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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투자(4)-두테르테의 조세개혁] 세수증대·투자확대·빈곤층 감소 '세 마리 토끼'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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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투자(4)-두테르테의 조세개혁] 세수증대·투자확대·빈곤층 감소 '세 마리 토끼' 잡기

[해외투자 경제학(34)]

1997년에 만든 조세체계 개혁

세율 낮추고 과세표준은 상향

밀수·탈세 근절 조세수입 확대

최저소득 구간 25만 페소로

저소득층 소득세 감면 확대

기득권층 부패와의 전쟁


두테르테의 주요한 경제개혁 어젠다 중 하나가 조세개혁이다. 2016년 10월 12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조세개혁의 첫 대상은 소득세율을 낮추면서 과세표준액을 상향하고 세분화하는 안이다. 다른 하나는 조세(징수)시스템의 개혁을 통하여 밀수와 탈세를 근절시켜 조세수입을 확대하고자 하는 계획이다. 필리핀은 세목의 많은 영역에서 과세표준, 공시지가, 토지 및 조세체계의 전산화 등이 미비하여 탈세와 밀수가 심한 편이다. 두테르테가 이 점을 간파한 것이다. 2016년 9월 23일 개인소득세 개편안, 부가세 면제 범위 축소 및 석유세 인상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2017년 1월쯤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개인소득세 개편안

우리나라 개인소득세의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3억원 이상에 대해 38%를 부과하고 있다. 필리핀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50만 페소(약 1200만원) 이상에 대해 32%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 1200만원까지 6%의 최저세율 적용 대상이다. 우리 돈으로 월 100만원 이상의 소득(과세표준)이면 필리핀에서 최고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해외주재원으로서 필리핀 지사에 근무하게 되면 모든 주재원이 32% 최고세율을 부과 받게 된다는 의미다. 필리핀 개인소득세는 약 20년 전인 1997년에 만들어진 현실에 맞지 않는 세율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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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안을 보면 소득 과세구간을 종전의 7개 구간을 6개 구간으로 단축시켜 단순화하되 최저소득 구간을 1만 페소에서 25만 페소로 대폭 확대하여 저소득층의 소득세 감면을 확대하고 고소득 구간은 세분화한 안이다. 과세표준 최고구간을 50만 페소(약 1200만원)에서 500만 페소(약 1억2000만원)로 10배 높이면서 최고세율도 32%에서 35%로 확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과세표준 25만 페소 이하의 납세자가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저소득층에게는 주세부담을 대폭 줄여주고 있다. 한편 고소득 구간의 과세표준을 세분화하고 구간별 세율을 현실화(인하)하고 있다. 현실화하되 징수는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개편안과 우리나라 현행 세율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중순위 소득인 4600만원까지 15%, 8800만원까지 24%다. 반면 필리핀은 960만원까지 20%, 1920만원까지 25%, 4800만원까지 30%다. 기존 과세표준 대비 세율은 낮아졌지만 우리와 단순 비교하면 세율이 훨씬 높게 책정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필리핀의 소득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 부가세, 간접세, 법인소득세 개편


이 외 부가세 면제 대상을 축소하고 석유, 설탕 등에 대한 간접세(Exercise Tax)를 인상하여 조세수입을 확대하고자 하는 계획이다. 한편 법인소득세율은 30%에서 25%로 하향하는 세법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세율은 인하하는 대신 납세행정 개선과 기업들의 납세의무 준수를 강화하여 법인소득세 징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법인소득세 개편은 2017년 6월 의회통과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 조세징수 시스템 개혁


필리핀은 제조업이 약하다. 즉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사면이 바다인 섬나라다. 자연히 외국제품의 밀수가 심하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까지 품질이 우수한 일제 공산품을 중심으로 남해안 바닷가를 통한 밀수가 성행했다.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성능이 최고 수준에 이르면서 밀수가 사라졌다. 두테르테 정부는 밀수 탈세 근절 및 조세 징수 비용 절약을 통하여 조세수입을 증가시키고자 한다. 마약과의 전쟁에 이은 밀수•탈세와의 반부패 전쟁인 셈이다.

▶ 상속세와 양도소득세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 이상에 대하여 50%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모든 부동산거래가 전산화되고 과세표준이 현실화되면서 세원이 투명하게 노출되었다. 그러나 필리핀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60%에서 1992년 35%로 낮추었다가 1998년부터 20%로 더 낮추었다. 우리가 보기엔 기득권 보호 내지는 강화정책이다. 필리핀은 아직 토지 전산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시지가 또는 과세표준 정하기가 고무줄이다. 과두집권층을 비롯한 부유층이 우리보다 훨씬 쉽게 상속이 가능하리라 보인다.

