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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진 한미정상회담 K산업계 긴장] 美 통상 압박에 국내투자 '이목'…관건은 규제개혁·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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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진 한미정상회담 K산업계 긴장] 美 통상 압박에 국내투자 '이목'…관건은 규제개혁·특별법

4대 그룹, 국내 투자 이행에 박차
李·트럼프 회담 지연에 달라진 시선
규제개혁·특별법으로 '타이밍' 잡아야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명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경제6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명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경제6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쉽게 풀릴 기미가 안 보이면서 주요 기업들의 투자 리쇼어링(본국 복귀)에 힘이 실릴지 주목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 극복이 우선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한국 경제를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해외 현지 투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국내 투자도 지원하는 방향이 주요 그룹사들의 국내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 약속에 화답하는 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한국 경제 회복에 기여하기 위해 국내 투자 계획을 실행·확대하고 있다. 전날 LG그룹 계열사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등지에 1조2600억 원을 들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개발과 생산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SK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수조 원을 투자해 울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이달 중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 24조3000억 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이행 중이다.

기존 국내 투자 계획을 미국 등 해외로 돌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3일 이 대통령과 5대 그룹 총수·경제6단체장 간담회에서 “삼성은 예정된 국내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이행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 발표로 리쇼어링 기대감이 높아진 이유는 관세 등 미국의 통상 압박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무산됐다. 산업계는 양국 정상의 만남에서 관세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 간 무역 협상은 양국 정상이 만났다는 하나의 이벤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이런 변수로 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플러스 알파’를 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국내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해 나가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투자 의욕을 고취하는 규제 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대선 후보 정책 제언집을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미래 산업·기술을 지정하고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 인프라 등을 지원하는 ‘메가 샌드박스’ 제도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하지 말아야 할 것만 정하는 ‘네거티브 규제’ 도입은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사를 통해 의지를 드러냈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 내 불필요한 규제를 거둬들이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 흐름과 미 관세정책 같은 요인은 한국이 조절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쓸 수 있는 방법은 기업들의 국내 투자 유인을 키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와 철강, 배터리, 석유화학 등 각 산업별로 보조금 지원과 기술 개발 계획 등의 토대인 특별법 제정도 시급하다.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지난해부터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됐지만,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문제를 두고 정당별로 입장 차를 드러내면서 제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글로벌 경쟁에서 반도체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을 적시에 해 (다른 나라와) 기술 격차를 벌릴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