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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약처 영양정책 신뢰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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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약처 영양정책 신뢰 얻으려면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음식을 짜게 먹으면 성인병이 우려된다고 일반인들이 이야기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식약처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충분한 뒷받침이 뒤따르고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주어야 국민들은 신뢰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젓갈이나 소금에 절이거나 간장에 조린 생선, 된장국, 해장국 등 다양한 국물의 탕종류를 많이 먹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모두 고혈압이나 성인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식을 짜게 먹는데도 고혈압이 안 걸리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평생 담배를 피워도 폐암에 안 걸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소금의 소디움(Na)을 많이 먹어도 이것이 과연 우리 몸에 흡수되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사람은 다양성을 갖고 있는 생명체로 민족마다, 환경마다, 사람마다 소금에 대한 기호도가 각기 다르며 이를 흡수하는 능력도 제각각이다. 뿐만 아니라 소디움이나 당에 대하여 견디는 능력 또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화된 기준을 제시하고 목표 달성을 빨리 이루고자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비만이나 성인병의 요인이 가공식품에만 초점이 모여지고 있어 유전이나 운동량, 수면, 스트레스, 교육정도, 월수입 정도 등에 따라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점이 무시되고 있다.
배추를 절일 때 보면 소금과 함께 칼륨을 첨가해보면 칼륨을 넣지 않았을 때에 비하여 한결 소금의 소디움 성분의 흡수 정도가 낮게 나타났다. 이것은 소디움과 칼륨 두 원소의 크기가 유사하여 체내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서로 경쟁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서로 잘 흡수가 안 되고 방해하는 일이 벌어진다. 칼륨만 없어도 술술 잘 흡수될 수 있었던 소디움이 칼륨의 방해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들은 칼륨이 함유된 비료로 채소 농사를 지어 칼륨이 풍부한 채소류 등을 많이 먹고 있어서 서양인들에 비하여 소디움의 흡수가 많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식습관이 꽤 오랜 역사를 안고 내려왔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우려하는 바 보다도 적게 흡수될 수 있는 점이다.

30여년에 걸쳐 소디움 저감화 운동을 펼쳐온 핀란드는 초기 단계부터 자국 국민들이 얼마나 소디움을 몸밖으로 배설하는지를 소변검사를 통해 2일 간격으로 꾸준히 몇 년씩 관찰하였다. 배출이 된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은 결국 섭취한 것 모두가 흡수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과연 체내에서 얼마나 흡수되며 이용되는지?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능률적이라고 보여진다.

가공식품의 소디움 저감화를 추진하면서 가급적 적게 먹는 방향으로만 목표를 세워 추진하였는데 얼마큼 흡수되었는지를 모르고 있다면 이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맛에 있어 소금이 차지하는 역할이 너무나 크고 미생물에 의한 변질을 막아 주는 보존 기능, 안 좋은 이취 냄새를 제거하기도 하고 공정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기능과 면의 조직감을 향상시켜 주는 기능 등 다양한 면에서 효과를 가져 오는데 이보다 값싼 소재로 대체할 것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소금을 다른 소재로 대체하려면 많은 원가 부담을 안게 되고 또 식품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아울러 소금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 개발을 위한 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런 면에 대해서는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콩이 영양가가 높은 식품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콩으로만 먹는다면 콩에 함유된 영양소를 30~40% 정도밖에는 이용하지 못하고 나머지 60~70%의 중요 영양소는 대부분 배설이 되고 만다. 그러나 된장이나 간장으로 발효시켜 분해한다면 흡수율은 80~95%까지 상승한다. 식품소재의 영양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영양소가 얼마나 흡수되고 이용되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다.

마침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섭취하라고 강조해 왔던 고칼슘제제가 몸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오히려 결석이나 몸에 해를 끼쳤다는 기사를 보면서 식약처의 영양정책 방향도 무조건 섭취를 줄이기보다는 얼마만큼 흡수되고 이용하는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공식품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현명한 선택을 할 때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너무 급진적으로 성과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더욱 더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할 때 소비자인 국민들은 식약처의 영양정책을 더욱 더 신뢰할 것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