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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졸 취업난 속 ‘영문학 전공’ 직업 선택 폭 가장 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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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졸 취업난 속 ‘영문학 전공’ 직업 선택 폭 가장 넓어

채용 플랫폼 링크드인 조사, 공학 채용 25% 감소…보건·교육은 감소 폭 작지만 타 업종 진출 제한적
미국 대학의 전공별 취업 유연성·채용률 변화 비교. 사진=링크드인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대학의 전공별 취업 유연성·채용률 변화 비교. 사진=링크드인

미국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여건이 전공을 가리지 않고 악화하는 가운데 영문학을 비롯한 인문학 계열 전공자들이 다양한 산업으로 진출하는 데 상대적으로 높은 유연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통적으로 취업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던 공학 계열은 주요 전공 가운데 채용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미국 금융정보매체 인베스토피디아는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의 대학 전공별 채용 자료 분석을 인용해 미국에서 취업 기회가 줄어들면서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링크드인은 최근 학사학위 취득자들이 많이 선택한 20개 전공을 대상으로 채용률 변화와 직업 선택의 유연성을 비교했다.

채용률 변화는 지난 2019년 12월과 올해 4월의 전공별 주요 산업 채용 수준을 비교한 것이다.

직업 선택의 유연성은 2022~2024년 졸업자 가운데 자신의 전공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상위 2개 산업 이외의 분야에서 일하는 비율로 측정했다.

조사 결과 20개 전공 모두 2019년 12월보다 채용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문학 전공자 약 70% 다른 산업 진출…20개 전공 중 최고

직업 선택의 유연성이 가장 높은 전공은 영문학이었다.

영문학 전공 졸업자의 약 70%가 해당 전공자들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상위 2개 산업 이외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는 조사 대상 20개 전공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영문학 전공자의 주요 산업 채용률은 2019년 12월보다 21% 하락했다. 감소 폭은 전체 조사 대상 전공 가운데 중간 수준이었다.

시각예술·공연예술 전공은 직업 선택의 유연성에서 2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들 전공의 주요 산업 채용률은 같은 기간 23% 감소해 영문학보다 하락 폭이 컸다.

인베스토피디아는 인문학 계열 졸업자들이 전공과 직접 관련된 산업뿐 아니라 여러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공과 다른 산업에서 일하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반드시 취업이 쉽거나 임금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조사는 취업 성공률 자체보다 전공별 졸업생들이 얼마나 다양한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비교한 결과다.

◇공학 채용 25% 감소…보건·교육은 16% 줄어

공학 계열은 조사 대상 20개 전공 가운데 채용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2월과 비교해 올해 4월 공학 전공자의 주요 산업 채용률은 25% 떨어졌다.

직업 선택의 유연성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공학 전공 졸업자 가운데 상위 2개 주요 산업 이외의 분야에서 일하는 비율은 약 41%로 전체 20개 전공 중 세 번째로 낮았다.

반면 보건의료 관련 전공과 교육학 전공은 채용 감소 폭이 각각 16%로 가장 작았다.

그러나 두 전공 모두 직업 선택의 유연성에서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보건의료 관련 전공 졸업자 가운데 상위 2개 산업 이외의 분야에 종사하는 비율은 21%에 그쳤다.

교육학 전공 졸업자 역시 해당 비율이 34%로 비교적 낮았다.

이는 보건의료와 교육 분야의 채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반면 졸업자들이 진출하는 산업은 특정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공학 계열 내에서도 세부 전공에 따라 취업 여건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항공우주공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2.2%, 토목공학 전공자는 2.3%였다.

두 전공 모두 최근 대학 졸업자 전체의 평균 실업률 4.2%를 밑돌았다.

반면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7.8%에 달했다.

인베스토피디아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높은 노출도와 연관 짓고 있다고 전했다.

◇AI·원격근무 확산에 신입 채용 위축…구직 경쟁도 심화

미국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난에는 원격근무 확대와 AI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은 신규 채용과 해고가 모두 적은 상태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대학 졸업자들이 특히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격근무 확산으로 기업들이 신입 졸업자를 채용하는 데 더욱 신중해졌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환경에서 근무하는 직무의 경우 업무 경험이 부족한 졸업자 채용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AI 기술도 과거 신입 직원들이 담당하던 일부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인베스토피디아는 AI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초급 직무의 고용 기회가 앞으로도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구직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링크드인에 따르면 구인 공고 한 건당 평균 지원자 수는 2022년 이후 약 두 배로 늘어났다.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지원자가 몰리면서 대학 졸업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링크드인 연구진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대학 졸업자들의 직무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특정 전공에서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여러 직무에 적용할 수 있는 전공의 인기가 향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베스토피디아는 대학 교육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많은 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만큼 전공 선택 단계에서 졸업 후 고용 전망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졸업 후 실업이나 불완전고용 상태가 이어지면 학자금 대출 상환과 기본적인 생활비 마련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채용 규모의 감소뿐 아니라 졸업자들이 특정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지가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