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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발 부실채권이 은행부담으로 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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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발 부실채권이 은행부담으로 전이

중국이 부동산 위기와 그로 인한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로 경기 전망이 어두울 전망이다. 사진은 2024년 1월 17일 베이징의 한 건설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크레인에 올라탄 모습.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부동산 위기와 그로 인한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로 경기 전망이 어두울 전망이다. 사진은 2024년 1월 17일 베이징의 한 건설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크레인에 올라탄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세계 경제 전문가 대다수가 2024년 중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수석 이코노미스트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 경제 전망 설문조사에서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 중 69%는 중국 경제가 2024년에도 약한 소비 심리, 낮은 산업 생산량 및 부동산 시장 우려로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완만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최대 현안인 부동산 위기와 그로 인한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론이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은행 신용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은행들은 2016년부터 부실 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시중에 팔아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해 왔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부동산 부실이 심화되고,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빚이 누적되면서 부실 채권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부실 채권을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구매해야 자금이 순환되는데,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부실 채권 투자를 모두가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원금이나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대출자도 줄어든다. 또 신용이 나쁜 대출자들이 늘어날수록 부실 채권의 회수율도 낮아지면서 구매자에 손실을 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부실 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 자금을 푸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부실 규모가 너무 커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국가금융감독관리국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말 중국 전체 은행 부실 채권 발행 금액은 총 3조 2000억 위안에 달한다.
팔리지 않은 부실 채권 비용은 은행들이 부담해야 하고, 은행들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전가된다.

또한, 부실 채권은 원금과 이자 상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은행이 이를 담보로 다른 대출을 받기도 어렵고,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소비와 투자도 덩달아 줄게 된다.

지난해 중국 부실 채권 판매 규모는 477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중 주택 관련 부실 채권은 52%를 차지한다. 주요 발행 기관은 중국의 4대 국유 은행과 상하이 푸동개발은행, 통신은행, 중국상인은행 등 중국을 대표하는 거대 은행들이었다.

중국 정부는 은행들이 부실 채권을 시중에 팔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은행들의 자금 회수율을 높이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올해 중국의 부실 채권 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남아 있고, 회수율에 대한 기대가 낮아 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에서 잘 팔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는 고스란히 은행과 대출자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이러한 부실 채권 규모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볼 수는 있다. 이는 부실 채권을 단순히 금액으로만 평가할 수 없고 신용 상태, 대출 종류, 대출의 지역 분포 등에 따라 파급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부실 채권이 전체의 52%를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계속 침체될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지고, 회수율이 낮다는 것은 중국 금융 시스템의 신용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의 경제 사정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국채 수익률의 하락이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면서 시중 자금 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적어진다는 의미로, 중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5일(현지 시간) 기준 약 2.5%를 유지했는데, 이는 2002년 6월에 기록된 런던증권거래소 데이터의 사상 최저치인 2.352%에 가깝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음에도, 디플레이션 압력과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해 10년 만기 중국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에 근접한 것은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2022년 4분기 기준으로 0.4% 성장하는데 그쳤다. 2020년 2분기 이후 최저치이다. 또한, 중국 제조업 PMI는 2022년 7월에 50.2로 하락하며 지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각종 지표와 글로벌 전문가들의 예측은 현재 중국 경제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초부터 적신호가 울리는 경제 상황을 중국 정부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