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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아실현 위해 일하는 '활력 있는 노년'이 새로운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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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아실현 위해 일하는 '활력 있는 노년'이 새로운 트렌드

미국에서는 자아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하는 '활력 있는 노년'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는 자아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하는 '활력 있는 노년'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절반 가량이 빈곤에 시달리는 가운데, 특히 76세 이상 고령층의 빈곤율은 52%에 달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한국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서야 하는 현실과 달리, 미국에서는 자아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하는 '활력 있는 노년'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6일(현지시각) 배런스는 경제적 필요가 아닌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는 미국 시니어들의 사례를 통해 은퇴 문화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86세의 대학입학 상담사 돈 베터턴은 주 7일 고등학생들과 상담하며 열정적으로 일한다. "취미도, 버킷리스트도 없다"는 그에게 일은 곧 삶이다. 81세 와인도매업자 딕 페터는 주 15~20시간 근무하며 업계 네트워크를 유지한다. 70세 재정상담사 엘리스 포스터는 "이제는 은퇴에 대한 기존 관념을 재고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는 개인적 선택을 넘어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75세 이상 미국인의 9%가 여전히 일하고 있으며, 이는 1987년의 두 배에 달한다. 여러 연구조사에서 늦은 은퇴는 사망률과 치매율 감소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일을 통한 뇌 자극과 사회적 관계 유지가 노년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런 변화는 의미가 크다. 70세까지 일하는 노인들은 더 많은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4년 더 일하면 은퇴 후에 약 1년 치의 추가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노후 생활의 경제적 안정성을 높여준다. 또한, 더 오래 일하는 동안에는 연금을 수령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 연금 재정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시장과 기업문화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연령 차별 없는 채용, 유연한 근무제도, 시니어 적합 직무 개발이 요구된다. 특히 자아정체성이 직업과 깊이 연관된 전문직의 경우, 점진적 은퇴를 통한 적응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국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55~79세 고령층 취업자는 943만명으로 고용률이 59%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생계형 노동이다. 준비 없는 은퇴로 고통받는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에게 미국의 사례는 은퇴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점진적 은퇴 제도의 도입, 시니어 인재 활용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향후 노인 일자리는 단순 생계형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 정부의 제도적 지원, 사회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고령화 시대, 은퇴는 이제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하며, 노인들의 자아실현과 사회 기여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