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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비트코인‧테더 투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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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비트코인‧테더 투자 열풍

터키 200리라화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터키 200리라화 지폐. 사진=로이터
터키 국민들이 자국 명목화폐 리라 폭락을 피해 비트코인(BTC)과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에 투자하는 붐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2일(현지 시간) 정부 경제 정책이 상당한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터키와 개발도상국 일부에서 암호화폐가 수용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터키인들은 리라화가 변동성이 매우 커져서 현지 통화를 버리고 변동성이 크고 훨씬 더 위험한 자산인 암호화폐에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인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달러 대비 리라화가 풀리는 동안 3개 거래소에서 리라화를 이용한 암호화폐 거래량은 하루 평균 18억 달러(약 2조1400억 원)로 급증했다. 이 양은 하루에 약 710억 리라의 거래를 발견한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의 2019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여전히 적지만, 이전 5분기 중 어느 때보다도 많다.

터키에서 리라화가 폭락하자 2021년 10월부터 3개월 동안 비트코인 온라인 검색이 급증하고 있다. 출처=구글 트렌드 이미지 확대보기
터키에서 리라화가 폭락하자 2021년 10월부터 3개월 동안 비트코인 온라인 검색이 급증하고 있다. 출처=구글 트렌드


터키인들은 특히 가치가 달러에 고정되어 있는 스테이블코인 테더에 열광한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지난 가을 리라는 달러와 유로를 제치고 정부가 발행한 통화 중 테더 대비 가장 많이 거래되는 통화가 됐다.

터키인들은 오랫동안 미국 달러, 유로, 금으로 돈을 보관함으로써 경제적 혼란을 극복해 왔다. 최근 몇 년간 암호화폐의 등장은 훨씬 더 변동성이 크지만 부를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자산군을 제시했다. 9월 이후 리라는 달러에 대한 가치의 40%를 잃었다. 비트코인은 당초 11월 초까지 달러 대비 40% 가까이 급등했으나 현재는 10% 이상 하락한 상태다.

터키 최대 도시이자 상업 수도 이스탄불에서는 트램, 광고판, 도시 내 두 공항 중 하나에 암호화폐 거래소 광고가 뜬다. 무역업자들이 외화와 금을 파는 곳 근처의 골목길에 들어선 그랜드 바자에는 비트코인을 파는 가게들이 생겨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맞서 거듭된 금리인하 추진으로 터키 금융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렸다. 최근 몇 주간 구제금융 이후 원화가 다소 안정세를 보였지만 현지 터키인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터키 북서부 부르사의 무역업자 카안 셰나이(27)는 "금리에 관한 무분별한 정책,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결정에 관한 발표된 통계에 대한 신뢰 감소는 암호화폐가 위험하고 불안정한 금융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피난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셰네이는 2017년부터 돈을 더 벌기 위해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점점 더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신의 리라화 수입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았다. 그가 원단 생산업체에서 일하며 버는 리라의 구매력은 물가 상승과 함께 줄어들었다.

터키인들은 지난해 자국 내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 사용을 공식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를 수용하고 있다. 터키 암호화폐 거래소 파리부의 투란 세르트 고문은 예고 없이 공개된 이번 금지조치가 "터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충격적인 경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새로운 암호화폐 법이 곧 의회에 보내질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거의 없다고 세르트는 전했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은 터키와 개발도상국 일부에서 암호화폐의 인기가 높아졌다. 나이지리아인들은 통화 평가절하와 외화 접근에 대한 엄격한 통제 이후 결제에 비트코인을 사용한다. 20년 동안 경제가 미국 달러에 묶여있었던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인정한 첫 번째 국가가 되었다.

터키에서는 불신의 일부가 리라화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 터키 은행 예금의 3분의 2는 주로 달러와 유로화로 구성되어 있다. 터키 은행들은 중앙은행과 정부에 달러를 빌려주고 있는데, 이 달러들은 리라화를 지탱하기 위한 싸움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데 사용되었다.

달러 인출을 서두른다면 터키 은행들은 예금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 달러 중 일부를 돌려받아야 하는데, 정부가 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은행들로 하여금 달러 예금을 리라화로 바꾸도록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몇몇 터키 저축가들에 의하면, 은행 보유 달러와 현금 달러를 달러와 같은 전통적인 화폐에 가치가 고정되어 있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눈을 돌렸다. 체인리서치는 지난해 12월 리라화 거래의 절반 이상이 테더와 관련됐다고 밝혔다.

테더 등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ETH) 등 변동성이 높은 코인을 거래하는 관문으로도 활용된다. 터키 암호화폐 거래소 비틀로는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지난 분기 신규 거래자 수가 증가했다고 에스라 알페이 최고마케팅책임자가 밝혔다.

알페이는 "최근 몇 달간 나타난 터키 리라의 변동성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해 우리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있는 투자로,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회피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