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투자 데이터센터 기업, 7.4조원 조달 계획 불투명
며칠 전 초과수요서 급반전…고평가·추가 자금조달 부담 부각
며칠 전 초과수요서 급반전…고평가·추가 자금조달 부담 부각
이미지 확대보기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공모 규모를 웃도는 투자 의향을 확보했지만 높은 기업가치와 막대한 추가 자금조달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공모가 인하나 IPO 철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가 투자한 호주 데이터센터 기업 퍼머스 그리드의 55억달러(약 7조3900억원) 규모 IPO가 주당 11호주달러(약 1만300원)의 공모 희망가격에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8일(이날 현지시각) 보도했다.
퍼머스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마감했지만 최종 공모가격이나 거래 구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퍼머스의 기업가치는 약 300억달러(약 40조3300억원)로 평가될 예정이었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높은 기업가치와 검증되지 않은 사업실적, 상장 직후 기존 주주들의 대규모 매도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태도가 급격히 신중해졌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 2곳뿐인데 기업가치 40조원
투자자들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현재 사업규모와 향후 계획 사이의 큰 격차다.
투자자 자료에 따르면 퍼머스가 계획한 데이터센터 용량은 912메가와트(MW)에 이르지만 실제 구축된 용량은 46MW에 불과하다.
2026 회계연도 매출도 5100만달러(약 686억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퍼머스는 지난 8월 자금조달 과정에서 105억달러(약 14조1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뒤 불과 두 달 만에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거의 세 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했다.
호주 대형 퇴직연금인 유니슈퍼도 IPO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존 피어스 유니슈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퍼머스의 사업 구상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현재 기업가치는 매력적이지 않다며 이를 정당화하려면 너무 많은 조건이 계획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퍼머스가 사업 확장을 위해 앞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부채와 지분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상장 첫날 58% 거래 가능…‘매물 폭탄’ 우려
기존 주주의 지분 매각 가능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블룸버그가 접촉한 투자자와 자문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퍼머스 주식의 약 58%가 상장 첫날부터 거래 가능한 물량으로 풀릴 수 있다.
일반적인 IPO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 매각을 제한하는 보호예수 비중이 중요한 투자 판단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유통 가능 물량이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사업을 둘러싼 규제 강화와 자금조달 환경 악화도 부담이다.
퍼머스 지분을 보유하고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해 최소 8억5500만호주달러(약 7990억원)의 전기 인프라 계약을 확보한 마스그룹의 주가는 8일 시드니 증시에서 장중 30%까지 폭락했다가 낙폭을 22%로 줄였다.
퍼머스 IPO 자체가 예정대로 진행될지에 대한 불안이 관련 기업 주가로 번진 것이다.
◇AI 투자자들 “성장 믿지만 아무 가격에나 안 산다”
블룸버그는 퍼머스의 수요 급랭이 AI 산업 전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AI의 장기 성장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대한 데이터센터 건설비를 투입하고 소수 대형 고객에 의존하면서 수년 뒤 수익성을 약속하는 기업에 높은 가격을 무조건 지불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 증시에 상장한 데이터센터 기업 액셀러레이션홀딩스도 공모가격을 당초 제시한 범위보다 낮춰 확정했다.
한국 코스피도 메모리 반도체 업체를 중심으로 한 AI 투자 열기가 약해지면서 지난 6월 고점 대비 27% 떨어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I 기업의 높은 기업가치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레이 달리오는 이번 주 막대한 부채를 바탕으로 AI 투자가 확대되고 금리까지 오르는 상황을 거론하며 AI 시장이 ‘전형적인 거품’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은 현재 진행되는 데이터센터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AI 산업이 2031년까지 연간 6조달러(약 8066조원)의 매출을 올려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고금리 속 ‘AI 인프라 자금조달’ 시험대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앞으로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KKR은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는 데 약 8조달러(약 1경755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 AI 클라우드 기업은 이미 고금리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퍼머스 IPO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는 동시에 노르웨이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는 볼타인프라스트럭처홀딩스를 위해 50억달러(약 6조7200억원) 규모 차입금 조달에서 약 11%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퍼머스 사태가 AI 투자 열기가 식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투자자들이 성장 전망과 기업가치를 이전보다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퍼머스 IPO의 최종 공모가격과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가격을 낮춰 상장을 진행할지, 거래 구조를 수정할지, IPO 자체를 연기하거나 철회할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형 AI 데이터센터 기업의 상장이 흔들리면서 앞으로 상장을 추진할 다른 AI 기업에도 투자자의 기업가치 검증이 한층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