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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공주택 건설 ‘산 넘어 산’…지자체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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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공주택 건설 ‘산 넘어 산’…지자체 반발 확산

공공주택 건설 대상지 일대 지자체, 8.4공급대책 반대입장 표명
“고밀도 주택단지로 베드타운 전락…교통마비 우려” 한 목소리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신규택지 발굴·공공재건축 등을 통해 서울‧수도권에 13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8.4 공급대책’에 경고등이 켜졌다. 1차 개발지역 공개만으로도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등 사업지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주민 반발을 사전에 잠재우지 못할 경우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6일 부동산업계와 지자체들에 따르면 정부의 8.4 공급대책 발표 이후 일부 공공주택이 들어설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첫 포문은 서울시가 열었다. 서울시는 지난 4일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이 발표되자마자 공개적으로 별도 브리핑을 열어 정부의 공공재건축 방안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김성보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공공재건축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재건축 추진 주체는 공공보다는 민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방안을 놓고 서울시가 이견을 보이자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후 늦게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고 “공공이 참여하는 경우 최대 50층까지 허용하겠다는 입장에 정부와 서울시 간 이견은 없다”고 주장했다.

과천시도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공공주택을 짓기로 한 정부 대책과 관련해 불만을 표시했다.

김종천 경기 과천시장은 지난 4일 ‘8.4 공급대책’에 포함된 정부과천청사 부지와 청사 유휴지 내 공공주택 4000여 가구 공급계획에 대해 반대 성명을 내고, 해당 계획에서 정부과천청사 등에 대한 계획은 제외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김 시장은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과천의 도시발전 측면에서 계획되는 것이 아니라,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라며 “정부과천청사 부지와 청사유휴지는 미래 세대를 위한 자원으로 쓰이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주요 개발 대상부지로 지목된 태릉골프장이 있는 서울 노원구에서도 즉각 토로가 이어졌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공급대책 발표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오승록 구청장은 서한에서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또다시 1만가구의 아파트를 건립한다는 정부 발표는 그동안 불편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온 노원구민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오 구청장은 “노원구는 전체 주택의 80%가 아파트이고 인구밀도가 높아 주차난 가중, 교통체증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가구 규모의 주택이 들어설 경우 당초 목표인 집값 안정보다 노원구의 베드타운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포구도 상암동 일대에 공공주택 6200가구를 짓기로 한 정부 대책에 반기를 들었다, 마포구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포함된 상암동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해당 계획에서 마포구에 대한 주택 계획은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유둥균 마포구청장은 “미래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에 사용해야 할 부지까지 주택으로 개발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마포구와 단 한 차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일선 지자체나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정부의 대규모 주택 공급계획은 ‘도로 아미타불’이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확대 정책 발표 이전에 지자체와의 협의 등 사전준비작업을 충분히 이행했어야하는데 시간에 쫓겨 대책을 내놓다보니 현재와 같은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이라며, “부족한 주택공급을 충족하면서 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정부의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