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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가상세계'로 간다…메타버스추진협의회 공식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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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가상세계'로 간다…메타버스추진협의회 공식 출범

소니·소프트뱅크·세가 등 메타버스·블록체인 사업 추진
'버추얼 유튜버' 등 앞세워 가상 엔터테인먼트 시장 선도

메타버스추진협의회 출범식 전경. 왼쪽부터 코미즈 요스케 사무국 직원·오사다 다다치요 감사위원·쿠마 켄고 고문·미조하타 히로시 상임이사·요로 타케시 대표이사·키우치 다카다네 상임이사·히로세 미치타카 고문·이치카와 타츠야 사무국장. 사진=키우치 다카다네 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메타버스추진협의회 출범식 전경. 왼쪽부터 코미즈 요스케 사무국 직원·오사다 다다치요 감사위원·쿠마 켄고 고문·미조하타 히로시 상임이사·요로 타케시 대표이사·키우치 다카다네 상임이사·히로세 미치타카 고문·이치카와 타츠야 사무국장. 사진=키우치 다카다네 트위터
글로벌 IT업계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를 두고 일본 역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관련 사업 추진에 나선 가운데 정계·재계·학계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메타버스추진협의회'가 공식 출범했다.

씨넷 재팬, IT미디어 등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메타버스추진협의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임의 활동을 개시, 지난달 말 사단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이 달 18일 정식 발족을 선언했다.
협의회를 이끄는 대표이사는 요로 타케시 도쿄대학교 명예교수 겸 일본뉴스시사능력검정협회 명예회장이 맡았다. 의학부 교수 출신인 그는 '고양이만큼만 욕심내는 삶', '바보의 벽', '유뇌론' 등을 저술했다.

요로 대표 아래 상임이사 자리는 일본 관광청 장관을 지낸 미조하타 히로시 오사카 관광국 대표이사, 일본 국회 하원인 중의원에서 2차례 의원직을 지냈던 키우치 다카다네 TK코퍼레이션 대표 등이 맡았다. 협회 파트너사로 ANA홀딩스·미쓰비시 상사 등 일본 대표 대기업들을 포함 20여 개 업체와 함께한다.

협의회 설립 목적은 메타버스 공간과 기업·사람 사이 상관 관계를 조사하고 생활문화 형성에 관한 정보를 확보, 메타버스 관련 법률을 검토하고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돕는 것이다. 특히 메타버스 사업 외에도 디지털 자산·NFT(대체불가능토큰) 관련법 등 블록체인 분야 역시 함께 다룬다.

'플레이스테이션 VR 2' 예시 이미지. 사진=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이미지 확대보기
'플레이스테이션 VR 2' 예시 이미지. 사진=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추진협의회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여러 일본 기업들은 메타버스·블록체인 분야에 투자해왔다. 일본을 대표하는 IT 빅테크 소니 그룹이 대표적인 예시로, 게임 사업을 담당하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와 소니 뮤직 그룹이 두 축이 돼 '투 트랙' 형태로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소니IE는 올 초 글로벌 전자제품 박람회 'CES'에서 플레이스테이션(PS)용 가상현실 주변기기 'PS VR2'를 선보였다. 연달아 온라인 게임 전문 개발사 번지 소프트웨어를 36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직후 "5년 안에 라이브 서비스 멀티 플레이어 게임 10종을 론칭하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했고, 지난 11일에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기업 에픽게임즈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소니 뮤직 그룹은 지난해 7월 이용자 창작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개발사 로블록스 코퍼레이션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11월 들어 버추얼 유튜버 그룹 '버스엔'을 선보이며 가상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했으며, 12월에는 중국 영상 플랫폼 빌리빌리 등과 협업해 또 다른 버추얼 유튜버 프로젝트 '버추얼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버추얼 유튜버는 실제 인간이 AR(증강현실) 기술 등을 활용, 가상 캐릭터를 내세워 개인 방송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2016년 데뷔한 '키즈나 아이'가 300만 구독자를 확보하며 시장을 개척한 이래 홀로라이브·니지산지 등 후발주자들이 각각 수십명에서 백명에 달하는 버추얼 유튜버들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등 가상 엔터 시장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다.

유튜브 통계 분석 플랫폼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세계 슈퍼챗(라이브 방송 중 시청자에게 후원을 받는 시스템) 순위 1위부터 4위까지 홀로라이브 소속 버추얼 유튜버들이 장악했으며 이중 3명이 슈퍼챗으로만 10억원을 거둬들였다. 지난해에는 1위부터 9위까지로 범위가 확대됐으며 이들 중 7명이 10억원 이상 슈퍼챗 수익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2010년 초부터 '하츠네 미쿠' 등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홀로그램 콘서트를 꾸준히 대중에 선보이는 등, 가상 엔터 분야에선 독보적인 길을 걸어왔다"며 "메타버스란 단어가 대두되기 전부터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후발 주자들 입장에선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추얼 유튜버 '키즈나 아이'가 2018년 6월 도쿄에서 팬들과 함께하는 콘서트를 열고 있다. 사진=키즈나 아이 공식 사이트이미지 확대보기
버추얼 유튜버 '키즈나 아이'가 2018년 6월 도쿄에서 팬들과 함께하는 콘서트를 열고 있다. 사진=키즈나 아이 공식 사이트

소니 뮤직 그룹 외에도 일본 대표 게임사 세가 역시 버추얼 유튜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가는 자사 대표작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 주인공 소닉을 지난해 6월 버추얼 유튜버로 데뷔시켰으며, 12월 들어 소닉의 동료 캐릭터인 테일즈도 버추얼 유튜버 활동을 개시했다.

'팩맨', '철권' 등의 개발사로 유명한 반다이 남코는 지난달 말 일본 유명 로봇 만화 '건담' IP를 활용한 메타버스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반다이 남코는 3년 동안 총 30억엔(약 289억원)을 투자해 기금을 조성해 VR·AR 역량을 강화하고 NFT 등 블록체인 기술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 블록체인계를 대표하는 업체로는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가 꼽힌다. 2017년 블록체인 분야 연구에 뛰어든 이래 엘립틱·더 샌드박스·폴리곤 등 글로벌 블록체인사에 연달아 수 십억엔을 투자했으며, 한국의 네이버와 합작해 설립한 SNS사 '라인'을 통해 자체 블록체인 '링크(LINK)'를 개발하기도 했다.

'파이널 판타지' 개발사 스퀘어에닉스는 링크 블록체인과 협업해 NFT '자산성 밀리언 아서'를 선보이는 등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마츠다 요스케 스퀘어에닉스 대표는 "2021년이 메타버스·NFT 원년이었던 만큼, 올해는 두 사업이 비즈니스적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라며 "스퀘어에닉스에게 있어 올해는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