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고부채 함정에 빠진 영국, 누가 와도 재정 여력 없어
베트페어 예측시장, 7~9월 스타머 교체 확률 60% 이상 거래
베트페어 예측시장, 7~9월 스타머 교체 확률 60% 이상 거래
이미지 확대보기폴리티코는 14일(현지시각) 버넘의 정치 여정과 메이커필드 현지 분위기를 심층 취재한 장문의 분석기사를 통해, 그가 노동당의 마지막 중도좌파 구원투수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여론조사에서 버넘은 49%를 기록하며 개혁당(Reform UK) 후보 로버트 케년(37%)을 12%포인트 앞서고 있다.
의회 포기가 불러온 역설적 귀환
버넘은 2016년 스타 하원의원이자 전직 내각 장관이던 당시, 동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런던 웨스트민스터를 떠나 맨체스터 시장직에 도전했다.
이 선택은 당시 정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웨스트민스터가 전부가 아니다. 노동당은 북부와의 연결고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당시 당내 주류로부터 이단으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그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동당의 북부 핵심 지지층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시작으로, 2019년 보리스 존슨 총선 압승, 그리고 최근 나이절 파라지의 개혁당 약진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연속해서 이탈했다.
반면 버넘이 이끄는 그레이터맨체스터는 영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광역권이 됐고, 스카이스크레이퍼 도시(고층빌딩 도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맨체스터대 정치학과 롭 포드 교수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버넘은 정치적 스토리텔링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며 버스 공영화 사례를 예로 들었다. 버넘은 시장 취임 후 민영화된 시내버스를 공공 운영 체계로 전환, 노란색 버스에 균일 요금 2파운드(약 4076원) 체계를 도입했다.
포드 교수는 "그 자체가 대단한 성과는 아니지만, 그가 악질 버스 회사들과 대법원까지 싸워 승리한 이야기로 포장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힐즈버러의 눈물'과 반엘리트 서사의 탄생
버넘의 반(反)기득권 이미지는 2009년 4월 힐즈버러 참사 20주기 추모식에서 결정적으로 굳어졌다. 1989년 사우스요크셔에서 열린 축구 경기 중 경찰의 인파 통제 실패로 리버풀 팬 97명이 압사한 이 사건은 수십 년 동안 경찰의 은폐 공작으로 덮여 있었다.
당시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추모식 연단에 선 버넘은 4만여 관중의 정의 요구 함성에 말 그대로 휘청거렸고, TV 화면에 그의 표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이후 당시 총리 고든 브라운을 설득해 새 진상조사를 이끌어냈다.
3년 뒤 공식 보고서는 리버풀 팬들이 주장하던 모든 사실, 즉 경찰의 부실 대응과 책임 전가를 확인했다.
버넘은 이 경험을 "정치적 전환점"으로 규정한다. 2024년 친구 스티브 로서럼과 공동 집필한 회고록 겸 정책서 『북쪽으로(Head North)』에서 그는 "나는 2009년 4월 15일 웨스트민스터에서 첫발을 내딛었다"고 썼다. 힐즈버러를 북부가 중앙정부에 무시당해 온 고통의 상징으로 프레임화한 것이다.
2020년 코로나 봉쇄 당시에도 같은 서사가 반복됐다. 존슨 내각이 그레이터맨체스터에 더 엄격한 방역 조치를 부과하면서 지원금은 되레 삭감하자, 버넘은 기자회견장에서 즉흥 연설을 통해 격렬히 반발했다.
포드 교수는 "런던 사람들이 당신들을 정치적 졸로 취급한다, 그래서 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완벽하게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현장 연설은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됐고, 언론은 그에게 '북부의 왕'이라는 호칭을 붙였다.
총리 앞에 놓인 최대 난관…경제와 파라지
메이커필드 보궐선거는 현역 의원 조시 사이먼스가 지난달 14일 스스로 사퇴해 버넘에게 의석을 양보하며 성사됐다.
영국에서 의원직을 타인에게 넘겨주기 위해 보궐선거를 치른 사례는 1965년 레이턴 보궐선거 이후 처음이다. 노동당 당헌상 당 대표 후보는 반드시 원내의원이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필요했다.
버넘이 당선되면 곧바로 노동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키어 스타머 현 총리는 5월 지방선거에서 참패 이후 당내 지지를 거의 잃은 상태다. 베트페어 예측 시장에서는 스타머 총리가 올해 7~9월 사이 교체될 확률이 60%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총리가 된 뒤의 경제적 과제는 녹록지 않다. 영국은 저성장·고부채의 덫에 걸려 있고, 공공서비스는 만성적 재원 부족에 시달린다. 국방 예산 확충 압박도 거세다.
채권시장은 이미 버넘이 의원으로 복귀하기도 전에 재정 건전성을 주시하며 경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
파라지의 개혁당도 변수다. 오피니엄 조사에 따르면 메이커필드 유권자들의 향후 총선 지지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 개혁당이 42%로 노동당(34%)을 앞질렀다.
오피니엄의 제임스 크라우치 여론조사 담당 이사는 "버넘의 개인 인기가 현재 노동당 지지율 저조를 만회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보궐선거는 이길 수 있지만, 향후 총선에서 그는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버넘 개인의 이념적 일관성에 대한 의문도 따라다닌다. 정치 성향에 따라 다른 말을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파라지는 폴리티코에 "버넘은 블레어·브라운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정치 내부자다. 리브랜딩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포드 교수는 "큰 그림을 보는 버넘과, 청중이 야유를 보내면 입장을 바꾸는 버넘 중 어느 쪽이 총리실에 들어올지가 핵심 질문"이라고 말했다. 중도좌파의 마지막 구원투수로 꼽히는 버넘에게 주어진 시간은 넉넉지 않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특징주] SK하이닉스, 시가총액 2000조원 재돌파.. 6%대 '강세'](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80&h=60&m=1&simg=202606221024520115844093b5d4e1151381719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