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미국 증시, 소수 AI 주도주 독주에 '구조적 위험' 노출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미국 증시, 소수 AI 주도주 독주에 '구조적 위험' 노출

골드만삭스 "상·하위 기업 가치 격차, 30년 만에 최고"
엔비디아發 쏠림에 커지는 불안...전문가들 "위험 분산" 한목소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분주하게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는 엔비디아 등 소수 AI 주도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시장 전반의 구조적 위험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분주하게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는 엔비디아 등 소수 AI 주도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시장 전반의 구조적 위험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기술주에 시장의 힘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시장이 작은 충격에도 취약할 수 있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지난 16일(현지시각) 경고했다.

S&P500 지수는 월가의 낙관론이 현실로 나타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AI 기반 시설 구축이 본격화하고 기업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고 있으며, 다음 달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는 거의 확실시된다. 대규모 경기 부양 법안인 '원 빅 뷰티풀 빌' 역시 소비 심리가 살아있는 경제에 활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장밋빛 전망' 이면의 불안감


계절적 약세 시기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이례적인 오름세가 펼쳐지자, 시장의 불안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현재 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2배에 이르러, 모든 호황을 가정한 완벽한 시장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시장은 경기 둔화를 유발할 예상치 못한 충격에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최고 글로벌 전략가는 "어떤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꾸준한 경제 성장이라는 기존의 논리를 뒤흔들 충격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시장은 매도세로 돌아설 것이고, 그 하락은 현재 가장 고평가된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장이 서서히, 그리고 점점 더 고평가되고 있기에 투자자들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소수 기업에 기댄 아슬아슬한 시장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소수의 대형주에 과도하게 쏠린 '상후하박(上厚下薄)' 구조다.

골드만삭스가 이번 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막대한 현금과 높은 재무건전성을 갖춘 S&P500 상위 20% 우량 기업들은 하위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을 57%나 웃도는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1995년 이래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사실상 AI라는 순풍을 탄 거대 기술주(메가캡)들이 경제 불확실성 속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의 자금까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다른 거대 기술주와 함께 흡수하며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집중 현상의 정점에는 'AI 슈퍼스타' 엔비디아가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단일 종목으로 S&P500 지수의 약 8%를 차지한다. 이는 1981년 이래 시가총액 가중 방식 지수에서 단일 종목이 기록한 가장 큰 비중이다. 2023년 200% 이상, 2024년 170% 이상, 그리고 올해 들어 36% 이상 폭등한 엔비디아는 강세장의 동의어와 같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낙관론이 꺾인다면 시장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특히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 시장은 핵심 약점으로 꼽힌다. 엔비디아의 대중국 그래픽 처리 장치(GPU) 판매에 제동이 걸린다면, 이는 엔비디아 주가뿐 아니라 시장 전체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 반전의 신호탄인가


시장의 쏠림 현상은 지수와 개별 주식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5년 S&P500 지수가 10% 이상 오르는 동안, 시장의 중간값에 있는 주식(중위 종목)은 단 3% 오르는 데 그쳤으며 여전히 최근 고점보다 12%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 대안 찾는 시장, 순환매 조짐


다만 이러한 불균형은 시장의 대대적인 순환매 장세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현실이 되거나 경기 개선이 확인된다면 소형주나 가치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큰 순환매'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주에는 소형주가 대형주 수익률을 앞질렀고, 가치주가 성장주를 이겼다. 엔비디아가 하락하는 동안 애플은 상승했으며, 최근 부진했던 헬스케어 부문이 S&P500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하트퍼드 펀드의 나네트 아부호프 제이콥슨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현재의 위험을 다른 산업과 다른 지역으로 반드시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P모건의 켈리 전략가 역시 조정 때 하락 위험이 제한된 미국 가치주, 유럽 주식, 부동산 같은 대체 자산으로 눈을 돌릴 것을 권고했다. 그는 "일주일 안에 오든, 3년 안에 오든, 20% 이상 급락하는 약세장과 같은 '격렬한' 조정이 올 시점은 이미 지났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경기 개선이나 금리 인하 때 반등 가능성이 있는,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품질 주식'으로 앨버말(ALB, 리튬 제조), 캠벨 수프(CPB, 식품), 시저스 엔터테인먼트(CZR, 카지노),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EL, 화장품),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SKY, 미디어) 등 5개를 꼽았다.

이 가운데 에스티 로더는 올해 주가가 21% 이상 올랐지만, 최대 16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합병 이슈에 따른 추진력으로 지난주에만 33% 급등했다.

현재 미국 증시는 AI 주도주에 지나치게 쏠려 있어, 이들 주식이 무너진다면 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는 구조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경기나 정책 위험이 현실이 된다면 역사상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을 받는 대형주들의 하락 폭도 클 수 있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은 순환매 징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발 빠른 분산 투자와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