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손해·국가빚 증가 전망에 채권 투자자들 등 돌아서

트럼프의 2017년 감세안이 연말에 없어지기 전에 연장하고 사회 안전망 지출을 줄이는 이 법안은 215대 214로 간신히 통과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일반 가정에 해를 끼치고 부유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분석에 따르면 이 법안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빚 비율이 98%에서 125%로 크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초당적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는 이 감세안이 지출 줄이기로 일부만 덮어 앞으로 10년 동안 3조 달러(약 4149조 원) 이상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최근 며칠 동안 채권 투자자들은 미국의 재정 상태 악화를 걱정해 만기가 긴 미국 국채를 팔았다. 예산의회처(CBO)는 이 법안이 가장 가난한 계층의 쓸 수 있는 돈은 줄이는 반면, 고소득층의 쓸 수 있는 돈은 늘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적어도 1920년대부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감세가 일부 비용을 메울 것이며 처음 보이는 것만큼 비싸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세금 분석가(Tax Analysts)의 역사학자 조셉 손다이크는 말했다. "임금 삭감이 그 자체로 낫다는 주장은 경제 문헌이나 역사 문헌 모두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의회예산처 예측에 따르면 2027년 가장 가난한 가구의 쓸 수 있는 돈은 2%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주로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와 미국의 식품지원 프로그램인 스냅(SNAP) 혜택 삭감 때문이다. 반면 고소득 가구의 쓸 수 있는 돈은 2027년까지 4% 늘 전망이다.
트럼프는 최근 몇 주 동안 가장 부유한 가구에 세금 인상,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그룹에 주는 세금 특혜 없애기 등 대중적 조치를 더 많이 요구했다. 그러나 통과된 법안 최종본에는 부유층에 대한 더 엄격한 세금 조항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고, 오히려 보수 강경파를 달래려고 예상보다 더 큰 폭의 메디케이드 삭감이 들어갔다.
다만 이 법안에는 팁과 노인을 위한 정부 연금 지급에 대한 세금 없애기 등 2024년 선거에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 담겼다. 하지만 의회예산처와 와튼 경영대학원 분석에 따르면 이 법안은 소득계층 간, 세대 간 불평등을 더 깊게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젊은 저소득층 가구는 법안의 혜택을 적게 받거나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반면, 고소득층과 고령층은 상당한 이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와튼 경영대학원에 따르면 소득 아래 80%의 소득자들은 2026년 전체 세금 깎기 혜택의 29%만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트럼프는 법안 통과 후 "이제 미국 상원에 있는 우리 친구들이 일하러 가서 이 법안을 되도록 빨리 내 책상으로 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미국 경제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