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투자은행(IB)을 통해 자율주행 자회사인 포티투닷(42dot)에 대규모 자금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포티투닷은 현대차그룹이 지난 8월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에 추가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사우디의 네옴시티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가 네옴시티 입성을 위해 스마트시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서비스 개발에 힘을 싣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표면적으로도 레벨4 자율주행 요소기술 개발, 로보택시 및 로보셔틀 도심 실증사업 등 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포티투닷은 2019년 설립됐지만 지난해 현대차에 흡수되며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총괄하는 TaaS(Transportation-as-a-Service·포괄적 수송 서비스) 본부로 재편됐다. 주로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에 참여해 자율주행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청계천 일부 구간에서 레벨 4단계 자율주행 버스의 시범 운행을 시작하기도 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이 추진하는 길이 170km에 달하는 직선 도시 더 라인(The Line)과 바다 위에 떠 있는 산업단지 옥사곤(Oxagon), 산맥과 호수가 어우러진 초대형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Trojena)로 구성된 650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일명 제2의 중동 붐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달 빈 살만이 방한했을 때 20여 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협의 내용에 자율주행 부문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특히 네옴시티의 더 라인 내부는 스마트시티로 개발 중인 만큼 포티투닷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주축인 자율주행 서비스 영역과도 맞물리는 부분이 많다. 도시 간 연결 교통은 현대차가 개발 중인 AAM(Advanced Air Mobility)이 활용될 수 있다. 지하 고속철 터널 건설은 이미 현대건설과 현대로템이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월 포티투닷을 인수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총괄하는 TaaS 신설 본부에 송창현 대표를 본부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통해 TaaS 본부와 인공지능(AI) 기술 전담 조직 에어스컴퍼니 등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송 대표는 지난달 13일 B20 서밋에서 정의선 회장이 공언한 대로 2025년까지 SW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데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추가 투자와 인력 재배치로 자율주행 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 셈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