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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30)] 졸업, 그 행복한 쓸쓸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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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30)] 졸업, 그 행복한 쓸쓸함을 위하여

[글로벌이코노믹 박여범 용북중 교사] 2월이면 3년 동안 정들었던 제자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안타까움과 새로운 신입생을 맞이하는 설렘이 공존하는 축복된 시간이다. 떠나보내는 졸업생을 생각하면 아름다운 추억에 보내기가 싫고, 풋풋한 신입생들을 기다리는 기대의 마음은 봄바람처럼 가빠르게 밀려온다.

“졸업하면 꼭 쌤 만나 뵈러 올게요. 쌤. 쌤이 보고 싶으면 어떡하죠. 쌤이 좋아하시는 계란과자, 맛살, 바나나킥, 마시멜로우 과자 잔뜩 사 가지고 올게요. 많이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쌤도 너그들이 많이 많이 보고플거야. 1학년 2학년 담임으로 만나고, 2학년 2학기는 학습연구년으로 자리를 비워 미안한 마음이 많단다. 사랑한다. 3학년 친구들아.”

졸업을 기다리는 1주일의 짧은 학교생활 속에서 아이들은 아쉬움을 토해낸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아이들은 그래도 좋다. 소수의 아이들은 침묵만으로 선생님과의 이별을 준비하기도 한다. 청소년기의 알 수 없는 아쉬움들이 감정의 표현에서도 아쉬움으로 자리 잡게 만드나보다.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나 역시 그랬다. 감정 표현이 서툴렀던 시골 중학생. 교무실 출입도 어려워하던 중학교 시절. 나는 담임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달달한 음료수라도 한 병 사서 감사의 편지라도 전하지 못했던 기억이 슬프다.

이 기사가 신문에 얼굴을 내밀 때 쯤이면, 우리 아이들의 졸업식은 마무리가 된 추억의 한 자리가 될 것이다. 졸업식은 매년 2월 이맘때면 있는 연례행사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보내는 아쉬움은 나이가 들수록, 교직생활의 경력이 쌓여갈수록 더욱더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졸업, 그 새로운 시작이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시간이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 버리는 것을 알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에, 내 자신의 부끄러운 삶에 고개가 숙여지는 시간들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아니, 살아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렇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무한한 공간으로 뛰어나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기도한다. 욕심이지만, 제자들이 웃으며 모교를 찾아주길 바란다. 눈물 나도록 살아내기 힘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의 마음에 한 줄기 소나기와 같은 갈증 해소가 바로 아이들이다.

현실이 과거가 되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아이들이다.

정답이다. 아이들, 그들이 있기에 교사로서 나는 행복하다.

졸업, 그 뒤안길에는 정년 혹은 명예 퇴임을 하시는 선생님들의 ‘행복한 쓸쓸함’이 공존한다. 선배 교사들은 아이들의 졸업과 입학, 봄방학, 새학기의 시작에 묻히기 쉬운 기억해야 할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이상석 선생님이 제자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수업, ‘우리 스스로 봄이 되어야 해’를 통해 후배교사와 제자에게만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부모로서, 대표로서, 그리고 사회인으로 잘 새겨야 할 말씀이라 판단된다.

나이 예순 셋이 되었습니다.
이제 교단을 떠나야 할 때입니다.
다른 인사는 생략하고 교단 35년에서 배운 것 몇 가지 말씀드립니다.


하나,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잘 해보려고 힘겹게 용쓸 일이 아닙니다. 일을 하되 무위(無爲)로써 해야 합니다. 알게 모르게, 자연스럽게, 천천히, 그리고 오래도록, 꾸준히.

둘, 감성 교육을 중시해야 합니다. 감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천지자연과 교섭하는 오감을 열어야 합니다. '음미체'를 '국영수'보다 위에 두어야 합니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자연을 품에 안아보는 그리기 교육, 몸으로 쓰는 춤 교육, 이런 교육이 우선 되어야지요.

셋, 교사는 의(義)와 불의(不義)를 가릴 줄 알아야 합니다. 내 잘못은 없는가, 늘 살펴서 바로잡고, 잘못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이건 아니다.' 외칠 줄 아는 게 의(義)입니다.

넷, 나에게는 더 이상 물러나서는 안 되는 자리가 있다. 이것을 명심하고 살아야 합니다. 어지간한 것은 다 좋다. 용납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내 존엄성을 상해가면서 너의 오만한 횡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 이것 하나 있어야 합니다.

다섯, 학교 구성원 모두가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직도 평교사를 자기 부하로 생각하는 교장이 있고, 아직도 아이를 구속과 훈육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교사가 있습니다. 처참합니다.(2015. 2. 9 신도고등학교 이상석 드림)

▲박여범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박여범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글로벌이코노믹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