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프로젝트 2년 만에 파산 잇따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언론 브리핑에서 “반도체 기술이 부족한 기업들이 맹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해 지자체들이 큰 손실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한옹신반도체제조(HSMC)다. 지자체와 베이징 광량란투테크놀로지가 2017년 공동으로 설립하고 지방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았으나 사업은 중단됐다. 투입된 수십억 위안의 공적 자금은 고스란히 손실로 남았다. 설립자 카오샨은 TSMC의 부사장 및 에이서 뉴욕사무소 부사장으로 알려졌으나 후에 드러난 그의 본명은 바오 엔바오였고 경력은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그는 오래된 SMIC 공장 도면을 활용해 팹 건설 자금을 유치하고 반도체 전문가를 모아 팀을 꾸렸지만 그 목적은 반도체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이었다. 반도체 생산은 관심 밖이었다고 한다.
지자체는 지난해 11월 HSMC를 인수하고 임원진을 해임했다. 그러나 바오 엔바오는 여전히 10여 개의 반도체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이 보상을 받을 지도 불분명하다.
중국의 여러 반도체 회사들이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HSMC는 극단적인 사례지만 비즈니스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여전히 반도체 산업을 중국의 차세대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반도체 메이커인 SMIC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 미국이 반도체 개발의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 미래 시장은 중국에 있다. 반도체 분야의 고급 엔지니어들이 귀향하고 있다. 이제 중국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낙관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년 여 동안 실패에서 배운 것은 ‘반도체 산업에 지름길은 없다’는 것이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성공할 것인가의 여부는 시간 및 사람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