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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시장, 또 다시 둔화 조짐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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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시장, 또 다시 둔화 조짐 보여

소비자 기호에 부합하는 가격과 충전소 보급이 관건

초기 얼리 어답터의 열기가 식으면서 미국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테슬라의 1분기 인도량이 전년 대비 8.5% 감소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판매는 62% 증가했고, 토요타와 포드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혼조를 보여준다.

충전소에 있는 전기차.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충전소에 있는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실제 미국 시장에서는 전기차의 2024년 1분기 성장률은 2.7%로 지난해의 47%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며, 하이브리드 인기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4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순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다, 시장의 변화를 수용하고 하이브리드의 인기를 감안해 최근 새로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정에 순수 전기차 외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넣었다. 이는 예상보다 느린 전기차 시장 변화에 나름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악시오스가 인용한 콕스 오토모티브의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2023년에 120만 대의 전기차를 구매했다. 이는 미국 전체 신차 시장의 7.6%에 해당하며, 이는 2022년 5.9%보다는 증가한 수치지만, 2024년 첫 3개월 동안 0.5%p가 떨어진 7.1%로 다시 내려앉았다.

다만, 콕스는 2024년 말까지 전기차 점유율이 10%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더하면 전기화된 차량이 올해 말에 신차 판매의 거의 24%를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점은 경제성과 충전 접근성이라는 장애물이다.

전기차 가격이 혁신을 거듭해 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전기차 가격은 비싸다. 콕스에 따르면 2월에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은 약 5만2300달러였다. 이는 일반 내연 고급차량보다 거의 20% 높은 가격이다.

더 저렴한 전기차가 보급되어야 신규 구매자를 끌어들일 수 있지만, 여전히 높은 이자율도 자동차 대출을 더 비싸게 만들고 있어 소비자들의 기호를 확 끌어당기지 못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거의 대다수가 대출을 통해 차를 사기 때문에 금리가 자동차 구매에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다.

연준은 금리 인하 시기를 계속 조율하면서 연내 하반기에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기 때문에, 자동차 구매 소비를 자극할 금리 인하도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고가의 자동차를 구매하기보다는 하반기로 구매 시기를 연기하려는 것은 소비자로서 합리적 선택이다.

이런 가운데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근에도 트럼프는 전기차 시장은 결국 중국이 지배할 것이라며, 낭비적인 보조금 정책을 자신이 취임하면 당일에 폐지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시기를 더 늦추도록 압박하고 시장의 성장에 발목을 잡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잠재적 전기차 소비자들은 구매 이전에 충전 문제를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 문제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는 현재 약 175,800개 충전소가 있고, 매주 평균 900개의 새로운 충전소가 문을 열고 있다. 이중 약 41,400개는 “DC 고속 충전소”이고, 나머지는 쇼핑, 작업 또는 식사 중에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저속 충전소다.

미국 전기차 충전소 분포는 주로 동서부의 대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교외 지역에는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가장 많이 분포된 충전기는 레벨 2 충전기로, 미국 전역 공공 충전소 중 약 80%를 차지하고, DC 급속 충전기는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뉴욕, 플로리다, 텍사스 4개 주에 설치된 공공 충전소가 전체 가운데 약 34%를 차지하고 있다. 대도시 밀집 주에는 많은 수의 충전소가 분포돼 있지만, 일부 충전소는 호텔 등 특정 시설의 손님에게만 사용이 허가된 곳도 포함되어 있어 접근이 제한된 경우도 있다.

미국 정부 노력으로 충전소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국토가 너무 넓다는 점, 도시와 교외가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 때문에 충전 관련 불편 해소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편리한 충전 네트워크 요구는 전기차 소유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너무 다른 것이 미국 시장의 현실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2030년까지 3,300만 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달릴 것으로 예상한다. 분포는 60%는 교외, 20%는 농촌 지역, 나머지 20%는 도시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여기에 맞춰 충전소를 단계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고속 충전기가 필요하지만, 교외 및 농촌 지역의 단독 주택에서 느린 충전기로 충분하다.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고속 충전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소비를 충족할 만큼 충분하지 않으면, 시장 요구에 부합하려면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런 충전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상당히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7개 자동차 제조사의 합작 투자사인 아이오나(IONNA)라는 충전 회사는 2024년부터 도시와 미국 고속도로를 따라 약 30,000개의 급속 충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테슬라도 수퍼차저 네트워크 일부를 다른 차량에 개방해 소비자들의 충전 불만을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다.

미국 시장의 전기차 판매 둔화는 일시적일 수도 있고, 장기적인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미국의 둔화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신뢰를 거두고 투자를 줄일 수 있고, 이는 전기차 기업들의 성장을 더 저해하고, 전기차 가격 인하를 지연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 등 다른 시장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다. 중국은 내연차보다 저렴한 전기차를, 유럽은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내연차보다 저렴한 우수한 성능을 가진 전기차들이 나오고 있는 데다, 샤오미의 SU7은 고급 전기차임에도 고급 내연차보다 저렴하고 성능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도 경기 둔화와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반발 등으로 전기차 확대 정책이 도전을 받고 있지만,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이라는 기본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 나타나는 여러 도전에도 불구하고, 장기 전망은 여전히 희망적이다. 다만, 정책 입안자나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합리적 가격과 충전 불편 해소는 물론 내연차와 경쟁에서 전기차를 더 구매할 수 있는 매력을 내놓는 혁신이 필요한 상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