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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기 레이더 조사 한일 공방 누가 맞나?... 日 "자위대 초계기, 여러 차례 레이더 조준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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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기 레이더 조사 한일 공방 누가 맞나?... 日 "자위대 초계기, 여러 차례 레이더 조준받아"

韓국방부 "오해 해소하기 위한 협의 진행될 것"

[글로벌이코노믹 박희준 기자] 한일 양국이 일본 초계기에 대한 한국해군의 레이더 조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한국 해군이 자국군 초계기에 공격을 위한 레이더를 계속 쏘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두 나라 관계에 더 큰 금이 가는 형국이다.

일본 해상초계기 P-1.사진=마이니치신문 페이스북 캡쳐
일본 해상초계기 P-1.사진=마이니치신문 페이스북 캡쳐

일본 방위성은 최근 우리 함정이 일본 해상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비춘 사안과 관련, 자국 초계기가 "일정 시간 지속해서 복수에 걸쳐 조사(照射)받았다"고 25일 재차 주장했다. 일본 해상 초계기는 가와사키중공업이 제작한 최첨단 P-1으로 미국의 P-8 포세이돈 초계기보다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체다.길이 약 38m, 동체 포함 날개너비 35.4 m, 높이 12.1 m, 최대 이륙중량은 79.7t이다. 강력한 터보 팬 엔진 4기가 뿜어내는 출력을 바탕으로 시속 833km의 속도를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996km다. 항속거리는 비무장으로 최장 8000km. 수중의 잠수함을 탐지·추적하는 음향탐지장비(소노부이·음향부표)를 100여개나 탑재할 수 있다.P-1은 또 4개의 전자식 능동위상배열 레이더(AESA)를 탑재해 360도 전방위를 탐지할 수 있다.AESA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370km다. 비행 상승한도는 13.5 km다.

이처럼 고속으로 고공 비행을 하면서도 장거리 탐색이 가능한 P-1이 한국군 주장처럼 저공비행을 했다면 미스테리다.

이는 일본 해상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았다는 한국 국방당국의 전날 설명을 반박한 것이다. 안상민 합동참모본부 작전2처장은 24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해군이 일본 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레이더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 그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해군은 지난 20일 독도 동북쪽으로 200km 떨어진 동해상에서 북한 어선이 표류 중이라는 구조신호를 접수하고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3200t급)을 급파해 구조작업을 벌였다.일본 측은 이 과정에서 광개토함의 사격통제레이더인 추적레이더(STIR)가 일본 초계기를 향해 고의로 겨냥하면서 위험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군은 광개토대왕함이 3차원 레이더(MW08)로 광범위한 구역을 탐색했지만 추적레이더(STIR)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일본 초계기는 광개토함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저공으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일본 초계기가 비정상으로 함정 쪽으로 접근하자 광학카메라 장비로 이를 식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처장은 일본 초계기의 저공비행과 관련해 "통상적으로 보면 한 나라의 군함 상공으로 초계기가 통과하는 것은 이례적인 비행"이라면서 "우리 구축함은 이런 일본 초계기의 특이한 행동에 대해서 조난 선박 탐색을 위해 운용하고 있던 추적 레이더에 부착돼 있는 광학 카메라를 돌려서 일본 초계기를 감시하게 됐고 그 과정 중에 일체의 전파 방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방위성은 이날 관련 자료를 내고 "어제 한국 국방부가 이번 사안과 관련한 견해를 발표했지만, 사실관계 일부에 오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위성은 "지난 20일 사안이 발생한 후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측 구축함에서 나온 전파의 주파수대역과 강도를 분석한 결과 초계기가 화기 관제(사격통제) 레이더 특유의 전파를 일정 시간 지속해서 복수에 걸쳐 조사받았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방위성은 이어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는 국제법과 일본의 관련 법령을 준수, 해당 구축함으로부터 일정 고도와 거리를 두고 비행한 만큼 해당 구축함 상공을 저공 비행한 사실이 없다"면서 "3개의 주파수를 사용해 '한국 해군 함정, 함번 971'로 영어로 3회에 호출, 의도를 확인하려 했다"고 밝혔다.

방위성은 "이번 사안이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으로, 한국 측에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한다"면서 "이번 사안에 의해 한일 방위당국 간 연대를 손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향후 필요한 협의를 해 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국방부는 일본 방위성의 발표 내용을 공식 반박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 해군 함정이 일본 해상 초계기를 겨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일본 측 발표대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일본 측은 긴장 완화 차원에서 (오늘 방위성의) 발표내용을 사전에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양국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한일 관계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나 일본 어느 일방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큰 손상을 받게 마련이고 이는 양국관계에 악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