우리는 양도 차익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필리핀은 단순히 매도가액(양도가액)에 6%의 양도세를 물린다. 따라서 우리나라 양도소득세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물론 지적 전산화, 부동산거래 전산화 미비로 다운계약서가 많이 활용되고 있을 것이다. 아직 상속세와 양도세 개혁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것보다 시급히 개혁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필리핀 ‘인콰이어러(Inquirer)’에 따르면 두테르테 행정부는 전반적인 조세개혁을 통하여 2019년에는 조세수입을 약 6000억 페소(또는 GDP의 3%) 증가시킨다는 목표다. 이 중 4000억 페소는 세율개편(Tax Rate Reform)을 통하여 올리고 나머지 2000억 페소는 국세청과 관세청의 조세(징수)시스템 개혁을 통하여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하여 확보된 재원을 이용하여 투자를 확대하고 집권 6년 동안 빈곤층을 26%에서 17%로 감소시키겠다는 청사진이다. 세제개혁을 통하여 두 마리가 아닌 세 마리 이상의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미다.

두테르테의 경제개혁은 기득권에 대한 개혁이다. 필리핀의 기득권층은 강력하고 견고하다. 두테르테가 임기 6년을 무난히 채울 수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두테르테가 임기를 무사히 채울 수 있을 때 두테르테가 원하는 경제 개혁과 개방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필리핀의 개방적 경제개혁은 개인투자자에게도 기대되고 반가운 일이다.

● 필리핀 최대 기업은 매출액 176억 달러 맥주업체 '산 미구엘'

스페인 식민지 지배 막바지 출범

최대 부호는 화교 '헨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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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Forbes)’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순자산 10억 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 1200원/1$)가 넘는 부자(Billionare)는 21명이다. 필리핀 제일의 부자는 순자산이 137억 달러(한화 약 16조4000억 원)인 화교 ‘헨리 시(Henry Sy, 중국명 施至成, 1924년생)’다. 우리나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산 126억 달러(약 15조1200억원)보다 많다. 2015년 필리핀 1인당 국민소득은 2635달러, 우리나라는 2만5022달러다. 소득 수준 대비하면 더욱더 차이가 난다. 헨리 시는 에스엠투자(SM Investment Corp.)의 대주주이며 필리핀 최대 쇼핑몰 업체 중 하나인 ‘에스엠 몰(SM Mall)’의 창업자다. 필리핀 최고 과두집권층 중 하나인 코후앙코 가문 역시 화교다. 다른 동남아(베트남 제외) 국가와 마찬가지로 화교의 장악이 두드러진다.

필리핀의 최대 기업은 어디일까. 2016년 5월 현재 필리핀 매출 1위 기업은 ‘산 미구엘’이다. 매출액은 176억 달러(약 21조1200억원)다. 스페인 식민지배 막바지인 1890년 맥주 제조업으로 출발했다. 1898년 미국이 스페인을 물리치고 필리핀을 차지하기 불과 8년 전이다. 따라서 산 미구엘 맥주는 스페인 맥주 맛을 품고 있다. 당시에는 맥주의 신선한 맛을 유지한 채 선박으로 대량 운송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스페인 식민지배자들이 고향 스페인 맥주 맛을 필리핀에서 직접 즐기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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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미구엘 맥주는 필리핀 최대 수출상품이다. 제조업이 빈약한 필리핀에서 그나마 산 미구엘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식음료, 석유, 전기, 인프라스트럭처, 광산, 부동산, 통신 등 다방면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2015년 현재 필리핀 국내총생산의 5.1%를 차지하는 필리핀 최대 기업이다. 산 미구엘의 최대주주는 ‘TOP FRONTIER INVESTMENT HOLDING INC.(이하 톱 프론티어)’로 40.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톱 프론티어 역시 필리핀 매출 2위 기업이다. 2대 주주는 ‘PCD NOMINEE CORP.(필리피노)(이하 피씨디 노미니)’로 24.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톱 프론티어의 최대주주는 개인인 ‘Lnigo U. Zobel(이하 조벨)’이며 톱 프론티어 이사회 의장이다. 여러 가지로 미루어 볼 때 스페인계로 추정된다.

조벨은 2016년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필리핀 부자 50인에서 15억 달러를 보유한 14위로 기록되고 있다. 톱 프론티어의 2대 주주는 산 미구엘의 2대 주주이기도 한 피씨디 노미니다. 산 미구엘, 톱 프론티어, 피씨디 노미니는 상호 순환출자에 의해 얽혀 있다. 통신 과점기업(Duopoly)인 PLDT나 GLOVE는 두테르테 당선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산 미구엘의 주가는 두테르테 당선 이전부터 오히려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테르테의 경제개혁과 충돌하지 않는 기업이라고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 주가는 95페소 내외다. 우리 돈으로 환산(25원/1페소)하면 2375원이다. 필리핀 최대기업치고는 저렴하다.
황상석 전 NH농협증권 PI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