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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키하바라' 홍대거리, 버추얼 유튜버가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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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키하바라' 홍대거리, 버추얼 유튜버가 접수

굿즈 수입, 컬래버 이벤트, 지하철역 광고판까지
日에선 상장사도 여럿 나와…韓은 아직 '발전 중'

홍대입구역 한 복도에 '니지산지' 소속 버추얼 유튜버들을 위한 광고 포스터가 게재됐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홍대입구역 한 복도에 '니지산지' 소속 버추얼 유튜버들을 위한 광고 포스터가 게재됐다. 사진=이원용 기자
홍익대학교(홍대)거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 이전까지 소위 '오타쿠'라 불리는 서브컬처 팬들이 몰리는 대표적인 상권이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난 후 활기를 되찾고 있는 거리에 새로운 캐릭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버추얼 유튜버다.

최근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쇼핑몰 에이케이앤(AK&) 5층에선 해외 유명 버추얼 유튜버 그룹 니지산지의 '룩시엠(Luxiem)'과의 컬래버레이션 이벤트가 열렸다. 룩시엠은 영어로 소통하는 방송인 5인으로 이뤄져있는데 이들 중에는 지난해 슈퍼챗(유튜브 라이브방송 후원 기능)으로만 13억원을 거둬들인 '복스 아쿠마'가 소속돼있다.
홍대입구역 내부에는 10명 이상의 니지산지 일본 본사 소속 버추얼 유튜버들의 이미지가 전시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일본 본사에 통합된 한국 지부의 멤버들이다. 팬들은 인근 합정역, 나아가 잠실역과 건대입구역에도 광고를 진행했다.

합정역에는 니지산지 외에도 일본의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에서 지난 2021년 말 론칭한 5인조 신예 '홀록스'의 이미지가 전시됐었다. 홀록스에는 아쿠마와 더불어 지난해 유이하게 10억원 이상의 슈퍼챗 수익을 거둔 버추얼 유튜버 '사카마타 클로에'가 소속돼있다.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에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구독자(427만명)를 보유한 버추얼 유튜버 '가우르 구라'가 소속돼있다. 가우르 구라와 그녀의 동기 총 5명으로 구성된 그룹 '홀로미스'는 지난해 7월 합정 애니플러스샵 컬래버 카페를 선보였다. 이들은 최근 국산 게임 '카운터사이드'와도 컬래버를 진행했다.

국내 버추얼 유튜버들의 콘서트 행사 역시 예정돼있다. 오는 25일, 국내 버추얼 유튜버 그룹 '버추얼 헤르츠'와 '브이리프트' 소속 유튜버 총 6명이 홍대 프리즘홀에서 3D 아바타를 내세워 라이브 콘서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합정 애니플러스숍 벽면 한 켠에 버추얼 유튜버 팬들이 붙인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있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합정 애니플러스숍 벽면 한 켠에 버추얼 유튜버 팬들이 붙인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홍대거리는 2010년대 중반부터 굿즈 숍, 해외 도서 판매점, 테마 카페 등이 차례로 입점해 '한국의 아키하바라'로 불리는 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 서브컬처 행사 '서울 코믹월드'가 주기적으로 열리는 양재동과 더불어 오타쿠들의 '팬심'이 향하는 곳을 알 수 있는 장소다.

아키하바라는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전자제품 상가로 유명한 번화가다. 2000년 전후로 급격히 성장한 게임·애니메이션 팬덤을 위한 제품을 대거 취급하기 시작해 '오타쿠의 성지'로 자리잡았다.

버추얼 유튜버는 실제 인간이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 자신의 표정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따라하는 아바타를 내세워 영상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바타 속의 인간이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비교했을 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홍대입구역에 니지산지 유튜버들의 광고판이 내걸렸을 때, 전시에 포함된 유튜버 '나세라'는 SNS를 통해 "준비가 많이 힘드셨을텐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홀로미스의 멤버 '타카나시 키아라'는 지난해 한국을 깜짝 방문, 애니플러스숍 합정점에 친필 사인을 남기고 가는 팬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버추얼 유튜버들의 인기가 오프라인 이벤트로 연결되는 사례는 서브컬처 종주국 일본이나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뉴욕주 타임스 스퀘어나 대만, 홍콩의 시내 버스에도 버추얼 유튜버 광고가 수차례 내걸렸다. HP, MSI, 켈로그 등 세계적 대기업들은 콘텐츠 사업을 추진하지 않음에도 불구, 브랜드 홍보를 위해 자체 버추얼 유튜버를 선보였다.

대만의 시내에서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의 버추얼 유튜버 '토코야미 토와'가 래핑된 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대만 동인 그룹 '테트라포드샤'이미지 확대보기
대만의 시내에서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의 버추얼 유튜버 '토코야미 토와'가 래핑된 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대만 동인 그룹 '테트라포드샤'

서브컬처 종주국 일본은 이미 버추얼 유튜버 IP화에 나섰다. 지난 2016년 데뷔해 버추얼 유튜버 시장을 연 선구자로 꼽히는 '키즈나 아이'는 현재 리듬 게임, 애니메이션 등으로 미디어 믹스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니지산지 운영사 애니컬러는 지난해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홀로라이브 운영사 커버 역시 오는 3월 27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용자들의 호응에 발맞춰 버추얼 유튜버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2021년 12월 데뷔해 멤버 전원이 2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은 '이세계 아이돌'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곳은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한 국내 콘텐츠 기업 직원은 "내수 시장 크기나 시간적 차이 외에도 서브컬처 분야의 저변 차이가 문제"라며 "일본어는 오타쿠들 사이에서 '라틴어'로 불릴만큼 인지도가 높아 해외 팬들을 끌어들이는 데 용이하지만, 한국어는 일본어에 비해 언어 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1인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버추얼 유튜버들의 대두와 함께 기존에 큰 인기가 없던 실시간 방송 시장이 함께 붐을 일으켜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본다"며 "영상 송출형 라이브 방송의 역사가 20년 가까이 계속돼 시장 성숙기에 다다른 한국에선 시장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딜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에선 스마일게이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쓰리와이코퍼레이션, 네오위즈, 노벨피아, 루리웹 등이 자체 버추얼 유튜버를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업계 안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업체들이 뭉쳐 글로벌 경쟁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