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자사 인공지능(AI) 칩에 백도어(보안 우회 접속 방식)나 킬스위치(원격 차단 기능)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칩 위치추적 기능 의무화 방안에 대해 “해커와 적대 세력에게 선물을 주는 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미국 정부가 수출 제한 국가로 칩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AI 칩에 추적 기능을 넣도록 요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는 전 세계 디지털 인프라를 위협하고 미국 기술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 中 정부 소환 직후 입장 발표…미국 추적안 공개 반대
엔비디아의 이번 입장은 미국 의회와 백악관이 최근 AI 칩에 위치확인 기능을 삽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과 행정지침을 각각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나왔다. 아직 구체적인 기술 기준이나 시행 시점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엔비디아는 "백도어나 킬스위치를 하드웨어에 의무화하는 것은 사이버 보안을 오히려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좋은 백도어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백도어는 결국 위험한 보안 취약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 美·中 기술 패권 갈등 속 안보-수출 통제 충돌
이번 사안은 미·중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술 안보와 수출 통제 사이의 균형이 중요한 정책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 시장의 수익성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에 협조해야 하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이번 위치추적 의무화 추진은 이러한 기업들에게 새로운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미 자사 제품에 백도어나 원격 제어 기능이 없다는 입장을 지난주에도 밝힌 바 있으며 이번에는 이를 다시 확인하면서 기술적 중립성과 글로벌 신뢰 확보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