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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상승 전환...미·일 재무장관 회담-美 재정 우려로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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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상승 전환...미·일 재무장관 회담-美 재정 우려로 줄다리기

2022년 9월 22일 1000엔 지폐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9월 22일 1000엔 지폐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2일 일본 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한때 1달러=144엔대 초반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상승 전환했다. 미·일 재무장관 회담 결과에 따라 엔고 유발 리스크에 대한 과도한 경계감이 후퇴한 반면,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가 달러화 상승을 누르는 모양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공동 성명을 통해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하며, 달러/엔 환율은 펀더멘털(경제의 기초 제반 여건)을 반영한다는 인식을 재차 확인했다. 두 재무장관은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는 캐나다에서 회담을 가졌다.

시장에서는 미 의회의 예산 협상과 재정 우려 등을 배경으로 위험회피적 엔 매수 움직임이 진행됐다. 이소나 홀딩스 시장기획부 이구치 게이이치 수석 전략가는 미·일 재무장관 회담으로 엔고 리스크가 하나 사라졌지만, “재정정책은 장기적인 테마로 쉽게 리스크온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서 엔화 환율은 1달러=143엔대 초반으로 상승했다. 미·일 재무장관이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일치하면서 일시적으로 달러 매수-엔 매도가 강세를 보였으나, 일본 내외 주가 하락에 따른 위험회피적 엔 매수세가 유입됐다.

SBI리퀴디티마켓 우에다 마리토 금융시장조사부장은 엔저에 대한 경계감이 강했기 때문에 그 반동으로 달러 매수-엔 매도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시장이 채권, 달러화, 주식의 트리플 하락 등 미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달러화를 적극적으로 매수할 수 없어 145엔이 달러화 상한선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외환시장은 G7의 메시지와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 따라 신경질적인 가격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최고환율전략가는 보고서에서 “G7 이후 공동성명이 없거나, 있더라도 환율 관련 문구가 삭제되면 시장이 미국이 달러 약세 유도를 원한다고 해석해 달러 약세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증시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닛케이 평균지수는 2주 만에 한때 3만7000엔대를 밑돌았다. 트리플 하락을 기록한 미국 시장에서 금리 상승을 배경으로 S&P 500 지수가 한 달 만에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전기, 기계, 자동차 등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하락했고, 반도체 관련주와 전선주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주가지수(SOX)의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도쿄증시 33개 업종 중 24개 업종이 하락했고, 의약품과 식료품 등 방어적 섹터를 중심으로 9개 업종은 상승했다. 거래대금 상위 종목으로는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쿠라, 어드밴테스트, 토요타자동차가 하락했으며 다이이찌산쿄, 산리오, 반다이남코 홀딩스 등이 올랐다.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증권의 오니시 고헤이(大西耕平) 수석 투자전략 연구원은 미국 주가 하락을 재료로 하락 후 방향감각을 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관세 협상의 진전이 일본 증시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며, 미·일 관세 협상을 앞두고 내일까지 증시에 관망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와 함께 일본 채권시장도 하락세를 보였으며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 부진으로 장기 금리가 크게 상승한 흐름을 이어받아 매도가 선행했다.

미쓰비시 UFJ 자산운용의 마사유키 코구치(小口正之) 펀드매니저는 미국 금리 상승으로 연착륙이 예상되는 데다 초장기채 수급 악화가 지속되고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재정확대 우려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노구치 아사히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22일 미야자키현 금융경제간담회에서 강연한 뒤 기자 회견을 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경기와 물가 상황에 대한 판단과 함께 최근 초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에 대한 견해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무성도 10년물 물가연동국채 입찰(발행 예정액은 2500억 엔)을 실시한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 후지와라 카즈야 채권 전략가는 “유동성 우려와 균등인플레이션율(BEI)의 상승 여력이 부족한 반면, 소비자물가지수의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무난한 수준에서 다소 약하게 낙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