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이란기업의 ISD 소송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란 다야니 가문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다가 실패하면서 소송이 일어났다.
채권단은 투자확약서 상에 적힌 다야니 측의 자금 여력이나 채무 승계 계획 등이 부실하다고 보고 인수 계약을 해지해버렸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에 실패한 다야니는 계약금 578억 원이라도 돌려달라고 했으나 채권단은 “계약 해지의 책임이 다야니에 있다”며 거부했다.
결국 다야니는 채권단 중 한 곳인 한국자산관리공사 즉 캠코가 정부 측 기관이라는 이유를 들어 2015년 9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했다.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는 2018년 6월 한국 정부가 계약금과 지연 이자 등을 더해 730억 원을 다야니 측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우리 정부는 “다야니의 소송 대상은 한국 정부가 아닌 채권단이기 때문에 애초에 ISD 대상이 아니다”라며 판정 취소 소송을 냈다. 그러나 중재를 맡은 영국 고등법원은 이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의 는 판정이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ISD란 외국 기업이 투자 대상국 정부로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말한다. ISD는 영어 Investor-State Dispute의 약자이다. 말 그대로 투자자와 정부 간 소송인 셈이다. 기업이나 개인 해외 투자에 나섰다가 투자 대상국 정부의 잘못된 법이란 정책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국제사법중재를 손해배상을 받도록 있도록 한 제도이다.
ISD제도는 1966년 맺어진 '국가와 다른 국가의 국민간 투자분쟁해결에 관한 협약(워싱턴협 약)'에 의해 도입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 미국과의 이른바 한미 FTA를 맺으면서 ISD를 본격 도입했다.
ISD는 세계은행(IBRD) 산하의 민간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가 중재 절차를 관장하한다. 중재절차가 시작되면 3인의 중재인으로 구성된 중재 판정부에 회부된다. 중재인은 양측에서 각각 1명씩을 선임하고 위원장은 양측의 합의에 의해 선임한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의 사무총장이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ISD는 투자유치국의 정책변화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불공정한 차별대우로 발생될 수 있는 피해로부터 국제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ISD 소송은 줄을 잇고 있다. 론스타가 제기한 ISD소송은 소송금액이 무려 5조 원이다. 론스타는 한국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부당하게 세금을 징수했다며 2012년 ISD를 제기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메이슨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방법으로 개입해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1조 원 상당의 ISD를 제기했다. 론스타와 앨리엇은 이란의 다야니보다 영향력이 훨씬 크다. 우리 정부가 이란의 자그마한 가문에도 밀려 ISD 소송에 패소한 것을 볼 때 론스타나 앨리엇과의 ISD소송은 더 험란한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 ISD 소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런 만큼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경제 정책을 펼 때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분하게 감안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 문재인 정부가 쏟아내는 숱한 규제정책들도 훗날 ISD 소송의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세금폭탄도 마찬가지 이다. 정책의 균형감각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