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국 북서부 오리건 주 뉴 포트에서는 시민들이 화장지가 없다며 긴급 번호 '911'로 전화를 걸어와 경찰 당국에서는 긴급 상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전화를 걸지 말도록 호소했다. 나아가 시민들이 화장지 부족을 염두에 두고 화장지 대신 키친타월이나 물티슈, 심지어 신문지를 사용해 변기가 막히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비상사태 때에는 화장지보다 음식이나 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생존키트에서 한참 후순위에 있을 화장지가 사재기 물품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은 그저 막연한 공포심 때문이다. 사우스 웨일즈 대학의 니키타 가그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해 사람들이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화장지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를 미리 준비함으로써 상황을 더 잘 통제한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가그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코로나19와 같은 급작스런 감염병의 경우 사람들은 상황이 어떻게 될지, 얼마나 악화될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 한다"며 "그들이 통제력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재기 심리는 'FOMO(Fear Of Missing Out,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 증후군'으로 알려진 심리적 현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내 이웃이 어떤 물건을 산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고 나도 그 곳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재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엄밀히 말해 감기다. 일반 감기보다 좀 더 심각한 독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WHO가 지정한 대로 세계적 대유행이 되면서 상황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 세계가 공포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외출금지, 공장가동 중단, 카페 폐쇄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은 불가능해졌고 금융위기에 준하는 주가 폭락, 환율 급등 등 진짜 위기를 발생시키고 있다.
코로나19는 가능한 한 자주 손을 씻음으로써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해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일상생활을 마비시킬 만큼의 재난이란 생각에서 공포를 느끼는 것도 문제다.
노정용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