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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상반기 벌크선·탱커 신조 발주 80% 급감…선사들 관망세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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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상반기 벌크선·탱커 신조 발주 80% 급감…선사들 관망세로 전환

엑스클루시브 "고선가·운임 약세·규제 불확실성 겹쳐 투자 심리 위축"
한·중·일 조선소 동반 침체…신조 대신 중고선 시장으로 눈 돌려
고선가와 시장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선사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멈추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사진=트레이드윈즈이미지 확대보기
고선가와 시장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선사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멈추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사진=트레이드윈즈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벌크선과 탱커 신조 발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80% 넘게 폭락하며 조선 시장이 빠르게 위축됐다고 조선 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1월부터 6월까지 벌크선 발주량은 76척으로 지난해 같은 때 422척에서 82% 급감했고, 탱커 또한 102척에 그쳐 1년 전 486척에서 79%나 줄었다. 단순한 수요 감소를 넘어 선사들이 신규 투자에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취하며 전면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 '4대 악재' 겹치며 투자 실종


그리스 아테네에 본사를 둔 엑스클루시브 선박중개는 최근 시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무역 정책 외에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선주들을 관망세로 돌아서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엑스클루시브는 이번 발주 급감을 △치솟는 신조선가 △운임 시장 약세 △환경규제 불확실성 △세계 거시경제 불안 등 네 가지 핵심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했다. 실제로 신조선 가격 지수는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에 따라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인 187.2포인트까지 올랐고, 2023년 말부터 이어진 운임 약세가 선주들의 장기 수익성 확보에 부담을 줬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 같은 미래 기술 표준이 확정되지 않은 점도 신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국가별 신조선 발주 동향 및 시장 점유율 변화.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국가별 신조선 발주 동향 및 시장 점유율 변화.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한·중·일 동반 하락…'발주 절벽'은 세계적 현상


한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조선국 모두에서 발주 절벽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특정 국가의 정책 변수를 넘어선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이 확인된 셈이다. 엑스클루시브는 이번 신조 발주 감소세가 "그 속도와 깊이가 실로 숨 막힐 정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벌크선과 탱커의 발주 위축이 두드러지는 데 반해, 컨테이너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일부 고부가가치 선종은 비교적 완만하게 감소했다. 신규 발주를 미루는 선사들이 늘면서 선박 재활용과 중고선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5년 상반기의 이례적 발주 급감으로 세계 해운·조선 산업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업계는 당분간 보수적 투자 기조를 지키며 고부가가치와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불확실성에 맞서 위험 관리를 강화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