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기씨는 술을 좋아하는 남편 덕에 평생 가장 역할을 맡아왔다. 대식구의 식사와 살림은 45년 전 시집 온 맏며느리 황영화씨의 몫이었다.
며느리 황영화씨는 요즘 시어머니가 영 못마땅하다. 갈수록 기력이 떨어지는 시어머니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장터에 나가겠다고 우기고 있는 것.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농사를 짓고, 나물을 캐고, 장에 나가는 시어머니에게 건강이 염려 돼 잔소리를 퍼부으며 그만하시라고 말려 보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던 지난 21일, 5일장에 나간 시어머니가 한참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며느리 황영화씨가 찾아 나섰다.
황영화씨는 젊은 시절 멀리서 시어머니의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벌벌 떨었다고 한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시어머니의 불호령에 혼자 눈물을 흘린 날도 많았다고. 하지만 세월이 흘러 호랑이 같던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잔소리에도 그저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한다.
며느리는 이빨 빠진 호랑이 같은 시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예전의 불호령을 내리던 모습이 그립다고 회상한다.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온 두 고부의 진심을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 조명한다. 김재원, 박연경의 진행으로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
김성은 기자 jad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