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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라는 집착’이 성공에서 멀게 한다…아직도 유효한 스티브 잡스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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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라는 집착’이 성공에서 멀게 한다…아직도 유효한 스티브 잡스의 교훈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사진=로이터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은 물건이든 사회적 지위든 일단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나면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1980년대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사람이 자신이 소유한 것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에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그 예로 한 병에 5달러를 주고 산 포도주의 가격이 50달러로 올랐음에도 쉽사리 팔려고 하지 않는 심리 상태를 들었다. 한마디로 ‘내 것이면 무조건 최고’라는 심리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퍼져 있다는 것.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잉크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애플을 오늘날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고의 일류 기업으로 일군 배경에는 내 것이 최고라는 소유효과의 유혹을 극복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면서 기업인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잡스가 1997년 내린 위대한 결정

잉크에 따르면 잡스가 지난 1997년 내린 결정이 아니었으면 잡스가 글로벌 IT 업계의 새 역사를 쓰는 혁신 기업인으로 기록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애플이 다른 기업과 뭔가 차별화된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불가능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애플 역사에서 1997년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애플이 18억달러의 적자를 내며 거의 파산지경에 이른 시점이자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났던 잡스가 12년 만에 다시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해.

C대 자리로 다시 돌아온 잡스가 내린 결정은 전 직원을 경악케 했고 관련업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때까지 애플이 생산 또는 개발 중이던 무려 350가지의 제품을 거의 모두 중도하차시켰기 때문.

잡스가 복귀하는 바람에 애플이 만들거나 만들 예정이었던 품목의 약 70%가 졸지에 하루아침에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개인휴대단말기(PDA)의 기준을 만드는데 기여했고 오늘날 스마트폰의 원형이 된 뉴턴 PDA, 가정용 게임기 애플 반다이 피핀, 수많은 버전의 맥 데스크탑 PC 등도 이 때 잡스의 결단으로 공중분해된 제품들이다.

결국 잡스가 계속 진행해도 좋다고 허락한 제품은 10가지에 불과했다. 수많은 자금을 들여 이들 제품을 출시한 애플 직원들, 당시 연구개발을 한창 진행 중이든 애플 직원들이 멘붕에 빠지는 것은 당연했다.

◇애플 직원과 보유효과

그러나 잉크에 따르면 애플 직원들이 멘붕이 빠진 더 근본적인 이유는 소유효과에 근거한 박탈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개발되기 전까지면 몰라도, 출시가 되기 전까지면 몰라도 이미 개발이 됐고 출시까지 된 상황에서 중도폐기된 제품들은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소유물 같은 존재, 자식 같은 존재로 인식됐던 존재, 한마디로 ‘회사의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생각한 것.

이는 지난 1985년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이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연구논문 등에서 제기된 보유효과 이론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사례에 해당한다는게 잉크의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계속 그 제품을 소비할 의향이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인데 내가 만들었다는 이유로 훨씬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그만큼 경영부진에 빠진 회사를 살려야 하는 절대 임무를 부여 받은 잡스 입장에서는 특단의 대책일 수 있었으나 뻔히 예상되는 직원들의 반발을 생각하면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단이었을 문제였다는 것.

잉크는 “직원은 물론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도 특정한 제품, 프로젝트, 심지어 인력에 대해서 의외로 오랜 기간 소유에 가까운 애착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잡스가 남기라고 한 제품

세계적인 전기작가 월터 아이잭슨이 쓴 베스트셀러 ‘스티브 잡스’에 따르면 잡스가 350가지의 제품을 날리면서 남기라고 한 제품은 놀랍게도 종류로 봐서 딱 4가지였다.

그것은 바로 아이맥 데스크탑 컴퓨터, 파워 매킨토시 테스크탑 컴퓨터, 아이북 노트북 컴퓨터, 파워북 노트북 컴퓨터.

아이잭슨의 책에 따르면 잡스는 임원들 앞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들고 X축에는 일반 소비자용과 전문가용, Y축에는 데스크톱 컴퓨터와 휴대용 컴퓨터라고 적은 뒤 총 4칸에 한가지씩 써 넣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잡스는 “다 필요 없고 고객 입장에서는 두가지 즉 첫째 난 일반 소비자인가 전문가인가, 둘째 데스크탑이 필요한가 노트북이 필요한가를 따지는게 중요하다”면서 “그에 대한 애플의 답은 간단하다, 즉 일반 소비자용이면서 데스크탑 및 일반 소비자용이면서 노트북, 전문가용이면서 데스크탑 및 전문가용이면서 노트북”이라고 말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