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입소스 조사서 선거·군사작전·정부 정책 베팅에 초당적 반대…규제 강화 논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에서 선거 결과와 정부 정책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예측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미국인 대다수는 이를 사실상 도박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 모두 선거 결과에 돈을 거는 행위에 반대했고 군사작전과 정부 정책 결정에 대한 베팅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예측시장을 금융상품으로 분류해 연방 차원의 규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주정부들은 도박에 해당한다며 보다 엄격한 감독을 요구하고 있어 규제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약 4명 중 3명이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결과에 돈을 거는 예측시장을 도박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9월 30일부터 10월 5일까지 미국 성인 450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실시됐다.
◇민주당 69%·공화당 61% 선거 베팅 반대
예측시장은 선거 결과와 정부 정책, 스포츠 경기 등 미래 사건의 결과를 예측해 계약을 사고파는 거래 플랫폼이다.
미국에서는 폴리마켓과 칼시가 대표적인 사업자로 꼽힌다.
두 회사는 예측시장이 기존 여론조사보다 정확한 전망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용자들이 다양한 위험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선거 결과를 대상으로 한 베팅에 민주당 지지층의 69%, 공화당 지지층의 61%가 반대했다.
군사작전에 대한 베팅에는 전체 응답자의 65%가 반대했고 정부 정책 발표나 결정에 돈을 거는 행위에도 63%가 반대했다.
두 항목에 대한 찬성 비율은 각각 8%, 9%에 그쳤다.
이는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과 안보 문제를 금전적 거래 대상으로 삼는 데 상당한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응답자들은 스포츠 경기 베팅에도 비교적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프로 스포츠 경기 결과에 대한 베팅에는 43%가 반대했고 찬성은 29%였다.
◇의회 내부정보 거래 우려…양당 지지층 90% 안팎 부적절 판단
미국 정치권이 예측시장 규제에 주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 가능성이다.
특히 정부 관계자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군사작전이나 정책 결정 정보를 이용해 베팅할 경우 국가안보와 공직 윤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93%, 공화당 지지층의 89%는 연방의회 의원이나 보좌진이 정치적 사건에 베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 6%, 공화당 지지층 8%에 불과했다.
로이터는 앞서 지난 8월 미국 이용자의 접근이 제한된 폴리마켓의 해외 플랫폼에서 150개가 넘는 계정이 군사 관련 내부정보를 이용해 거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칼시에서는 선거 후보자가 자신의 선거 결과에 베팅했다가 이용이 정지된 사례도 발생했다.
공화당 출신 조지 산토스 전 연방 하원의원은 자신이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참석할지에 베팅한 뒤 시장조작 거래 혐의를 둘러싼 정부 당국의 문제 제기를 해결하기 위해 3만5000달러(약 4662만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산토스 전 의원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변호인을 통해 누구도 속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상원은 지난 4월 상원의원과 직원 등이 예측시장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민주당 의원 여러 명은 관련 산업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제프 머클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예측시장이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적 지지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금융상품 주장…주정부와 규제권 충돌
예측시장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거래의 법적 성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예측시장 계약을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보고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체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예측시장 계약이 금융상품에 해당한다는 입장에서 감독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 주정부 규제당국은 예측시장이 실질적으로 도박을 제공하고 있으며 기존 도박사업과 마찬가지로 주정부의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로이터는 법률 전문가들이 이 같은 규제 권한 분쟁이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약 75%가 현실 세계의 사건 결과에 돈을 거는 예측시장을 도박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이 아니라고 답한 비율은 8%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칼시와 폴리마켓 양쪽에 사업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로이터는 언급했다.
◇폴리마켓·칼시 "불법거래 방지 장치 갖춰"
예측시장 업체들은 내부정보 거래나 시장조작을 막기 위한 통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폴리마켓은 기존 정보원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예측시장이 편향되지 않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폴리마켓 측은 플랫폼 방문의 90% 이상이 실제 거래가 아닌 시장 정보 확인을 위한 것이라며 예측시장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칼시는 군사작전을 대상으로 한 거래를 허용하지 않으며 정치 후보자가 자신의 선거에 베팅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의심스러운 거래를 신고하고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이터·입소스 조사 결과는 예측시장 산업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식이 반드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선거와 안보, 정부 정책을 대상으로 한 베팅에 양당 지지층 모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미국의 예측시장 규제 논의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