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통로 없다” 보안 책임자 강조…중국 수출 재개 후 긴장 고조
미 의회 ‘칩 보안법’ 논의에 수출 밀수 적발까지…글로벌 AI 패권 다툼에 엔비디아 한복판
미 의회 ‘칩 보안법’ 논의에 수출 밀수 적발까지…글로벌 AI 패권 다툼에 엔비디아 한복판

‘백도어’는 시스템이나 기기에 숨겨진 비밀 통로로 원래 사용자나 관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몰래 들어와 정보를 빼가거나 조작할 수 있어 보안에 큰 위험이 된다. 또한 ‘킬 스위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특정 장치나 기능을 끄거나 작동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나 프로그램으로 누군가가 원격으로 기기를 차단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지난 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 최고보안책임자인 데이비드 레버 주니어는 블로그 글에서 “좋은 비밀 출입구란 없다”며 자사 칩에 의도적으로 보안 취약점을 만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일부 엔비디아 AI 칩에 대한 중국 수출 제한을 부분적으로 풀면서 중국이 엔비디아 제품에 ‘백도어’ 존재 가능성을 문제 삼아 관련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은 이에 맞춰 엔비디아에 칩 보안 우려와 백도어 의혹을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엔비디아는 이에 “칩 내에 다른 사람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는 절대 없다”고 반박했다.
◇ 밀수 적발과 백도어 위험 경고, 글로벌 AI 경쟁의 신경전
미국 행정부는 제한적으로 허가된 엔비디아 AI 칩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등록된 회사를 거쳐 중국으로 밀수된 혐의로 중국인 2명을 최근 기소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수개월간 이들 고성능 AI 칩이 중국 내 암시장에 유통되면서 약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에 이르는 거래가 발생했다.
엔비디아는 고객사가 칩을 직접 점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기능을 넣는 것은 보안 위험을 키우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버 주니어 보안책임자는 1990년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도입했다가 보안 문제와 불법 감시 우려로 폐기된 ‘클리퍼 칩’을 예로 들면서 정부 백도어가 사용자 신뢰를 무너뜨리고 전 세계 정보 보안에 큰 위협이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 아래 미·중 무역 협상이 진행될 때 엔비디아 AI 칩 수출 제한을 일부 해제하는 조치가 나왔지만, 이 결정에 대해 양당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중국 AI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한 감시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이번 사례는 글로벌 AI와 반도체 시장에서 첨예한 이해가 맞서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