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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소프트뱅크·오픈AI 동맹 '스타게이트', 5000억 달러 약속 6개월 만에 '공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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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소프트뱅크·오픈AI 동맹 '스타게이트', 5000억 달러 약속 6개월 만에 '공회전'

1000억 달러 투자 공언, '소규모 센터 1곳'으로 후퇴…속내는 '동상이몽'
내부 지배구조 갈등에 발목…오픈AI, 오라클과 단독 계약으로 선회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두 사람이 주도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AI 동맹 '스타게이트'가 내부 지배구조 갈등 등으로 출범 6개월 만에 표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두 사람이 주도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AI 동맹 '스타게이트'가 내부 지배구조 갈등 등으로 출범 6개월 만에 표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손잡고 추진하는 5000억 달러(약 693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개발 계획 '스타게이트'가 출범 6개월 만에 표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때 맨해튼 계획에 비견됐던 이 거대 구상은 양쪽의 이견 때문에 핵심인 데이터센터 계약조차 단 한 건도 체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회사는 지난 1월 백악관 발표에서 '즉시 1000억 달러(약 139조 원) 투자'를 공언했다. 이어 2029년까지 총 5000억 달러(약 693조 원)를 투입해 미국 전역에 10GW 규모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발표 6개월이 지난 7월까지 이 계획의 구체적인 진척은 거의 없다. 당초의 거창한 계획은 '올해 말 오하이오에 소규모 데이터센터 1곳 완공'으로 목표가 대폭 축소됐다.

계획이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동맹 사이의 내부 갈등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두 회사는 지분과 지배구조, 부지 선정 같은 핵심 의사결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소프트뱅크는 자금과 재무를, 오픈AI는 운영을 맡기로 했으나 세부 운용 방식에서 이견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오픈AI는 홀로서기를 서두르고 있다. 올트먼 CEO는 소프트뱅크를 기다리지 않고 오라클, 코어위브 등과 총 4.5GW에 이르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먼저 계약했다. 오픈AI는 이 계약들이 스타게이트 계획의 일부라고 밝히고 있으나, 소프트뱅크가 참여하지 않은 단독 추진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 겉도는 '장밋빛 발언'…현실은 동상이몽


이런 갈등에도 두 회사 대표들은 공식적으로는 협력 관계가 순조롭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소프트뱅크 행사 영상에 함께 나온 올트먼 CEO는 "훌륭한 협력 관계"라며 "초기 목표로 10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함께 짓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공동 성명에서 "미래에 동력을 공급할 AI 기반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초대규모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두 회사의 말과 다르다. 오라클의 사프라 캐츠 CEO는 지난달 투자자 설명회에서 "스타게이트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스타게이트 계획의 차질은 미국의 AI 주도권 전략에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을 의식해 AI 기반 시설 확대를 국가 총력전처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가장 상징적인 민관 합작 계획이 실행력 부족에 부딪히면서, 정부 정책 목표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드러내고 있다. 자연히 관련 고용과 기술 자립 목표 달성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손정의 회장은 위워크, 카테라 투자 실패로 체면을 구겼으나, 2016년 인수한 반도체 설계 기업 Arm(암)의 가치가 치솟으며 재기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1400억 달러(약 194조 원)가 넘는 돈을 쏟아붓고도 놓쳤던 AI 시장의 주도권을 오픈AI를 통해 잡으려 했다.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올트먼과 담판을 지은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틀 만에 백악관을 찾아 "우리 황금시대의 시작"이라며 2029년까지 5000억 달러(약 693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 'AI 인프라 주도권' 향방은?…빅테크 아성만 견고


스타게이트 계획은 세계 AI 기반 시설 구상의 현실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두 회사가 '협력 지속'이라는 태도를 보이고는 있으나, 실질적인 투자 실행과 운영 체계 재정비를 하지 않는 한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으로 소프트뱅크는 AI 기반 시설에 직접 관여하기보다 재무 투자자 역할에 머물고, 오픈AI는 단독 계약과 개별 계약을 함께 추진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거대 계획이 늦어지는 탓에, 당분간 AI 기반 시설 시장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기존 거대 기술 기업의 공급 우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