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일 1만8625달러까지 오른 니켈 가격은 올들어 하락세를 보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3월23일 1만1055달러로 저점을 찍었다. 이후에는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날 가격은 3월 저점에 견줘 무려 38.4%나 급등한 것이다.
니켈 가격 급등은 코로나19에 따른 니켈 산지의 셧다운(일시폐쇄)과 수요 회복과 연관이 깊다. 필리핀 광업지질국에 따르면, 상반기 필리핀의 니켈 생산량은 10만2310t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8% 줄었다. .
여기에 중국이 코로나로 위축된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면서 수요가 급증한 것도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니켈 가격 급등으로 한국 기업들은 큰 후유증을 앓을 수밖에 없다. 니켈 가격 상승은 스테인레스강 생산비, 의료용기구와 배터리 등의 가격 증가로 직결된다.
스테인레스강 제조에 들어가는 페로니켈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SNNC는 니켈 20%, 철 80%를 섞어 페로니켈을 생산해 포스코에 공급한다. 원료의 20%를 차지하는 니켈 가격이 올들어 40% 가까이 오른 만큼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화학의 원통형 배터리는 NCM811은 니켈비중이 80%에 이른다. 코발트와 망간 비중은 10%, 10%다. 망간 비중을 줄여 비용절감을 꾀했지만 최근 니켈 가격 상승은 큰 골칫거리다.
LG화학은 내년에 코발트 비중을 5%로 줄이고 니켈 함량을 늘린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를 양산할 계획이며 SK이노베이션은 NCM 양극재에서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높인 제품을 개발해 미국 포드자동차에 납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 핵심 소재인 니켈과 코발트 가격 상승은 전기차 배터리를 '포스트 반도체'로 육성하려는 산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전세계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배터리 양극재 소재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많아 가격 상승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배터리의 니켈 비중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배터리에서 양극재 NCM과 NCA가 차지하는 비중은 6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포인트 높아졌다. 양극재 시장이 니켈 중심으로 기운 형국이어서 니켈 가격 상승은 배터리 업계가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