줄어들면 기업 실적 추세와 위험을 모형화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감소하고, 이는 기관 투자자보다 공시 의존도가 높은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55년간 지켜온 분기 공시 체계를 바꾸려는 이 시도는 단순한 보고 주기 조정을 넘어 자본시장의 정보 생태계 전반을 재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