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동 방식』 저자 란샤오환 교수 SCMP 인터뷰… "토지금융 대체할 수익원 없어, 지출 삭감 불가피"
가계소비 GDP 40% 리밸런싱 10년 이상 소요… "사회안전망 확충은 소비 수단 아닌 국가 본연의 의무"
美·中 AI 패권 '데이터 통제권'이 판가름… "美 상업 독점과 달리 中 공공 인프라 데이터가 실물 적용 유리"
가계소비 GDP 40% 리밸런싱 10년 이상 소요… "사회안전망 확충은 소비 수단 아닌 국가 본연의 의무"
美·中 AI 패권 '데이터 통제권'이 판가름… "美 상업 독점과 달리 中 공공 인프라 데이터가 실물 적용 유리"
이미지 확대보기수백만 부가 판매된 경제학 베스트셀러 『중국 작동 방식(How China Works)』의 저자이자 거시경제 석학인 란샤오환(Lan Xiaohuan)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 교수가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내수 소비 부진, 지방정부 재정 위기, 그리고 미·중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 대해 깊이 있는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다.
란 교수는 부동산 침체 이후 지방정부의 토지금융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단일 수익원은 존재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지출 축소와 세제 개편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못 박았다.
9월 7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란 교수는 SCMP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중국의 사상 최대 무역 흑자 이면의 구조적 진실과 공공 데이터 인프라를 무기로 한 AI 실물 경제 침투 전략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토지 금융 대체재는 없다"… 지방정부, 인프라 완공 맞춘 지출 삭감 직면
란 교수는 지방정부의 부채와 재정 절벽 문제에 대해 특수채권 발행과 은행 신용 공여 등 현행 정책은 "부채를 차환해 디폴트를 막기 위한 시간 벌기용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지방정부의 지출 규모는 비정상적으로 비대했으며,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라진 토지 매각 수입을 메워줄 지속 가능한 대체 세원은 세상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고속철도망, 지하철, 대도시 인프라 확장이 이미 상당 부분 일단락된 만큼, 이제는 지출을 현실에 맞게 대폭 줄이고 부가가치세와 소비세 중심의 세부담 재분배를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인 출구"라고 강조했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토목 인프라 중심의 성장 모델은 종언을 고했다는 지적이다.
가계소비 GDP 40%의 한계… "복지는 소비용 도구 아니다"
현재 중국의 가계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에 머물고 있다.
란 교수는 미국의 70% 소비 비중은 주택, 의료, 고등교육비 등 값비싼 서비스 지출이 부풀린 착시라고 지적하며, 적정 모델로 독일과 일본(50~55%)을 꼽았다.
그러나 중국이 매년 가계 소비 비중을 1%포인트씩 끌어올린다 하더라도 정상 궤도 안착에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란 교수는 주류 경제학계의 '소비 진작용 복지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정부가 교육, 의료, 연금 등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다지는 것은 국가 본연의 의무이지, 저축을 억지로 줄여 지갑을 열게 만들기 위한 미끼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기본적 안전망이 갖춰지더라도 저축을 유지할 권리는 시민에게 있으며, 소비 확대를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갈등을 부르는 1조 달러 무역 흑자에 대해서도 "중국이 강제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해외 시장의 수요가 막대하기 때문"이라며 "외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수입 제한이 아니라 자국 내 일자리를 창출할 중국 기업의 현지 공장 투자"라고 진단했다.
다만 위안화 절상 시 소비재 수입을 늘리려 해도 서방이 첨단 GPU나 노광장비 등 중국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전략 물품의 판매를 막고 있어 상품 무역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모순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美·中 AI 패권의 갈림길… "상업 독점的 美 vs 공공 인프라的 中"
글로벌 AI 경쟁에 대해 란 교수는 "현재 의미 있는 기초 모델을 가진 국가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뿐"이라며,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데이터 통제권과 개방 구조'를 지목했다.
란 교수는 "석유는 내가 쓰면 남이 못 쓰지만, 데이터는 모두가 동시에 쓸 수 있는 비배타적 자산"이라며 데이터를 석유에 단순 비유하는 시각을 경계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결정적 차이가 데이터의 공공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주요 판례, 금융, 학술 데이터 등이 거대 민간 데이터 벤더에 독점되어 있어 개발자들의 접근 비용이 높고 상업적 과금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중국은 최고인민법원의 사법 판례 데이터베이스, 지방자치단체와 국영기업의 스마트 시티 및 지능형 교통 관제 데이터가 공공 인프라(Public Asset) 형태로 개방되어 있다.
란 교수는 "자율주행만 하더라도 차량 센서 데이터뿐 아니라 도로 및 신호등 체계 등 정부 주도의 공공 데이터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저렴하고 방대한 공공 데이터 자산 덕분에 중국의 실물 제조업 및 산업용 AI 침투 속도가 미국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거대언어모델(LLM)과 원천 컴퓨팅 파워에서 앞서지만, 실제 공장 디지털화와 워크플로우 통합 등 산업 현장 적용의 경제성은 중국이 앞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볼루션' 아닌 '탐색'… "AI의 본질적 위기는 목적의식 상실"
중국 첨단 산업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인볼루션(내권·출혈경쟁)' 우려에 대해 란 교수는 기술 단계에 따라 선을 그었다.
이미 표준 기술 경로가 고착된 태양광 패널이나 막대한 연산 비용으로 소수 대기업만 남은 초거대 LLM 분야는 치킨게임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로봇공학은 아직 기술적 'GPT 모먼트'조차 오지 않은 태동기"라며 수백 개 기업의 진입은 소모적 출혈경쟁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찾아가는 건강한 '탐색 단계'라고 진단했다.
청년 실업과 AI의 고용 충격에 대해서는 냉정한 시각을 유지했다.
란 교수는 "AI가 일자리를 빼앗는 만큼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깊은 회의감을 갖고 있다"며 초급 화이트칼라는 물론 물류 배달망 최적화로 단순 육체 노동마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수준이 향상되어 젊은 층이 '탕핑(누워있기)'을 하더라도 당장 굶어 죽지는 않겠지만, 노동이 사라진 사회에서 '삶의 목적의식이 침식되는 것'이야말로 AI가 가져올 가장 위험한 실존적 위기"라고 경고했다.
궁극적으로는 AI가 창출한 천문학적 부에 세금을 매겨 보편적 기본소득(UBI)으로 분배하는 대전환이 논의되겠지만, 이는 범용 인공지능(AGI)과 물리적 로봇이 완벽히 실증된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란샤오환 교수의 이번 진단은, 향후 ‘부동산과 토지금융 중심의 구체제가 무너진 중국 경제가 복지 국가로의 체질 개선과 공공 데이터 인프라 기반의 산업용 AI 확장을 통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거시 정책의 나침반’이자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모델 자체의 성능보다 실물 제조 생태계와의 결합 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최종 승부처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날카로운 통찰’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