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러 우라늄 금지한 미국, 웨스팅하우스 뒷문 열어둔 속사정

글로벌이코노믹

러 우라늄 금지한 미국, 웨스팅하우스 뒷문 열어둔 속사정

2024년 수입 금지에도 2028년까지 에너지부 면제 허용
러시아 테넥스 화물 5만 612kg 볼티모어 거쳐 가공 공장 반입
세계 농축 설비 44% 러 장악…한국 원전 공급망 다변화 시급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2026년 3월 러시아 국영기업 테넥스로부터 저농축 우라늄 5만 612kg을 들여와 원전 연료 가공에 들어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2026년 3월 러시아 국영기업 테넥스로부터 저농축 우라늄 5만 612kg을 들여와 원전 연료 가공에 들어갔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20263월 러시아 국영기업 테넥스로부터 저농축 우라늄 5612kg을 들여와 원전 연료 가공에 들어갔다. 캐나다 방송 CBC17(현지시각) 미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에도 연방 에너지부의 예외 허가 조항 탓에 러시아산 핵연료 반입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세계 우라늄 농축 시장 44%를 장악한 구조 탓에 제재가 유예된 상태로, 농축 우라늄을 전량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 원전 생태계에도 장기 조달선 분산이라는 과제가 떠올랐다.

2028년까지 빗장 푼 미국의 예외 수입


미국 의회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끊기 위해 20248월 러시아산 저농축 우라늄(LEU) 수입 금지법을 발효했다. 법안은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과 자회사 테넥스로부터의 핵연료 반입을 전면 차단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률 내부 예외 허용 조항이 실질적 제재 유예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 연방 에너지부는 대체 공급선이 없거나 국가 안보상 필요한 경우 202811일까지 한시적으로 수입을 면제할 수 있다. 서방 원전 기업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러시아산 연료 수입을 이어가는 중이다.

유럽연합과 캐나다도 러시아 원자력 부문에 대한 직접 제재를 망설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에 대한 금수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캐나다 외교부 역시 러시아 기관 875곳을 제재하면서도 로사톰과 테넥스는 명단에서 제외했다.

10억 달러 쏟아부은 서방 원전 공급망


환경 연구기관 벨로나 센터 집계를 보면 미국은 2025년 한 해 동안 러시아에서 저농축 우라늄 400톤을 수입했다. 전체 수입 대금은 10억 달러(14170억 원)에 이른다.

프랑스 프라마톰 자회사가 127톤 이상을 들여왔고, 미국 글로벌 뉴클리어 퓨얼 아메리카스가 110톤 이상을 수입했다.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가 지분 51%, 광산기업 카메코가 지분 49%를 쥔 웨스팅하우스도 27톤을 반입했다.

실제 통관 경로에서도 지속적 거래가 확인된다. 테넥스가 20263월 보낸 저농축 우라늄 5612kg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항을 출발해 미국 볼티모어항에 닿았다. 화물은 웨스팅하우스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 공장으로 운송돼 원자로용 연료 펠릿과 연료봉으로 가공됐다.

농축 인프라 공백과 한국 원전의 과제


서방 진영이 러시아산 우라늄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농축 설비 대체에 최소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러시아가 세계 농축 용량의 44%를 공급하며 미국과 유럽 사용량의 20~30%를 책임진다고 추산했다.

제러미 휘틀록 맥매스터대 겸임교수는 "대체 공급망을 확충하는 동안에도 기존 러시아 공급망과의 연결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짚었다. 미국 예외 조항이 끝나는 2028년까지 서방이 독자 공급망을 갖추지 못하면 전력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우라늄 농축 시설이 없는 한국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우라늄 원료를 사들여 해외 농축 서비스에 맡긴 뒤 국내로 들여온다. 서방의 탈러시아 전환으로 서구권 농축 설비 가격이 치솟을 경우 한국의 발전 단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오라노나 영국-네덜란드-독일 합작 우렌코와의 장기 계약을 넓히고 조달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르네상스를 추진하는 각국 정부의 농축 공장 증설 투자가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원전 연료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질 전망이다. 원전 운영사들은 2028년 완전 금수 시점에 맞춘 대체 계약 확보와 연료 재고 관리를 핵심 점검 과제로 올려두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